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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조선의 사고사 1위는 무엇이었을까? 오늘날에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1위를 차지하겠지만 조선시대의 사고사 1위는 바로 벼락에 맞아 죽는 일이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벼락에 관한 이야기가 1,253건이 나오는데 그 중상당수는 벼락에 맞아서 죽거나 다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서를 바라볼 때 임금이나 지배층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피지배층인 백성들의 삶을 기록한 부분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바로 조선시대의 백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조선왕조실록에서 찾고자 했고 그 결과 ≪조선백성실록≫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의 출간되었다.
각 장은 실록을 근거로 하여 당시 있었던 사실을 설명하고 현실의 상황과 비교하여 첨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현실의 당시의 사회 현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세종 시절 인육을 먹은 사람이 있다는 보고가 헛소문으로 판명되자 헛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사형을 판결했지만 세종을 형벌을 낮추라고 지시한다. 정치 지도자 입장에서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괴담의 유포가 탐탁지 않았겠지만 세종은 그 최초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살펴 공정한 판결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귀감이 될 만한 사료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괴소문이 통치자 입자에서는 불쾌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강을 해치는 위협적인 행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은 소문을 퍼뜨린 자들을 무작정 처벌하지 않고 최초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면밀하게 살폈다. - p.78
세금을 걷는 방식의 일종인 공법은 세종 시절에 시작하여 정착하기까지 60여년이 걸렸지만 여전히 그 이후에도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완벽하게 시행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세종이 원래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질되었고 완벽한 공법의 시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 사건을 통해 저자는 기득권층의 저항이 얼마나 무서운지 들려주고 있다. 성경에도 희년제도와 십일조 제도가 있듯이 자기가 벌었던 수확물을 포기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지도자의 모습이 필요한 요즘이다.
왕이 곧 법이며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조선시대에도 정책의 시행을 둘러싼 시끄러운 논쟁과 토론, 시위를 막지 않았다.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개념은 없었지만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뜻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던 덕분이다. - p.74
지배자의 역사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피지배층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그 기록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이 흥미로운 사례를 많이 찾아냈음을 알 수 있다. 가벼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그 역사의 기록들을 통해 현실 정치의 한계와 개선점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책에서 약간 아쉬운 점은 본문 내용에서 다루고 있는 사료 중 거의 대부분이 1400년대, 대략 태조부터 성종 대에 이르는 기간에 쓰여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으로는 거의 절반 정도는 세종 시대의 사료가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아쉬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선백성실록'이라는 책 이름에 걸맞게 백성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