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얼마전 출산 휴가를 마치고 주말 저녁뉴스 단독 앵커로 화려하게 복귀한 김주하가 이번엔 브라운관이 아니라 책으로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이름과 얼굴이 커다랗게 박힌 책,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가 바로 그것. 고급스런 외모를 뽐내며 내 손에 안착한 책을 보며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궁금해 하며 얼른 책을 펼쳤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내리 연속해서 한 눈 팔지 않고 다 읽어버렸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아이참~ 글까지 너무 잘 쓰시는군!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듯 나 또한 '김주하'라는 이름 석 자에 맘이 동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이제껏 그녀가 쌓아온 지적이고 당찬 이미지가 일종의 신뢰감을 전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김주하라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들로만 채워져 있는 자서전류의 책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아나운서로 기자로 겪은 일들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한 마디로 '인간' 김주하보다 '방송인' 김주하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인 셈이다.
처음엔 책 제의를 받았을 땐 보도국의 전설적인 취재 경험들을 모아 책으로 엮으려고 했단다. 그러나 사실이 전설이 되어 전해지면서 원래의 정확한 이야기를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대신 자신이 직접 겪은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 책에는 김주하 본인이 기자로 뉴스를 취재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 앵커로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뒷이야기들이 비교적 생생하게 실려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방송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최소한 내게는) 성공한 듯 하다.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는 총 22 개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보에 목말라 하며 취재를 다닌 이야기, 사회부 기자로 취재 다니는 동안 겪었던 각양각색의 화나고 안타까웠던 일들,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동안 생긴 당황스런 일들과 환의의 순간들, 그리스 출장과 독도 출장 동안의 험난했던 경험들이 그동안 그녀와 함께 했던 뉴스와 어우러져 담겨 있다. 아테네 올림픽 때 그리스 여신 복장으로 화제가 된 뒷이야기, 각종 사건사고 뒤의 안타까운 모습들, 진실을 찾기 위한 외로운 과정 등 하나하나 모두 흥미로웠다. 또한 자신이 취재했던 뉴스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때는 이야기 말미에 뉴스에 보도된 내용 그대로를 지면으로 옮겨두었는데, 마치 티비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듯 특유의 억양이나 말투까지 고스란히 들리는 듯 하다.
이 책은 취재와 생방송의 긴박함이 주를 이루지만 이외에도 김주하 개인의 이야기도 간간이 등장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던 시간들과 아나운서가 된 뒤에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최선을 다하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이야기들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손석희 아나운서와의 일화가 소개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손석희'라는 완벽주의의 혹독한 스승을 만나 제대로 단련되었기에 그녀 말처럼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방송국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선배 여자 아나운서들이 받아야 했던 차별과 지속적인 건의와 투쟁으로 그것들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같은 여자로서 많은 부분 공감됐다.
더불어 가장 많이 웃었던 곳은 (고생한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비무장 지대에서 뉴스를 진행할 때 벌인 벌레와 사투(?)였다. 뉴스를 전하기 위해 입을 벌리자 벌레가 입속으로 날아들었는데 티내지 않고 그대로 하느라 애먹었다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삐져나왔다. 그 장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월드컵의 환희를 떠올린 부분에선 나도 그날의 기쁨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했고, 황우석 박사의 사태에 대한 언급에선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기분이 착찹했다.
김주하와 뉴스, 뉴스와 김주하의 모습을 담은 책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는 이렇게 자신이 다루는 일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녀의 이름을 내세운 제목만 보고 다른 유명인들의 에세이처럼 성공 스토리나 소소한 개인적인 일상을 담은 인간 김주하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스를 대하는 그녀의 진지한 자세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몰입하며 즐기는 방송인 김주하의 이야기를 기다렸다면 나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김주하'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처럼 앞으로도 당차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그녀가 되길 바라며, 살며시 그녀의 다음 책을 기다려 보련다.
* 오탈자 - 42쪽 맨 마지막 줄 : 해야 되요 → 해야 돼요 ('되어요'의 준말이니 '돼요'가 옳은 표현)
* 오탈자는 아니지만.. 14쪽 밑에서 4 번째 줄 띄어쓰기 : 할 지점을한국어가 → 할 지점을 한국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