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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인생수업 -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20가지 인생 이야기
푸허녠 지음, 고보혜 옮김 / 이스트북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20가지 인생 이야기, <빌 게이츠의 인생수업>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대표자이자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컴퓨터계의 제왕 빌 게이츠. 그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소한 그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MS-DOS에 이어 Windows를 내놓으면서 컴퓨터 운영체제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마이크로 소프트. 초우량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독점기업 소송과 강압적 끼워팔기 등의 잡음이 있었지만 MS사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목이고, 그 중심에는 빌 게이츠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 뒤엔 그들을 이끌어준 멘토가 있다. 이 책은 빌의 핵심적인 멘토로 그의 아버지를 지목한다. 빌 게이츠의 거대한 성공을 가능하게 한 근원적인 힘이 아버지의 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처음 책소개를 봤을 땐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들려주는~'이란 문구로 인해 그의 아버지가 직접 쓴 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은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쓴 글이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푸허녠이란 작가가 실화에 바탕해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니 다른 분들은 나처럼 오해하지 않으시길.
<빌 게이츠의 인생수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20가지의 삶의 덕목들 - 용기, 창조, 열정, 슬기, 부, 신용, 인내, 관용, 예의, 운명, 박식, 경청, 잠재능력, 겸손, 신중, 도전, 성실, 우정, 기회, 집념을 다루고 있다. 모두 중요하고 소홀히 할 수 없는 삶의 자세이지만 이러한 자질들을 모두 갖추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첫 단계가 바로 교육, 그중에서도 인성교육이다. 이 책은 빌 게이츠의 아버지 헨리 게이츠가 아들에게 전했던 인생의 교훈은 물론 자녀를 이끌어 줄 부모의 자세에 대해서도 함께 들려준다.
이 책에 실려있는 20가지 이야기는 모두 '소년 빌, 아버지의 이야기 수첩, 부자의 대화, 빌의 성공 스토리, Bill's note'이란 형식을 띠고 있다. 매 단락 하나의 삶의 자세가 주어지면 그에 대한 주관적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어린 빌의 에피소드를 통해 문제를 제시하는 '소년 빌', 그런 아들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의 이야기 수첩', 이야기를 듣고 함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부자의 대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른 빌 게이츠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빌의 성공 스토리'가 이어진다. 마무리로 각 단락에서 언급한 교훈에 대해 독자의 생각을 펼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Bill's note'가 제시된다.
이런 형식에 맞춰 책의 내용을 보자. 책 속의 소년 빌은 성장하는 아이답게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소년 빌). 그때마다 아버지가 짠~하고 나타나 그가 처한 상황을 비유한 이야기(주로 우화)를 들려준다(아버지의 이야기 수첩). 가끔 좀 엉뚱하다 싶은 우화가 있음에도 너무나 명석한 우리의 어린 빌은 이야기의 핵심을 콕콕 짚어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바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거나 문제의 답안을 찾는 모범적인 자세를 보인다. 아버지가 그를 대견스럽게 바라봄은 물론이다(부자의 대화). 어른이 된 빌은 어린날 아버지로부터 배운 삶의 교훈을 견지하며 성공을 일구어 간다(빌의 성공 스토리).
여기에서 보여지는 아버지의 교육방법 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아버지의 이야기'와 '부자간의 대화'를 통한 아버지의 교육방법이다. 아버지는 문제에 맞닥뜨린 아들에게, 문제의 답을 알려주거나 즉각적인 체벌로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 상황을 빗댄 우화를 들려준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깨달아 해결점을 찾고, 문제점을 반성할 수 있게 대화로써 유도한다.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숟가락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의 교육이 있었기에 지금의 빌 게이츠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인생수업>은 에피소드와 우화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도 쉽고 재미도 있다. 어린 시절의 빌과 어른 빌의 이야기를 앞뒤로 배치해 삶의 교훈을 통해 변화된 빌의 모습을 한 눈에 보여주고, 빌의 성공을 통해 그 교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단락마다 소개되는 일화가 나이에 따른 순차적 구성으로 되어 있어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가 어떻게 성장했고 성공을 이뤘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우화와 그 풀이다. 스무 개의 교훈에 맞게 실린 스무 가지의 우화는 마치 따로 우화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다양하고 흥미롭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들을 만한 내용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깊은 삶의 교훈을 담고 있다. 그리고 우화 들려주기가 끝나면 아버지와 빌의 대화를 통해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교훈을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어 독자들은 같이 생각하고 함께 음미할 수 있다. 단락 끝에는 항상 서너 개의 질문을 실어둠으로써 그 단락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을 되새김질 할 수 있게 세심히 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질문들은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기에 좋을 듯 하다.
그러나 이 책에도 몇 가지 아쉬움이 보인다. 아버지는 어떻게 매번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를 망설임없이 꺼낼 수 있을까. 6살, 8살의 어린 빌이 어떻게 그런 심오한 원리를 이야기 하나로 금새 깨달을 수 있을까. 어린 빌과 아버지의 대화를 읽고 있자면 빌의 사고력이나 어휘 구사력은 어른이나 진배없다. 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의 입에서 신용이나 관용, 이적이란 쉽지 않은 용어가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나오다니. 물론 그것이 그 단락에서 부각시키고자 하는 주제어고 원래 사용된 영단어는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있겠지만, 번역시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 어휘를 선택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작가는 이 이야기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도 있고 사실에 입각해 재구성한 내용도 있다고 고백(?)한다. 더구나 매 회 망설임없이 들려주는 아버지의 우화는 진짜 빌의 아버지가 빌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아니라 작가가 세계 각국에 전해오는 유명한 이야기 중에서 선별해서 실은 거라고. 그러니 아버지의 놀라운 이야기 솜씨는 바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모습인 셈이다. 제 3자가 쓴 글인 만큼 약간의 각색은 피할 수 없겠지만,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한 글인 만큼 이왕이면 사실에 입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결국 이 글에은 사실에 가까운 빌의 일화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된 아버지의 우화라는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빌 게이츠의 인생수업>은 나름의 장점이 더 크게 보이는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포함되긴 했지만 빌 게이츠라는 거물을 키워낸 그의 아버지가 행했던 교육 방법을 통해 자녀를 교육하는 방법과 인생을 살아가야 할 자세 등을 친근하게 알려주고, 스무 가지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책이었다. 또한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아이를 둔 부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꿈꾸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길을 안내해 주는 반가운 책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 오탈자
1) 222쪽 7줄 : 어른 → 얼른 (설마 어른만 도망가란 이야기는 아니겠징? ㅡㅡ?)
2) 251쪽 17줄 : 덤벙되고 → 덤벙대고
3) 270쪽 3줄 : 다른 사람 앞에 " 빠짐
4) 299쪽 18줄 : 천재받는 → 천대받는
5) 50쪽 13줄 : 위풍당당하게 철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위풍당당' : 풍채나 기세가 위엄 있고 떳떳함.
원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위풍당당'이 풍기는 '떳떳하고 당당한' 느낌과 군사의 '철수'는 서로 어감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물론 자진철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적절한 단어를 찾아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 226쪽 맨 밑줄 : '이적' → 오탈자는 아니지만.. 11살 아이가 쓰기엔 '이적'보다는 '기적'이 더 어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