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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EBS ‘지식채널e’의 PD였던 김진혁 님이 쓴 책이다. ‘지식채널e‘는 2005년 이후 수능방송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교육방송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교양물 위주의 편성을 시도하면서 Station Break의 성격으로 기획된 방송이 ’지식채널e‘이다. 저자는 이 방송을 약 4년간 프로듀싱하면서 ’지식‘이라는 너무나도 쉽고 자주 ’애용‘되는 단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하였고 그 답변의 과정에서 깨달은 ’지식‘들을 <지식의 권유>라는 이름의 책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학창시절의 지식은 암기와 이해 위주의 교육을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미 드러나 있는 내용을 암기하고 이해해서 내것으로 만든 것을 지식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정보를 구동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설치하지 않고 정보만 잔뜩 저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창의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틀에 박힌 지식의 습득과정에 대해 젊은 시절에는 저항의식을 갖게되지만 점점 이 생활이 익숙해지게 되고 별다른 저항의식과 고민이 없이 공용의 지식을 나만의 지식인 것처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 책에서 지식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일단 지식이 있는 상태와 무지의 상태를 비교하면 좋을 듯 싶다. 저자는 11장(p.77~)에서 ‘우즈베키스탄 말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즉 무지라는 상태는 내가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를 ‘무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즈베키스탄 말을 아는지에 대한 질문을 들었을 때 ‘모른다’고 답변할테지만 모른다고 대답을 하려면 최소한 우즈베키스탄이 나라의 이름이고, 그 나라에는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며, 그 나라에서는 언어가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무지’의 상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객관적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주관적으로 생각한 사실‘일 뿐이다. 사실을 받아들여 머릿속에 저장해 놓은 기억 역시,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사실이라고 ’주관적으로 생각한‘ 사실에 불과하다. - p.88
기억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기억은 단순한 사실의 누적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거꾸로 기억이 먼저 존재하고 나중에 해당 기억에 부합하는 사실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경우의 사례로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의 연구를 이야기한다. 이 실험을 통해 기억이 단순히 ‘과거의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새롭게 만들어낸 허구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내용이나 사실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읽다보면 그러게 된다. 그 새로운 방법의 사유를 이 책 읽기를 마치고 평생동안 유지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런 저자의 바람이 나의 바람이 될 것이다. [www.wece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