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오만가지 잡동사니 같은 생각이 머리 속을 뒤죽박죽 뒤섞어 놓는다. 하던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도 하고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하게도 한다. 그 모든 생각의 근원은 '지식'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듯이 우리가 아는 것을 기반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이 진짜 사실일까. 이 세상에 있는 많은 지식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식보다 더 중요하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움'으로부터 얻어지는 지혜이다. 우리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을 없앨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을 쉬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생각을 '교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생각으로부터 쉼을 얻기 위해 생각을 교체하라고 조언한다. 



책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생각을 교체하기 위한 방법을 붓다의 명언들을 이해함으로써 찾고자 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은 수타니파타를 비롯한 이 세상에서 붓다가 남긴 발자취와 문장들을 해설하여 혼란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세상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한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말한대로 붓다는 고통과 욕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방시킨 남자가 아니던가.


두려움을 안고 사는 인생은 매 순간을 격류와 씨름하며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록 내가 타고 있는 배가 풍랑에 흔들리더라도 너울거리는 물살 저편에 물보라 한 방울도 닿지 않은 평온한 모래톱이 있음을 기억하라.  p.24


사실 이런 짤막한 문구들이 나열된 책들은 한꺼번에 읽기에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조금씩 몇페이지씩 읽어가며 명상과 성찰을 통해 삶에 적용해 보는 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어찌보면 일상생활에서 들어봄직한 말들이 많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내 지금 상태를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나를 질타하고 있기도 하고 또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붓다의 말에서 가져온 내용이다보니 인간의 삶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에 불교 색채가 가득하다. 불교는 나 스스로 해탈과 구원을 얻고자 하는 종교가 아닐까. 책의 곳곳에 나오는 내용들은 남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나 스스로 해결하라는 말들로 고통의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고통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고통에 대한 책임도 우리 자신에게 있다.(p.30)", "타인이 우리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불가능하다. 스스로 깨끗해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p.26)", "당신의 가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p.53)",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스스로의 마음 뿐이다.(p.74)"


때로는 기독교적 색채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재물이건 자녀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잠시 내가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는 '청지기' 정신을 강조한다. 종교의 깊은 깨달음을 결국 맞닿아 있는 것인가. 수타니파타 1장에 나온다는 말을 인용해 본다.


재산이 내 것이라고 여기는 마음에서 집착은 시작된다. 아이가 내 아이라고 여기는 마음에서 집착은 시작된다. 왜 재산이, 왜 아이가 당신 것인가? 당신 자신조차 당신 것이 아니거늘.  - p.31


실천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아도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는 단지 한심한 게으름뱅이에 지나지 않는다.(p.55)", "가르침을 받은 대로 행동하라. 그러면 고통도 사라진다.(p.46)",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들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손에 주어진 것을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손에 쥔 것만 부러워한다면 당신은 불행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p.59)",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려면 일체의 비교와 평가를 삼가라(p.45)"


목이 마르면 물을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저 멀리 지평선 뒤에 숨은 오아시스 타령을 하는 자보다 발 아래 땅을 파는 사람이 물을 얻을 수 있다.  - p.43


책은 전체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 장 앞부분은 붓다의 명언을 해설하기 전에 저자가 해당 주제에 대한 에세이 형태의 글을 2~3페이지에 걸쳐 싣고 있다. 본문에 있는 말들도 좋지만 저자가 각 장 앞에 쓴 내용도 좋은 것들이 참 많다. 많은 깨달음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면 한편으로 식상해 보이는 잠언 문구들이 마음에 와닿으려면 조금은 열린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향기로운 나무를 감싸고 있는 잎이 그 향기를 온 천지에 퍼뜨리는 것처럼 선한 향기를 지닌 사람과 가까이 하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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