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페라 올리브 리프트 나이트 젤 마스크(수면팩) - 70ml
클리오
평점 :
단종


페리페라 제품을 알게 된 건 선크림을 통해서였지요. 선크림이 다 떨어져 이것저것 찾다가 페리페러 굿바이 선크림을 만났는데, 리뷰가 하나같이 좋더라구요. 사람들마다 피부타입이 다르니 리뷰를 모두 믿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좋다는 말 뿐이라 속는 셈치고 구입했었답니다. 페리페라라는 브랜드를 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써본 적도 없어서 좀 걱정이 되었었거든요. 근데 정말 좋더라구요. 케이스도 예쁘고 장미향도 좋고 무엇보다 끈적이지 않고 쏙 흡수하는 게 정말 맘에 들었답니다. 그 인연이 수분크림을 거쳐 올리브 리프팅 나이트 젤 마스크까지 이어졌네요.

얼마전에 페리페라에서 홈케어라인으로 크림 4종세트가 출시되었더군요. 히팅팩, 화이트닝 크림, 데이크림과 요기~ 사진에 있는 나이트 젤까지.. 케이스도 앙증맞고 제품소개의 사진을 보니 크림 색깔들이 어찌나 예쁜지, 좀더 정확히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화장품인데도 보고 있자니 입에 침이 고이더라구요. ㅎㅎ 4종 세트를 모두 갖추고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우선은 푸석푸석한 제 피부에 가장 필요한 수면팩인 올리브 리프팅 나이트 젤 마스크를 사용해 보았답니다.

일단 케이스 정말 귀엽습니다. 전에 수분팩은 세련된 느낌이었는데, 이번 수면팩은 동글동글하니 귀엽다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드네요. 크기도 손에 잡으면 딱~ 잡히는 크기랍니다. 용기의 색깔도 페리페라의 다른 제품들처럼 핑크라인이라 좋아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페리페라 케이스 색깔이나 디자인 너무 예쁩니다. 딱 제 취향이에요. ^^ 뚜껑을 열면 저렇게 속뚜껑이 나옵니다. 속뚜껑도 살짝 열면 위의 사진처럼 노~~란 크림이 모습을 드러내지요. 색깔이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더라구요. ^^

향은 무척 달콤하네요. 올리브향이라기 보단 달콤한 바닐라향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제가 올리브향을 잘 몰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색깔이나 향이나 정말 사랑스럽답니다. 달콤한 향을 맡고 있자면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이는;; 왠지 먹어도 맛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요. ㅎㅎ 그런데 처음엔 향이 넘 강해서 코가 좀 아프더라구요. 자꾸 쓰다보니 익숙해지지만. 달콤하고 사랑스런 향이지만 조금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주위에 무척 민감한 언니가 있어서;) 향이 조금만 더 은은했다면 더 좋을 듯 싶어요.

크림은 이름처럼 젤형식으로 되어있는데요. 조금 떠서 얼굴에 펴바르면 무척 가볍고 경쾌하게 발린답니다. 젤이라 크림보다 퍼짐성 발림성이 더 좋아요. 제품 자체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고 무척 부드럽게 발리고 흡수도 잘 되네요. 또한 따로 차게 보관하지 않는데도 시원한 느낌도 들구요. 마치 샤베트를 바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노란 색깔과 달코한 향에 시원하고 보들보들한 느낌까지.. 조합하면 바닐라 샤베트? 같은 느낌이랍니다. ㅎㅎ

끈적임도 없고 흡수도 빨라서 얼굴 전체에 펴바르고 몇 번 톡톡 두드려주면 조금만 지나도 거의 흡수가 되어 버려요. 요즘같이 건조한 가을겨울에는 너무 빨리 흡수되는 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끈적이는 것보단 훨씬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자기 전에 얼굴 전체에 듬뿍듬뿍 발라준답니다. 나이트 젤 마스크 바르고 자면 다음날 아침에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를 만날 수 있어요. ^^ 리프팅 효과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리프팅이 하루이틀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사용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페리페라 올리브 리프팅 나이트 젤 마스크는(헉헉; 이름이 넘 길어요;; ^^;) 벗겨내거나 씻어내는 타입이 아닌, 그냥 바르고 바로 잘 수 있는 수면팩이라 여러모로 편하네요. 올 가을과 겨울엔 요~제품으로 피부 건조에 대처해야겠어요. 저처럼 겨울이 되면 건조한 피부 때문에 걱정이신 분들에게 좋은 제품인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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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 <열하광인>이 나왔다. 제목에서부터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떠오르는 이 소설은 틀에 박힌 고문의 형식을 따르기보다 자유로운 문체와 내용으로 씌여진 연암의 『열하일기』를 주요쟁점으로 등장시킨다. 새로운 사상과 문체로 대표되는 신진세력인 백탑파와 그들의 도전을 무마시키려는 기존세력, 그리고 그 가운데 왕의 정치적 위치를 지키려는 정조대왕 사이에 피어나는 갈등은 소설 속에서 기존의 선비들이 숭상하던 틀에 박힌 고문의 형식이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체로 씌여진 『열하』(소설 속 『열하일기』)로 응축된다. 『열하』를 금서로 정한 왕과 기존세력, 그래도 『열하』가 보여주는 새로움을 버릴 수 없는 '열하광'들,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종친이자 '열하광'의 일원인 이명방은 은밀히 열리는 '열하광'의 모임에 참석하려다 정체불명의 괴한들을 만난다. 의금부도사답게 그는 뛰어난 무예로 괴한들을 물리쳐 위기를 벗어났지만 다른 멤버들의 안위가 궁금해 두미포로 향했다가 열하광의 다른 일원인 역관 조명수가 자신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설상가상으로 정조로부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벗인 백탑파를 살피고 그중 『열하』를 읽는 자를 색출해 고하라는, 간자(間者) 즉 스파이 노릇을 하란 어명까지 받는다.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고 사모하는 스승과 벗들인 백탑파와 조선의 군왕인 정조의 어명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이명방에게 두미포에서 조명수의 시신이 떠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커다란 함정 속에 빠져든다.

<열하광인>은 한 편의 잘 짜여진 역사추리소설이다. 역사소설답게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에 적응해 몰입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어진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계속 쏟아지고, 억울하게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채 필사적으로 진범을 찾아내려는 이명방을 좇아 독자인 나도 작가와의 머리 싸움을 시작한다. 진범을 향한 숨막히는 추적과 반전에 반전을 더해가던 이야기는 이명방의 단짝이자 '꽃미치광이(그의 호인 '화광(花狂)'을 풀어쓴 말)'인 김진이 등장으로 새로운 기로를 맞는다. 벗을 위해 해결사를 자처한 '천재 탐정' 김진의 활약으로 드디어 꼭꼭 숨어있던 범인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순간 그간 작가의 덫에 걸려 허우적댔던 이명방과 나는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해진다. 속았다~싶으면서도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이 얼얼함, 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 것일 게다.

<열하광인>은 작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뿌리 깊은 나무>와 <영원한 제국>에 이어 꽤 오랫만에 푹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은 한국형 팩션이다(올해 읽은 <바람의 화원>도 재미있었지만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부흥하지 못한 약간의 거부감이 내 발목을 잡았다;). <뿌리 깊은 나무>가 '한글창제'를, <영원한 제국>이 '정조독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열하광인>은 새로운 사상과 문체의 대표작인 『열하일기』를 금서로 정하고 고문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 정조의 '문체반정'을 사건의 중심축에 놓는다. 최근 각종 소설과 티비 드라마에서 조선후기 개혁군주로서 정조대왕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열하광인>은 정조대왕의 업적 중 어두운 부분인 '문체반정'과 그에 대응하는 백탑파의 갈등을 소설의 중심에 끌어놓는다. 물론 작가는 시대에 역행하는 '문체반정'이란 결단을 내리면서까지 '군왕'의 자리를 지켜야 했던 정조대왕의 고뇌도 놓치지 않고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금서로 정해졌음에도 많은 이들을 더욱더 빠져들게 했던 책 『열하』와 그런 『열하』에 대한 애정을 끊을 수 없었던 열하광인들에게 더욱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바로 <열하광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열하광인>은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아쉽게도 백탑파 시리즈의 앞선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과 <열녀문 이야기>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채 세 번째 이야기인 <열하광인>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기에 앞선 이야기들을 읽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해에 전혀 어려움은 없다. 그럼에도 순서대로 책을 읽어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이어온 등장 인물들 간의 인연들을 제대로 느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순서가 좀 바뀌긴 했지만, 이제 <열하광인>을 덮었으니 다시 백탑파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던 <방각본 살인사건>을 들춰볼까 한다.



참, 이책엔 잊혀졌거나 어느새 사라져버린 우리말과 옛말들이 참 많이 나온다. 각 바닥마다 주석이 몇 개씩 달릴 정도니 전체적으로 볼 때 꽤 많은 양일 것이다. 처음엔 매번 주석을 보려니 읽는 속도가 더뎌져 조금 성가셨는데 읽을수록 몰랐던 우리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록 책을 덮음과 거의 동시에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고운 우리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더욱 즐거웠던 책이 아닐까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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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
로이 볼턴 지음, 강주헌 옮김 / 도서출판성우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미술붐과 함께 그림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어쩌면 미술분야에 관한 나의 관심이 최근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림에 대한 기본지식도, 안목도 부족하지만, 그래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올해 유난히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책을 많이 접했는데 그책들을 통해 알게된 지식이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낯설었던 이름들도 어느새 익숙하게 다가왔고, 도대체 왜 유명한지 이해하지 못했던 그림들도 작가가 전해주는 역사적 의의와 감상 포인트 등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책들마다 각자의 시선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해설을 비교하며 그 안에서 나의 감상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책 또한 그런 책 중의 하나였다.

<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미술사를 대표할 만한 150장의 명화를 통해 인류가 지속해온 그림의 역사를 보여준다. 고대시대 벽화로부터 이어져온 그림의 유구한 역사와 그 세월동안 완성된 수많은 작품들을 생각해 볼 때 겨우 150장으로 그림의 역사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로 보일 수도 있는 이러한 시도는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대중들에겐 미술사에 대한 개략적인 밑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유럽미술로 대표되는 서양 중심의 미술사에서 조금 더 시선을 넓힌다. 그 예로 그림의 역사를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시작한다. 기존에 접했던 많은 미술사책이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미술을 대개 그 시작점으로 정했던 것을 생각할 때(안그런 책들도 많지만) 꽤 흡족한 출발이었다. 곧 그리스ㆍ로마로 넘어가 버리긴 하지만. 

더불어 중간중간 간단하게나마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의 그림들도 다루고 있는데, 중국ㆍ일본(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빠져서 굉장히 섭섭했다. 물론 우리 미술이 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서양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위력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의 그림들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와 남미 등의 그림들도 소개하고 있다. 비록 소개된 그림의 수가 극히 일부 지역의 것이고 그 그림들을 보는 시선이 서양인 중심적인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지역에서 내려온 그림들을 함께 아우르려 노력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림의 역사'라는 제목답게 고대미술에서부터 잭슨 폴록이나 앤디 워홀 같은 최근의 화가들과 작품들까지 다루고 있어 과거의 그림들에서 현대의 그림으로 넘어오는 흐름과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그동안 읽은 책들이 대부분 과거의 명화들을 다룬 책이었기 때문에 현대미술을 접해볼 기회가 적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책은 깊이보다 넓이를 지향하는 책이라 단편적인 면만을 접하긴 했지만 기존에 몰랐던 다양한 작가를 접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는 그림의 역사를 고대에서 현대까지 각 시대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각 단락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그림의 내용과 그것을 그린 화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각 단락에는 그림 소개에 앞서 그 시대 그림의 특성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덧붙여 미술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책은 150장이라는 한정된 그림수로 인해 화가마다 각 한 작품씩만 소개하고 있는 까닭에 대부분 그들의 대표작이 실려있는데, 종종 기존에 당연시 여기던 대표작들과 다른 작품들이 실려있어 눈길을 끈다. 그 작품들을 보며 저자의 개성적인 시각을 살짝 엿보기도 한다. 가끔 수긍이 안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시선을 본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이책은 장점이 많은 책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권의 책에 다양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쉽게 미술사의 개략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작품마다 그림과 화가에 대한 설명을 나누어 실어두었고, 소개하는 그림을 비교적 큰 판본으로 싣고 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은 설명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다만 한 권 안에 많은 작품을 다루려다 보니 각 작품마다 깊이있는 설명이 부족하고, 여러 그림들이 쭈욱 이어지는 구성이다보니 그림을 그에 대한 설명보다 뒤에 두는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제한된 지면상 편집에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뒷장을 넘겨 그림을 보고 다시 앞의 설명을 읽는 것이 조금 번거로웠다. 좌우 한 면에 그림과 해설이 실려 한 눈에 딱 들어오는 깔끔한 편집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비용의 문제가 있으니 주머니 얇은 나로선 그냥 여기에 만족할 수 밖에;

아참, 책의 머리말은 저자가 너무 많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읽는 동안 좀 지루했는데, 오히려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보니 훨씬 재미있었다. 여전히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미술사에 대해 기본지식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책을 다 읽은 후에 머리말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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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엔 몰랐는데 나도 책의 겉모양을 꽤나 따지는 모양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것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책구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엔 책표지에 흔들리는 나를 종종 만나곤 한다. 이책도 그중 하나였다. 고백하건데 내겐 남모르는 지병이 하나 있다. 대학시절 한동안 별에 미처 살았기에(그렇지만 지식은 거의 없다;) 별보러 밤산행하던 추억이 몸 속 어딘가에 남아 '별'과 관계된 것만 보면 우선 눈이 번쩍, 귀가 솔깃해지는 병. 아마 우리 동아리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한때 별에 빠져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아직 이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각설하고, 그런 이유로 밤하늘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별을 표지로 내려놓은 이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작 읽어보니 표지의 청초한 별은 책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낚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그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책에 등장하는 우시아나 마을은 도쿄에서 바로가는 버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번 갈아탄 버스로 산 넘고 물 건너 가고가고 또 가야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는 깡촌이다. 거기다 고립된 자연 덕에 타지방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의 강도높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오죽하면 우시아나말과 도쿄말을 함께 하는 신이치를 보고 2개 국어를 한다고 표현하겠는가(이 부분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가끔 제주방언을 들으면 어떨 땐 다른나라말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우시아나 마을의 사투리가 제주 방언 만큼 특색있는 모양이다; 근데 제주방언, 들을수록 정감가고 좋지 않은가. ^^). 이런 우시나와 마을도 여느 농촌 마을처럼 해마다 줄어드는 젊은 사람들로 고민에 빠져있다. 올해도 벌써 두 명이 도시로 나가고 어느새 마을에 남은 청년은 고작 8명 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우시아나 마을 청년회는 유일하게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한 우시아나의 '브레인'이자 청년회 회장인 신이치를 필두로 본격적인 '마을 맹글기'에 돌입한다. 

큰 기대를 걸고 도착한 도쿄, 그러나 그들은 곧 자금의 벽에 부딪치고 우여곡절 끝에 망하기 직전의 소규모 광고사인 유니버셜 광고사를 만나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한다. 그러나 워낙 오지에 위차한 데다 별다른 볼거리도, 먹거리도, 즐길 거리도 없는 그냥 평범한 농촌 마을인 우시아나에서 광고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오로로콩과 곰베새, 혼령을 불러내는 다마기리, 그리고 마을 한쪽에 위치한 용산호수 정도. 결국 그들은 용산호수에 가짜 괴물을 출연시켜 찍은 사진을 언론에 유포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은 서서히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가짜 괴물은 또다른 파란을 몰고 오지만 의외의 사건이 그들을 구출하고 우시아나는 괴물이 아닌 미녀에 의해 새로운 장소로 각광받는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에 또다른 깜짝 선물 하나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물론 해피엔딩감으로.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는 쓰러져가는 농촌 마을을 다시 일으키려는 마을 청년회 사람들의 눈물겨운(그러나 실제론 너무 웃기는;) 농촌마을 부흥 프로젝트다. 그런데 일이 전개되는 상황과 달리 곳곳에서 웃음을 짓게 된다. 마을청년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을 청년들의 엉뚱함과 능청스러움은 이 소설의 즐거움이다. 농촌 청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시골 마을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 또한 좋다. 다만 사건의 위기를 '그녀의 뜻밖의 결심'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해버린 것과 모든 질타를 무마시키고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낸 그녀의 선택이 그리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책의 가장 앞머리에 등장하는, 6년에 한 번 피어내는 꽃의 색깔로 마을의 흉조와 길조를 알려준다는 개불꽃은 책의 중후반부에 한 번 더 등장한다. 용산호수를 취재하기 위해 나온 미녀 앵커 료코에 의해. 그리고 꽃을 보며 한 그녀의 말은 작가의 말을 대신해 준다. "하양이 셋, 빨강이 둘. 좋은 일이 세 가지, 나쁜 일이 두가지. 뭐, 다 그렇지요. 좋은 일이 하나 많으면 된 거죠." 그렇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래도 좋은 일이 하나 더 많으면 그걸로 족하지 아니한가. 







* 구시렁구시렁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일본어 번역 제목인 <호밀밭에서 붙잡아서>를 패러디한 거라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 번역본의 패러디로 바꾸자면 『오로로콩밭의 파수꾼』 정도? 그런데 책제목을 들을 때마다 '붙잡아서'의 목적어인 '~을'이 빠진 빈자리의 허전함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 건가;; 일본어에 대해선 히라가나도 모르는 무식쟁이인지라 원어에서 품사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모르겠지만(몰라서 따지지도 못하는 이 슬픔;), 우리나라말로 바꾸었다면 최소한 우리말 어법에 맞게 번역해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매번 오로로콩밭에서 '대체 무얼' 붙잡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곰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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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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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마다 제각각 자신만의 사연이 담긴 책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각별히 아끼는 책 한 권쯤은 있지 않을런지. 책과의 추억을 더듬다보니 내게도 몇몇 책들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할 정도로 푹 빠져들어 읽었던 이은상 님의 <소설 동의보감>, 고딩 야ㆍ자시간에 로맨스 소설을 읽는 친구들 틈에서 꿋꿋하게 읽었던 <테스>ㆍ<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고전들, 뒤늦게 읽기 시작해 마지막엔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던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알게된 뒤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남아있는 쌍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 등등. 기억을 따라가다보니 굴비마냥 책들이 줄줄 엮여져 나온다. 그리고 추억과 함께 그때의 감흥이 슬며시 전해진다.

또한 책내용이 아닌 '책'이란 사물 자체에 관련된 추억들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친구의 책장에서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웠던 기억, 같은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서먹했던 사람과 친해진 경험, 고심끝에 선물한 책을 상대가 흡족해할 때의 뿌듯함, 헤어진 누군가가 남긴 책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씁쓸함, 힘들 때 한 권의 책으로 힘을 얻었던 일들, 반면 누군가 때문에 그책까지 싫어하게 된 일들까지.. 하나하나 떠올리다보면 의외로 책과 얽힌 소소한 추억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다.


가쿠타 미쓰요의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는 이렇게 책과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책의 주인공들은 낯선 곳에서 우연히 익숙한 책을 만나기도 하고, 외로울 때 한 권의 책을 좋은 친구 삼기도 한다. 우연히 펼친 책 사이에 타인의 편지를 발견해 읽기도 하고, 책을 통해 아픈 이별을 실감하거나 새로운 사랑을 만나거나 옛사랑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책에 얽힌 웃지못할 나만의 특별한 사연이 있기도 하고, 책을 통해 어린날의 따뜻했던 추억이나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게 되기도 한다. 

그중 『여행하는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일 먼저 읽은 단편이기도 하지만, 대학시절 헌책방에 판 책을 네팔과 아일랜드의 헌책방에서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만약 내가 그의 입장이 된다면 난 그때 어떤 기분일까, 세계를 누벼 다시 나를 찾은 책이 놀랍고 반갑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론 팔아버린 그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몇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가 끝나고, 그때서야 이책이 단편집인줄 알았다. 그 신기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며 무궁무진하게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거라 상상하며 흥분했는데.. 이런 허무함이; orz

그렇지만 곧이어 펼쳐지는 또다른 색깔의 책이야기들도 그에 못지 않게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 서점에서 훔친 책을 들고 그 서점을 다시 찾은 작가의 이야기인 『미쓰자와 서점』, 발렌타인날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며 조바심을 내는 『첫 발렌타인데이』, 같은 책장에서 서로의 책을 나누며 헤어짐을 실감하는 『그와 나의 책장』, 웃지못할 저주(?)가 담긴 책이야기를 전하는 『불행의 씨앗』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외 다른 단편들도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듯한 일상의 소재에 책을 엮어 풀어낸 이야기들이라 모두 좋았다.


가쿠타 미쓰요는 <이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통해 처음 만났는데, 알고보니 <대안의 그녀>로 꽤 많은 독자를 거느린 작가라고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담담하면서도 약간은 건조한 듯한 글들이 바나나와 가오리를 연상하게 한다. 바나나를 통해 처음 일본소설을 접했고, 가오리의 책으로 흥미를 느꼈으며, 오쿠다 히데오와 이사카 고타로를 읽으며 지금의 일본소설을 헤엄쳤다. 그러다 그 코믹함도 슬슬 지겨워질 무렵 다시 조용히 일상을 이야기하는 가쿠타 미쓰요를 만났다. 이책에 실린 단편들은 '책'을 매개로 한다는 것 외엔 무척이나 소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짧은 이야기 속에 여운을 뿌린다.

<이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책'을 담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눈길이 머물 책이 아닐까 싶다. 잠깐 머무르며 쉬어가도 괜찮을 듯도 하다. 이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또한 책속에 담고 있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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