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
로이 볼턴 지음, 강주헌 옮김 / 도서출판성우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미술붐과 함께 그림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어쩌면 미술분야에 관한 나의 관심이 최근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림에 대한 기본지식도, 안목도 부족하지만, 그래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올해 유난히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책을 많이 접했는데 그책들을 통해 알게된 지식이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낯설었던 이름들도 어느새 익숙하게 다가왔고, 도대체 왜 유명한지 이해하지 못했던 그림들도 작가가 전해주는 역사적 의의와 감상 포인트 등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책들마다 각자의 시선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해설을 비교하며 그 안에서 나의 감상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책 또한 그런 책 중의 하나였다.

<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미술사를 대표할 만한 150장의 명화를 통해 인류가 지속해온 그림의 역사를 보여준다. 고대시대 벽화로부터 이어져온 그림의 유구한 역사와 그 세월동안 완성된 수많은 작품들을 생각해 볼 때 겨우 150장으로 그림의 역사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로 보일 수도 있는 이러한 시도는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대중들에겐 미술사에 대한 개략적인 밑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유럽미술로 대표되는 서양 중심의 미술사에서 조금 더 시선을 넓힌다. 그 예로 그림의 역사를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시작한다. 기존에 접했던 많은 미술사책이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미술을 대개 그 시작점으로 정했던 것을 생각할 때(안그런 책들도 많지만) 꽤 흡족한 출발이었다. 곧 그리스ㆍ로마로 넘어가 버리긴 하지만. 

더불어 중간중간 간단하게나마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의 그림들도 다루고 있는데, 중국ㆍ일본(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빠져서 굉장히 섭섭했다. 물론 우리 미술이 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서양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위력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의 그림들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와 남미 등의 그림들도 소개하고 있다. 비록 소개된 그림의 수가 극히 일부 지역의 것이고 그 그림들을 보는 시선이 서양인 중심적인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지역에서 내려온 그림들을 함께 아우르려 노력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림의 역사'라는 제목답게 고대미술에서부터 잭슨 폴록이나 앤디 워홀 같은 최근의 화가들과 작품들까지 다루고 있어 과거의 그림들에서 현대의 그림으로 넘어오는 흐름과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그동안 읽은 책들이 대부분 과거의 명화들을 다룬 책이었기 때문에 현대미술을 접해볼 기회가 적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책은 깊이보다 넓이를 지향하는 책이라 단편적인 면만을 접하긴 했지만 기존에 몰랐던 다양한 작가를 접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는 그림의 역사를 고대에서 현대까지 각 시대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각 단락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그림의 내용과 그것을 그린 화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각 단락에는 그림 소개에 앞서 그 시대 그림의 특성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덧붙여 미술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책은 150장이라는 한정된 그림수로 인해 화가마다 각 한 작품씩만 소개하고 있는 까닭에 대부분 그들의 대표작이 실려있는데, 종종 기존에 당연시 여기던 대표작들과 다른 작품들이 실려있어 눈길을 끈다. 그 작품들을 보며 저자의 개성적인 시각을 살짝 엿보기도 한다. 가끔 수긍이 안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시선을 본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이책은 장점이 많은 책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권의 책에 다양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쉽게 미술사의 개략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작품마다 그림과 화가에 대한 설명을 나누어 실어두었고, 소개하는 그림을 비교적 큰 판본으로 싣고 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은 설명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다만 한 권 안에 많은 작품을 다루려다 보니 각 작품마다 깊이있는 설명이 부족하고, 여러 그림들이 쭈욱 이어지는 구성이다보니 그림을 그에 대한 설명보다 뒤에 두는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제한된 지면상 편집에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뒷장을 넘겨 그림을 보고 다시 앞의 설명을 읽는 것이 조금 번거로웠다. 좌우 한 면에 그림과 해설이 실려 한 눈에 딱 들어오는 깔끔한 편집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비용의 문제가 있으니 주머니 얇은 나로선 그냥 여기에 만족할 수 밖에;

아참, 책의 머리말은 저자가 너무 많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읽는 동안 좀 지루했는데, 오히려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보니 훨씬 재미있었다. 여전히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미술사에 대해 기본지식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책을 다 읽은 후에 머리말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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