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학교에 간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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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다케가 돌아왔다. <오체 불만족>을 통해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없는 사지절단증이란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삶을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당찬 모습을 보여줘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란 이름의 감동을 안겨줬던 오토다케 히로타다. 그가 이번엔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간다>는 자신의 꿈을 펼칠 무대로 '교육계'를 선택한 오토다케가 학교로 향하기까지의 과정과 학교라는 교육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을 통해 일본 교육의 현주소와 문제점, 나아가 개선 방향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의견을 편안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그는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신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같은 교육을 받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사람들의 많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배려 속에 살았던 그가 사회와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을 발견한 곳이 바로 '학교'였다.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오토에게 "학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람이 아무리 '학력 따윈 필요없어!'라고 외쳐봐야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아"라고 말씀하셨다는 그의 어머니. 그 한 마디가 그의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이제 다시 교육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려고 하는 오토에게 '교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의 말은 성가신 말이 될 뿐이라는 작가 기요시의 말에 충격을 받은 오토는 그때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렸고, 그렇다면 진정한 자격을 갖추자는 생각에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시 학교를 다녔다.

구 교육위원회의 비상근 직원인 '아이들의 바른생활 파트너'로 초ㆍ중학생들과 만남을 시작하며 교육현장을 경험하기 시작한 그는 바쁜 생활 와중에도 열심히 공부해 교사 자격증을 받았고 이윽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의 행보를 보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의 진정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그가 들려주는 일본의 학교 이야기는 바다 건너의 내게도 너무나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점점 개인화되고 삭막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학교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즐거운 교육 공간이어야 할 학교는 여러가지 문제에 시름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각종 유괴와 폭행 사건으로 인해 낯선 사람과는 말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방범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 교내 체벌금지, 빈부차가 학력차로 이어지는 현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 여전히 일반학교 진학이 어려운 장애우들, 획일화된 학교에서 다양성과 개성을 숨죽이는 아이들의 모습 등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여러모로 씁쓸했다.

그러나 폐허 속에도 꽃은 피듯이 여러 문제가 산재한 학교에서도 희망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맑은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과 진정한 교육을 위해 힘쓰는 스승들이 바로 그 희망이다. 또한 이것은 오토다케가 학교로 향한 이유이기도 하다.  

- 무엇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것은 "저마다 다르게 살아도 좋은 거야"라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는 분명히 다른 내 몸, 그리고 내 삶이 그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되는 귀중한 교재가 되리라 확신한다. (208쪽)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비장애인들보다 더욱 도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오토다케 히로타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멀쩡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게으른 삶을 살고 있는, 나도 모르게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던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또한 그가 자신이 바라던 대로 교단에 설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고 배려하는 일본의 현실이(그가 극히 선택받은 자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무척이나 부러웠다.  

이제 그는 오랜 노력 끝내고 마침내 교실 속 아이들 앞에 섰다. '우리 선생님은 몸이 불편해서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우리 선생님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도 많아요!'라는 말을 듣는 스승이 되고 싶다는 새내기 교사 오토다케, 작지만 큰 발걸음을 옮긴 그의 행보가 많은 곳을 빛나게 해주길 바라본다. 더불어 멈추지 않는 그의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 어떤 도전이든 어려움은 따르게 마련이다. 조금 나아가다 보면 금세 벽에 부딪혔다. 그때 자기 자신에게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인가?'라고 물어본다. 어정쩡한 기분으로 시작한 도전이라면 아무래도 그만두게 되겠지만, 어떻게든 달성하고픈 확고한 의자가 있다면 결국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192쪽)








* 오타 - 79쪽 5 번째줄 : 익숙지 않은 → 익숙치 않은 ('익숙하지'의 준말이므로 '익숙치'가 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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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
파올라 라펠리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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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한 지식은 얕지만 그림을 보거나 그와 관련된 책 읽기는 좋아하는 내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세계 미술관 기행'이란 이름으로 나온 이 시리즈는 반 고흐 미술관을 필두로 내셔널 갤러리, 오르세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주제로 삼아 그 속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정 작가나 사조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작품들을 다루었던 기존의 책들과 달리, 각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다양한 화가의 작품과 여러 사조의 그림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 기행 시리즈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시도임에 틀림없다.


이 책 <반 고흐 미술관>은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고흐'를 전면에 내세운 이 미술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대규모의 고흐 작품을 소장 및 전시하고 있는데, 『까마귀가 나는 밀밭』, 『해바라기』 같은 고흐의 대표작을 비롯하여 『감자 먹는 사람들』 등의 초기작과 습작, 밀레의 모작 등 총 200점이 넘는 그림과 1천 여점의 드로잉, 수십 점의 판화, 4권의 화첩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흐가 테오와 그의 가족, 지인들과 주고받은 750통의 편지와 그가 교류했던 화가들과 바꾼 그림 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고흐처럼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유례없이 한 곳에 대규모로 모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고흐가 활동하던 시대에 그의 그림은 안타깝게도 평단이나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해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고흐 그림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그를 지원한 미술상이었던 동생 테오가 보관하고 되었고, 고흐와 테오가 죽은 뒤 테오의 아내와 아들의 손을 거쳐 지금의 미술관에 안착하게 됐다. 그 덕분(?)에 우리는 유명한 그의 그림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나 평생을 가난에 시달렸던 고흐를 생각하자면 '덕분'이란 표현은 미안할 뿐이다.


<반 고흐 미술관>은 작품 소개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의 앞머리에 미술관의 설립 배경과 역사, 건물의 설계나 자재, 고흐와 태오의 자취와 주변인들의 간략한 소개 등을 싣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품 소개에 접어든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그려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데, 습작이나 모작에서 출발한 그림은 뒤로 넘어갈수록 점차 고흐 특유의 색채나 화법을 띠기 시작한다. 책 속의 습작이나 모작 등을 통해 대가의 서툴렀던 시절을 보는 재미나, 그간 접해왔던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수채화나 드로잉을 통해 고흐의 또다른 면을 찾아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더불어 그가 즐겼던 정물화나 사람이 있는 풍경화, 자주 등장하는 자화상을 비롯한 인물화 등도 여전히 친근했는데, 그 중 일본 판화에 심취해 있던 고흐가 자신의 그림에 그 기법을 사용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와 함께 그 시대에 유럽까지 뻗은 일본문화의 영향력에 기분이 묘해졌다;)

각각의 작품 소개는 우선 그림의 전체 사진을 통해 독자가 감상할 기회를 부여하고, 그 밑에 그것이 그려진 당시의 정황이나 배경 같은 뒷이야기 및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평가 등을 소개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더불어 옆에는 '그림 속으로'라는 꼭지를 마련하여 그림 중에 주목할 만한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주며 필요에 따라 세부적인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또한 몇몇 그림들은 일부분을 크게 확대하여 싣고 있는데, 사진을 통해 그림의 전체적 질감이나 붓의 터치, 물감의 두께 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해 마치 미술관에서 직접 관람하는 듯한 감흥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 ^


수많은 예술가 중에 빈센트 반 고흐가 유난히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환상적이고 강렬한 그의 그림이나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천재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귀를 자르는 기행이나 정신질환, 자살 등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예술가에 대한 연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후에 누구 못지 않은 평가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고흐이지만 생전엔 너무도 외롭고 힘겨웠던 그의 삶이 이 책의 작품설명 안에도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그러나 가난에 시달리고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진심으로 그를 믿어줬던 동생 테오와 그의 지인들이 있었기에 고흐의 삶이 불행하지만은 않았으리라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그저 강렬한 색채의 향연에 빠져들어 좋아했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고흐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쏜 곳도 바로 밀밭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림 속 강렬한 노란 밀밭의 풍경이 갑자기 무척 서글퍼 보였다. 또한 책을 덮을 때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인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 유명한 그의 몇몇 그림들이 안 보이길래 찾아봤더니 안타깝게도 그것들은 다른 미술관에 소장 중이라고.(그렇다! 이 책은 반고흐 작품집이 아닌 반고흐 미술관 책이었던 걸 깜박한 것이다! ^ ^;) 이 책에서 유명한 그의 대표작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가 전 생애를 걸쳐 열정을 쏟았던 풍부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통해 대중에게 고착된 이미지의 고흐를 넘어 예술가 '고흐'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흐뭇했다.



세계 각지에서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미술관들을 직접 다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미술관 기행 시리즈'를 통해 책상에 앉아 그것들을 방문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 좋았다. 흡족한 마음으로 반 고흐 미술관 관람을 끝낸 지금, 이번엔 어느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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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미치게 만들지 마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3
로버트 서먼 지음, 정명진 옮김 / 민음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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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심리학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학문이다. 독심술까진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른 상대의 심리상태를 예측하여 미리 대비할 수도 있고, 때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내 마음의 고삐를 쥐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작년 이맘 때쯤 그 유명한 <설득의 심리학>을 접했는데 그 책을 계기로 심리학 서적은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그 후 대중적으로 씌여진 여러 심리학 서적을 접하곤 하는데 인간의 다양한 심리상태를 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7가지 욕망 - 시기, 탐식, 화, 게으름, 탐욕, 정욕, 자만'을 다룬 심리학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에 눈길이 간 건 무엇보다 '욕망의 심리학'이란 부제 때문이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없애고 싶어하는 7가지 욕망들. 그것들을 다룬 심리학이란 점이 흥미로웠다. 7가지 모두 궁금하지만 그 중 나의 고민 목록 중 하나인 <화>를 집어들었다.

<화>는 화에 대한 정의와 함께 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으로 시작한다. 기독교, 불교 등의 여러 종교적 시선과 동서양의 철학 속에 거론되었던 화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하며 화의 근원을 찾아간다. 화는 왜 생기는지, 그것은 다른 감정과 어떻게 다른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익한지 해를 끼치는지, 화를 내는 것과 참는 것 중 어떤 것이 좋을 지 등등의 문제를 옛 성현들의 글을 구구절절 인용하며 그 본질을 찾고자 한다.

작고 얇은 양장본인 이 책은 가벼운 외모와는 달리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는 꽤 묵직하다. 다른 대중적 심리학처럼 쉽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넘기기 시작했던 책장은 서문을 지나면서 자꾸만 빠져드는 깊이에서 헤어나질 못해 쉽게 넘어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이 책은 나같은 문외한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만만한 심리학 서적이 아닌, 보다 철학적이고 전문적인 책의 냄새를 풍긴다. 책 또한 역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닌가 보다.

책의 중반 쯤에 접어들자 그나마 흥미로운 부분들이 눈에 띄었는데, 화를 하나의 정신적 중독으로 보는 견해였다. 이 책은 화를 찾아가는 길의 도중에 여러 종교와 철학 사상들을 제시하긴 하지만, 과거 티베트 불교 승려였던 저자의 영향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불교 사상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불교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그나마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 불교가 아니라 인도 불교에 가까운 티베트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좀 생소하기도 하다.

저자가 온갖 어려운 말들과 난해한 인용구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화'를 이기는 것은 '용서'라는 것이다. 화는 나와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내면적 살인의 일종이고, 그 상처는 또다른 화를 불러 일으킨다. 그것은 결국 악순환을 일으킨다. 그것을 끊는 것이 바로 용서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한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면 미워하는 사람이 더 힘들 듯이 화도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화로 나를 상처내기 보다는 그것을 용서함으로써 나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화>는 인간의 기본 감정 중 하나인 '화'에 대해 보다 깊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주었으나, 아직 학식이 짧은 내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나와 같은 심리학 새내기보다는, 보다 심층적이고 깊이있는 책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더 반가운 책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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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 나를 바꾸는 아침
사토 덴 지음, 위귀정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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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하며 상쾌한 아침을 맞은 지가 언제였던가. 가만히 생각을 더듬어 보아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매일 맞는 아침이지만 아침은 언제나 힘들다. 저녁형도 모자라 올빼미형 인간인 내겐 더욱 그렇다. 밤이 깊어가도 눈은 말똥말똥하지만 아침만 되면 완벽한 폐인모드로 변신하는 나. 방바닥에 들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몸을 일으키며 떨어지지 않는 눈을 몇 번이나 치켜뜨지만 여전히 눈은 천근만근, 눈꺼풀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말을 실감하며 매일 아침 뻐근한 몸을 움직인다. 

습관이 생활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밤 늦게까지 깨어있는 나의 습관은 내 생활패턴을 저녁형으로 바꾸었고, 신체 리듬에 역행하는 습관 때문에 아침이면 늘 피곤을 호소하다보니 어느새 건강도 부쩍 나빠졌다. 아침보다 밤이 더 친숙한 나의 잠드는 시간은 점점 더 늦어졌고, 어느 순간 나의 아침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아침에 눈은 뜨고 있지만 이건 넋나간 사람마냥 정신을 못차리니 잠든 것만 못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늦게까지 깨어있다면 하루가 그만큼 길어져야 할 텐데 오히려 아침시간을 제대로 못 보내면서 하루의 절반 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해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아침형 인간이 우리 몸의 생체 리듬에 가장 근접한 생활이기 때문이다. 몸의 리듬에 맞춘 생활을 하다보면 건강을 비롯한 기타 여러가지 문제는 덩달아 해결이 된다. 그러나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패턴이 바쁜 현대 사회에선 가장 지키기 힘든 일 중의 하나가 됐다. 저녁형 인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나처럼 의지박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밤을 잊은 이 사회에 몸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셈이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굿모닝~'을 제목으로 내세운 <굿모닝-나를 바꾸는 아침>은 솔깃해지는 제목만큼 상큼한 표지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주어진 아침이 왜 중요한지, 그 아침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침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우리의 성공을 위해 아침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꿈을 이루는 52가지의 아침습관이 담겨있다.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며 고안해 냈다는 이 방법들은 대부분 무척 쉽고 간편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제는 바쁜 아침 시간에 이 방법들을 직접 실천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까닭에 '노력'이란 두 단어가 필요한 것이지만. ^ ^


저자가 제시한 52가지의 방법들은 대게 아침형 인간에 긍정적인 삶의 방식을 결합한 내용들로 나타난다.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꿈을 직접 글로 쓰고, 샤워를 하며 꿈을 선언하고 세수를 하며 꿈을 말하는 등 여러번 소리를 내어 꿈을 되새기고, 거울을 보며 웃는 것 등 하루의 에너지가 시작되는 아침을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 채우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마시고, 아침밥을 먹으며, 화장실을 가라는 등 기존의 일상적인 상식을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건강한 아침 습관을 만들길 강조한다.

그외 스트레스는 등에 쌓이니 매달리기나 물구나무서기 등을 권하며, 아침에 껌을 씹으면 치아를 맞물리게 함으로써 뇌가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고(껌에 포함된 유해성분은 어쩌라구요;), 일어나기 전에 주먹을 쥐면 손바닥 가운데를 자극함으로써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고 일어날 수 있으며, 같은 시간 화장실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잔변감이나 잔뇨감 없이 속을 비울 수 있는 실천적 방법(당장 실행해 보고 싶어지는 충동을 일으킨다!ㅋㅋ) 등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재미있는 사실 등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날의 일(과거 일기)과 오늘의 일(미래 일기)을 동시에 적는 '아침일기' 부분이었다. 조용한 아침시간에 나 자신과 조우하며 쓰는 '아침일기'는 나의 꿈과 시작될 하루계획을 직접 글로 옮김으로써 좀 더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하루에 대한 주문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여러 방법 중 특히 아침일기를 강조하는데, 그래서인지 본책을 사면 60일간 쓸 수 있는 아침일기장이 함께 들어있다. 더불어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면역력을 높이라는 부분을 상기시키듯 아침에 들으면 좋은 음악 시디 두 장도 함께 첨부되어 있다. (이러면 또 실행 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ㅎㅎ;)

<굿모닝-나를 바꾸는 아침>은 130쪽이 채 안되는 적은 분량 안에 나의 아침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담고 있다. 금방 읽고 덮어버릴 만큼 얇은 책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소개하는 방법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아침습관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52개의 방법 중 그 밑에 덧붙여진 보충설명이 너무 빈약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져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때때로 꿈을 이루는 상쾌한 아침과는 별반 상관없어 보이는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는 것도 좀 아쉬웠다. 책과 함께 아침일기장이나 음악시디가 함께 첨부되어 좋은 아침습관을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친절을 베푸는 것도 좋지만, 부록을 없애고 책값을 좀 더 낮춰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만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새벽을 살았다고 한다. 그만큼 아침 시간은 자신을 점검하고 시작되는 하루 일과를 설계하며 비전을 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현대사회의 온갖 유혹에 이끌려 그동안 잃어버리고 살았던 아침 시간들을 이 책과 함께 다시 되살려보자.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계획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그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꿈의 실현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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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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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알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어느 기사에서 읽은 그의 말(밑에 인용된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까닭에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너무나 대단한 인물이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가계 점원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마쓰시타 전기를 설립한 뒤 뛰어난 경영 이념과 감각, 통찰력으로 마쓰시타 전기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내셔널(national), 파나소닉(panasonic) 같은 상표가 마쓰시타 전기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허약하고 가난하여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그는 훗날 자신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세상의 쓴맛을 맛볼 수 있었고, 몸이 약했기 때문에 남에게 부탁하는 법을 배웠다. 학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 모두를 스승으로 여기고 가르침을 구했다. 이렇듯 내게 주어진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의식 중에도 긍정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길이 열렸을 것이다. (책날개 소개글 인용)"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역경을 기회로 바꾼 고노스케는 현재까지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원의 마음가짐>, <사업의 마음가짐>와 함께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시리즈'로 출간된 <경영의 마음가짐>은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책은 크게 두 개의 꼭지로 나뉘는데 1부 경영의 마음가짐에서는 경영의 기본과 인사관리에 관해, 2부 실천 경영 철학에서는 경영을 함에 있어 앞 일을 예견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등의 실제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고노스케의 조언이 담겨 있다. 각각의 내용은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의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부 내용은 각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제목으로 밝혀놓아 책을 순서대로 읽거나 특히 궁금한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좋다. 더불어 각 단락의 아래에는 핵심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되새길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처음엔 책의 구성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큰 주제를 담아 서술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마치 '~하는 100가지 방법'과 같은 책들처럼 '~하자'는 제목을 단 짧은 내용의 글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큰둥했던 첫느낌과 달리 책을 읽을수록 고노스케의 진심어린 경영철학이 그대로 느껴져 더이상 구성 따위는 문제가 안되었다. 아니, 오히려 각 단락에서 고노스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어떤 것을 강조하는 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되기도 했다.


1장 경영의 마음가짐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은 꼭 오너가 해야하는 것은 아니니 필요에 따라 전문경영인을 등용하고, 고객이 불평할 때가 최상의 마케팅을 펼쳐 고객과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하여야 하며, 재난이 있을 때는 문제점을 찾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 직원을 신뢰하고 사랑해야 사업도 더욱 잘 되며, 경영에 있어 자만은 금물이니 끊임없이 조언을 구하고 토론을 즐기고, 그와 함께 자유로운 의견이 오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리 오랜 신용도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질 수 있으니 매번 새로운 신용을 쌓아야 한다는 것과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겸허한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 아무리 오랫동안 쌓아온 신용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짓는 데 몇 년이 걸린 건물도 부수는 데는 3일이면 충분하다. 이처럼 무너지기 쉬운 과거의 신용만 붙들고서 앞으로의 경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손님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미래 무엇을 원할지 잘 살피고 이에 걸맞는 새로운 신용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자기의 상품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요체다. (35쪽)

2장 실천 경영 철학에서는 기업은 올바른 경영 이념이 있어야 하고, 인간 중심으로 경영해야 하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개인 기업도 넓게 보면 공적활동이니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성공했을 때는 운의 덕으로 돌려 교만에 빠지지 말고 실패했을 때는 내 탓으로 돌려 실패의 원인을 찾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중지경영'으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그의 말은 마쓰시타 전기를 세계기업으로 만든 그만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스씨타 고노스케가 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생활을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올바른 경영이념을 가지고 올바르게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사원들과 전문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사원과 거래처,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 기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경영자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기업인들도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의 지혜를 빌어 겸손과 배려의 마음을 잃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인간 중심의 올바른 경영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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