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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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좋아하는 영화 <비포 선셋>은 주인공인 제시와 셀린느가 10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으로 긴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10년이란 세월 후 그들이 처음으로 만난 곳은 서점, 그것도 파리에서 유명한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였다. 작가가 되어 파리를 찾은 제시가 책들이 빼곡한 서점 안에서 사인회를 하고, 서점 한구석에 서서 그런 그를 지켜보던 셀린느. 그들 뒤로 화면을 가득 채우던 서점의 모습이, 높은 천장까지 다다른 책장에 책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서점의 풍경이, 화면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듯한 그 책향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노란 간판의 초록색 문까지. 그것 때문인지 가지런히 꼽힌 책사진의 표지와 '셰익스피어 & 컴퍼니'라는 부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바로 영화 속에 나오는 서점의 모습이었다.


책제목에 맘이 달떠 표지를 넘기자 책날개에 얹혀진 저자의 이력에 눈길이 간다. 한편의 영화같은 파란만장한 과거가 나의 호기심을 부추겨 재빨리 본문으로 눈길을 돌리자 그의 화려한(?) 지난날들의 면면이 책속에 펼쳐진다. 캐나다 중소도시의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한창 잘나가며 방탕한 생활을 하던 저자 제레미 머서는 어느날 그가 집필했던 범죄 서적에 실명이 실린 것에 분개한 범인으로부터 협박전화를 받는다. 살해 위협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바로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파리로 날아온다. 그러나 그간의 사치스럽고 방탕했던 생활로 인해 그의 수중에 남은 돈은 그를 곧 파리의 노숙자로 만들기 알맞은 액수다.

자신 앞에 놓인 암담한 미래와 현실의 궁핍한 생활이 던져주는 번뇌를 잠시나마 피하고자 센강 주변을 산책하던 그는 갑자기 내린 세찬 비를 피하고자 서점으로 뛰어든다. 바로 파리의 전설적인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로. 붐비는 관광객들 속에서 문고본 책 한 권을 산 그는 뜻밖의 홍차 파티에 초대되고, 그곳에서 서점의 주인에 대한 소개와 함께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이 서점은 안식처 같은 곳이에요. 조지는 여기서 사람들이 공짜로 살게 해주죠. (36쪽)" 그것이 바로 운명의 시작이었다! 곧 노숙자로 내몰릴 위기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는 기적처럼 만난 조지의 서점에서 낯선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뜻밖의 행운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된다.

서점에서 지내는 동안 저자의 삶은 그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책장 사이사이에 위태롭게 놓인 침대에서 자는데 익숙해지고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모습을 봐도 무덤덤해졌다. 씻지 못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지내기가 일쑤였으며, 공중 목욕탕을 이용하고 싸구려 식당의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그 시간동안 육체는 힘들었으나 정신은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워졌다. 비록 짝사랑으로 끝났지만 누군가를 사랑했고, 서점을 스쳐간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겪었으며, 그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삶을 접했다. 암울한 미래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으며, 조지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만났고, 조지 부녀의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조지의 행복은 물론 서점의 미래에도 공헌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를 고대하고 술로 밤을 새고 마약에 손을 댔던 과거보다 겉모습은 비루해졌지만 속은 훨씬 더 깊어졌다.


머물 곳 없는 가난한 작가와 떠돌이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고서점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긴 이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서점의 주인이자 시인이며 이상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인 조지 휘트먼이었다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책을 주고, 갈 곳 없는 가난한 작가들과 떠돌이에게 침실을 제공하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사랑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로맨티스트이고, 이상주의자적 공산주의자로서 끝없는 나눔과 공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 조지 휘트먼! 다소 괴팍하고 변덕스럽고 무모하거나 무책임해 보일 때도 있지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천진한 면을 잃지 않고 평생동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책에 대한 변치않는 무한 사랑으로 오랜 세월 서점이자 공동주거지인 그곳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읽을 줄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 (44쪽, 조지 휘트먼)
: 나를 뜨끔하게 만든 말이자 이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 서점 식구들에게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를 권한다는 조지의 방침이 바로 그의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리라.

-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필요한 것은 가져라'. 내가 늘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지. (130쪽, 조지 휘트먼)
: 이상주의적 공산주의자인 조지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 그는 이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다.

- 있잖은가, 작가가 되려면 삶을 사랑해야 하네.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보다 삶을 사랑하기에 좋은 곳은 없지.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어. 책도 읽을 수 있고 아름다운 여자들도 만날 수 있지. 이런 장소를 충분히 즐기게. 세상에 이런 곳은 흔치 않으니까. (280쪽, 조지 휘트먼)
: 여든이 넘은 나이에 손녀뻘되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또 이별의 슬픔에 힘들어하는 조지. 어찌보면 바람둥이 늙은이로 보일 수도 있지만 늙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그는 어떤 면에선 로맨티스트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인생이 위기에 몰렸던 한 청년이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와 그 서점의 주인 '조지 휘트먼'을 만나면서 변화 되어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그는 이책에서 낭만적으로 보이는 서점의 겉모습이 아닌, 서점 안의 진풍경들을 담아낸다. 서점 안에서 조지가 만들어낸 하나의 새로운 세계와 그곳을 지키고 있거나 거쳐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것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신의 변화까지. 저자 제레미 머서는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암울한 상황의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쯤엔 입가에 흐뭇한 미소 한 모금 머금는다.

발을 들이는 순간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같은 마법의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그곳의 멈춰버린 시간 동안 어떤 이는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며, 또 다른 이는 피폐했던 삶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책의 저자는 이곳에 머무르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인생길을 선택했다. 파리의 고서점에 머무는 동안 그를 파리로 내몰았던 과거의 악몽들은 어느새 거짓말처럼 풀렸고, 이제 그는 누군가의 불행을 기다리는 사회부 기자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노래하는 작가가 되었다. 쫓기듯 파리에 와서 고서점을 만나 인생을 바꿔버린,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룬 저자의 삶은 한 편의 영화같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삶이란 이렇게 예측불허의 게임이라서 더 재미있고 풍요로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잘 견뎌낼 경우에만 해당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된다면 주변이 모두 책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센강 주변의 이 고서점에 들러보고 싶다. 그때도 여전히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테고 나 또한 그런 관광객 중의 하나로 머물겠지만, 그래도 그 잠깐이나마 마음껏 책의 향기에 취해 보고 싶다. 영화 <비포 선셋>의 제시와 셀린느를 떠올려 보기도 하며, 할 수만 있다면 제레미가 머물렀던 고서실과 도서관 등도 둘러보고 싶다. 그때도 고서실엔 사이먼이 자리잡고 문을 열어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브의 손에 이끌린 저자처럼 나도 마법처럼 홍차 파티에 초대된다면 더 근사하겠지. 전설적인 서점 주인 조지 휘트먼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딸 실비아가 그 서점을 당당하게 지키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세상의 시간을 멈추고 자신만의 시간이 흐르는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그곳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춥고 비 오는 밤
파리에 온다면
셰익스피어 서점을 찾아요
반가운 곳이죠

그 서점 모토는
다정하고 따뜻하죠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160쪽,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공식 노래,라고..)








* 오탈자  (초판1쇄본, 오탈자가 적잖게 보여 아쉬웠다;)

- 71쪽 8째 줄) 그들이미쳤~ → 그들이 미쳤~ (띄워쓰기)

- 40쪽 밑에서 4째 줄)
트 → 트 (조지 휘트먼의 아버지인 월트 휘트먼의 이름이 여기만 잘못 나온 듯;)

- 134쪽 13째 줄) 일흔 여섯 → 여든 여섯 (조지의 나이는 일흔이 아닌 여든 여섯임;;)

- 212쪽 밑에서 3째 줄) 나관난관,이 아닐런지;

- 229쪽 밑에서 9째 줄) 어는 순간 → 어느 순간,일 듯;

- 288쪽 밑에서 4째 줄) 힘이들었다 → 힘이 들었다 (띄워쓰기)

- 307쪽 밑에서 4째 줄) 조지는 실비아와 함께 시간이 없는 것 같았고 → 문맥상 '함께(or 함께 할)'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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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1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정재승.전희주 지음 / 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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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구선수들은 왜 경기중에 그렇게 껌을 씹어대는 걸까? 양치 후 먹는 과일은 왜 맛이 없을까? 차만 타면 왜 수면제가 따로 필요치 않을 정도로 잠이 쏟아질까? 남이 간지럼을 태우면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리다가도 자기 손으로 간지리면 안 간지러울까? 식물들도 과연 혈액형이 있을까? 비행기 창문이 둥그스름한 까닭은?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날개에는 왜 까만 먼지가 붙어있을까? 체지방을 알려주는 체중계는 어떻게 순식간에 우리 몸의 체지방을 분석할까? 약은 왜 꼭 '식후 30분'에 먹으라는 걸까?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정말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아날까? 

별다른 의심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불현듯 궁금해진 경험,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사소해 의문조차 품어보지 않은 것들 속에 숨어있던 과학원리에 때때로 놀라곤 했던 경험도. 이책, <정재승의 무한 도전지식>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담아놓은 책이다. 느낌표 선정도서로 온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로 인문ㆍ사회ㆍ예술 등 여러 분야를 과학의 눈으로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었던 정재승 님이 이번엔 일상에서 흔히 가져봤음직한 호기심을 통해 흥미로운 생활속 과학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야구선수들이 경기중 껌을 씹는 이유는 흔히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는데 껌을 씹으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알파파가 증가하기 때문이란다. 양치 후 먹는 과일이 맛이 없는 건 치약 속에 가득한 화학물질이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고(그래서 소금으로 양치하는 게 더 좋다고!), 비행기 창문은 비행중의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귀퉁이를 둥글게 처리한 거라고. 또한 간지럽힐 때의 웃음은 즐거울 때 나오는 웃음과는 다른 것으로, 타인이 태우는 간지럼은 우리의 뇌가 그것을 일종의 고통으로 보고 경계태세를 취하는 반면 자신이 태우는 간지럼은 위협으로 느끼지 않기 때문에 웃음이 나지 않는단다.

그외에도 라면 면발이 꼬불꼬불한 까닭, 노숙자가 애용하는 신문지의 보온력의 원인에서부터 슬플 때 집중력이 높아지고 밑줄 긋지 않은 책이 공부가 더 잘 되는 이유, 원격시동기가 내 차에만 반응하는 원리, 이메일 주소의 골벵이의 정체, 전화 통화시 낙서를 끼적대는 이유, 압축렌즈가 렌즈를 눌러서 압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과 비데를 닦고 난 뒤에 사용해야 하는 이유 등등 다소 널리 알려진 상식에서부터 평소에 궁금했던 의문은 물론 미처 몰랐던 새로운 지식까지.. 이책에는 세상을 향한 수많은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변들이 실려있다.


mbc FM에서 진행중인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방송됐던 내용을 정리해서 담은 책이라는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은 과학서적이지만 아주 재미있다. <호기심 천국>이나 <스펀지 실험실>을 책으로 만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프로그램들처럼 직접 실험을 하진 않지만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지 않게 일상의 호기심들을 과학의 눈으로 풀어주고 있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를 지향하기에 어려운 용어나 이론도 거의 없다.  책을 읽다 문득 방송이 궁금해져 방송국 홈페이지를 접속해서 들어봤는데(다시듣기가 무료다), 방송도 책만큼 재미있었다. 5분 동안 정재승 님이 들려주는 호기심 해결은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품었던 낯익은 것들이라 더 귀가 쫑긋해졌다.

하루 5분이란 단출한 방송시간처럼 이책의 내용 또한 한 가지 호기심에 한 바닥 정도의 지면을 할애한다. 전체 304쪽에 이것저것 빼고 137개의 호기심과 8개의 도무지팁이 담겨있다(그렇다, 일일이 세었다;;). 그래서 이책에 실린 호기심의 폭은 '무한'이란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릴 만큼 넓디넓고, 답변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납득할 정도의 깊이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웬만한 호기심들은 할애된 지면 안에서 해결 완료된다. 질문에 따라 가끔 '도무지tip'이란 부연 설명이 붙기도 한다(첨에 단무지도 아니고 그 이름이 왜 '도무지tip'인지 도무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제목의 약자였다; 크헉;). 그러나 이건 아주 가끔 날려주는 서비스 정도.

또한 '달' 출판사에서 나온 책답게 전체적 편집도 참 예쁘다. 비록 표지의 주황색 바탕에서 조금 뜨악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에 눈에 쏙쏙 들어오는 구성이 돋보이는 사랑스런 책이다. 각 호기심마다 귀여운 사진이나 앙증맞은 삽화 등도 끼여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표지의 형광 주황만 좀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무한한 과학적 지식과 그간 무심히 대했던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즐거운 과학서적이었다. 제목에서 강조점을 '무한지식'이 아닌 '도전'에 찍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정재승의 도무지』가 앞으로도 무한한 호기심을 발판삼아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본다. 더불어 이런 과학의 즐거움을 전해줄 2권, 3권 등이 어서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살며시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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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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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잘 알진 못한다. 의미가 명료하게 눈에 들어오는 산문에 비해 시는 함축되고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는지라 늘 어렵고 조심스런 상대다. 몇 행의 단출한 언어들로 꾸며진 시를 좇으며 시인의 마음을 미처 헤아려내지 못한 나의 무딘 감성과 부족한 상상력을 탓하기가 여러 번이었고, 그 언어가 건네주는 유희를 마음으로 느끼기보다 머리로 먼저 분석하려 들기를 여러 날이었다. 이렇게 시랑 친하지 않음에도 가끔씩 시를 접하곤 한다. 물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 마음이 움직이는 시들을 슬쩍 꺼내보는 수준이지만 그 잠깐을 통해 마음이 한결 맑아진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 최소한의 언어로 마음을 건네는 시를 만나는 건 그렇게 내 마음을 청소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학생 때 선배가 건네준 생일선물로 그의 시집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이후론 시집보다 산문을 더 많이 찾아 읽었다. 꾸미지 않은 문체로 소박한 향기를 담아내는 그의 글을 참 좋아한다. 그의 글이 좋아 그가 좋아졌다. 이책 또한 그런 이유로 만났다. 그가 베껴놓은 시는 어떤 것들인지 그의 노트를 엿보고 싶어졌다.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는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부제처럼 안도현 시인이 자신의 취향과 자신의 기준으로 고른 좋은 시 마흔여덟 편을 담아놓은 시모음집이다. 시선집 <바람난 살구꽃처럼>에서 옮겨온 시가 절반, 최근 문예지에서 고른 시들이 절반이라고.

그가 고른 마흔여덜 편의 시에서 아쉽게도 내가 아는 시는 거의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책장 넘기는 재미가 더 좋았다. 마흔여덟 명의 시인의 눈으로 걸러낸 마흔여덟 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들과 함께 내 마음도 함께 춤을 췄다. 미처 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봐 베껴쓴 시 옆엔 엮은이의 짧막한 코멘트도 실려있다. 시가 건네는 의미에 대해 넌지시 운을 띄우거나, 그 시만의 매력을 짚어주거나, 또는 시인의 개인적 면모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 작은 도움을 발판삼아 다시 음미해 본다. 

다양한 시를 만나는 것 외에 이책엔 또다른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김기찬 님의 흑백사진들이다. '골목 안 풍경'을 주제로 찍은 사진들은 시와 적절하게 배치어 그 속의 모습들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나도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때론 시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깊고 진하게 가슴에 와 박히기도 한다. 과거 어려운 시절의 우리네 모습들이 담긴, 그래서 지금은 만나보기 힘든 그 사진속의 풍경들은 나보다는 그 시절을 지나오신 엄마가 더 공감하실 테지만, 나도 함께 웃음을 머금거나 잔잔한 감동을 얻는다. 세월이 지나도 그 감동은 변하지 않는 게 시와 사진의 공통점인가보다.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연시들만 접하지 말고 다양한 주제로 노래하는 시들을 접해보길 바란다는 시인의 마음처럼 이 시선집엔 다양한 주제를 노래하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순간 나를 매혹시켜 버리거나, 가슴 속 깊이 공감을 자아내는 시가 있는 반면 시인의 자상한 해설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해하기 힘든 시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와 사진들을 만나며 내가 즐거웠다는 것일 게다. 오랫만에 절제된 언어의 향연과 따뜻한 웃음이 가득한 사진들에 빠져들어 참 좋았다. 엮은이의 바람처럼 시를 대하는 나의 눈높이가 한 단계 상승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작지만 강력한 시의 힘을 조금더 믿게 되었다. 나보다 시를 더 사랑하시는 엄마가 이 시집을 읽으며 즐거워하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태백산행

-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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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빵, 파리
양진숙 지음 / 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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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빵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밀가루 음식을 씩씩하게 소화시키지 못하는 약한 위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난 빵들 대부분이 너무 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빵보다는 밥이 더 좋다. 빵 없이는 살아도 밥 없이는 못 사는 밥 마니아다. 그러나 그런 나도 좋아하는 빵이 있으니, 그건 바로 바게뜨! 달지 않은 그 고소함이 사랑스런 빵이다. 물론 따끈할 때만!! 딱딱하게 굳어버린 바게트는 그야말로 빵도 아니고~ 방망이도 아니여~


'달' 출판사의 두 번째 책, <빵빵빵, 파리>를 처음 보았을 때 그저 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빵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모아둔 정보서적일 거라 생각했다. 여행안내서들은 여행지에 대한 쇼핑이나 휴식, 관광 정보처럼 실질적으로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나처럼 방구석 앉아 여행자들의 감성을 느끼길 즐기는 인간과는 그리 맞는 책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책은 (밥도 아닌) 빵에 대한 정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건 나만의 오해였다. 섣부른 편견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책에는 '빵'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파리의 빵들과 빵집, 카페에 대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도 실려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행복했던 이유는 빵을 매개로 한 다양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빵빵빵, 파리>에는 빵을 먹는, 빵을 좋아하는, 빵 만들기를 배우는, 그리고 빵을 만드는 제각각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속 가득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물론 사랑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 사이사이에서 자태를 뽐내는 빵 사진들처럼 예쁘고, 달콤하며, 고소하다.


빵빵빵~을 외치는 제목에 걸맞게 책 속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물론 내가 빵에 대해 무식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온갖 생소하고 신기한 빵들이 한가득 자신의 자태를 뽐낸다. 그중엔 한 번쯤 맛보고 싶을 정도로 침이 고이는 빵들도 있고, 저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마카롱처럼 보기만해도 그 달달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한 빵들도 있다. 사진만 봐도 흐뭇한 예쁜 빵들이 줄지어 등장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역시 바게뜨! 옛날 방식을 그대로 지켜 프랑스 전통 바게뜨를 만든다는 바게트의 명장 꼬이에 쉐프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더불어 바게뜨를 통해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려는 프랑스의 노력이 엿볼 수 있었다. 그걸보며 우리네 전통의 떡 또한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바게뜨 못지 않은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된다면 꼬이에 쉐프의 바게뜨를 꼭 맛 보리라! (연로한 그가 일을 그만두기 전에 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책 속에 인상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빵집을 운영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는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고, 게이 형제의 게이 빵집에 대한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 특별한 빵은 뜨악했다. 달콤한 초콜릿과 그에 얽힌 뒷담화도 흥미진진했고, 중간중간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는 마음이 애잔해졌다. 그리고 가장 크게 웃었던 이야기는 시계를 멈추게 하는 저자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언급한 부분. 양기가 부족해서 시계를 멈추게 하는 것 같다는 시계방 주인의 말은 그녀 손에 닿기만 하면 멈추는 시계로 현실로 나타나고, 급기야 '너 어서 애인 만들어라. 내 시계 멈췄다'라고 외치는 룸메이트의 말을 읽으며 혼자 미친듯이 깔깔깔. 웃다가 든 생각. 근데 내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겠...지? (남일이 아니군;;;) 마지막으로 저자만큼 아쉬워했던 부분은 길거리에서 마법처럼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 멋진 프랑스 훈남을 그냥 돌려보낸 이야기. 그녀의 손목 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내가 다 아쉽다. 큭큭. 


<빵빵빵, 파리>는 빵 이야기, 파리 이야기, 사람 이야기가 골고루 담겨있는 예쁘고 앙증맞은 책이다. 맛있는 빵 사진은 군침돌게 하고, 재미난 이야기는 웃음을 만들며, 각각의 사연들이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의 조각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또한 낯선 곳에 머무는 이방인의 감성과 파리라는 매력적인 도시와 그곳의 빵에 대한 생생한 현지의 정보를 적절히 반죽해내어 빵과 파리, 그리고 낯선자의 감성이 궁금한 각각의 독자를 모두 끌어안는다. 덤으로 빵을 향한 저자의 사랑과 유학생활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 저자의 모습도 곳곳에 담뿍 담겨있다.

즐거운 빵이야기가 가득한 <빵빵빵, 파리>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예전보다 한층 빵에 호감을 가진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밥이 제일 좋지만!). 그 언젠가 파리에 머물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롤로그에 적힌 저자의 말처럼 아르티장(artisan)이라 불리는 프랑스 전통 빵을 만드는 장인들의 빵들을 맛봐야지, 그땐 이책을 꼭 끼고선 책 속의 빵집을 순례할테야, 저자처럼 기절할 만큼 너무 맛있는 빵을 나도 맛볼 수 있을까, 흐음~ 과연 어떤 맛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설레는 마음은 벌써 파리에 가있다. 빵빵빵, 이제부터 너를 좀 더 좋아해주마. 우후훗.




- "페이지를 넘겨요!"

이미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 말고, 현재에 머물지도 말고, 페이지를 넘기라고.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 뿐이라고.
페이지를 넘기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그 페이지를 새롭게 써나가라고.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페이지를 넘기라고.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다시 꿈꿀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뛸 수 있고,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삶은 뜨거운 것이고 살아봐야 삶이 되는 거라고.
그러니 페이지를 넘기라고.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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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사진관
최창수 사진.글 / 북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예전에 찍은 사진 한 장을 통해 그때의 추억들을 재생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낼 뿐이지만 우리는 그 정지된 순간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며, 이미지를 통한 무언의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때때로 한 장의 사진이 수백 마디의 말을 능가하는 힘을 목격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매혹당하는 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글보단 사진을 통해 자신의 여행담을 이야기하는 책을 만났다. 아름다운 지구별과 그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의 매력에 빠진 한 청춘이 지나온 발자취를 담은 책, <지구별 사진관>. 처음엔 여행책인줄 알고 집어들었는데 알고보니 사진집이었다. (서점 책분류에 '사진집'이라고 되어 있는 걸 뒤늦게 발견한 덕에 여행책인줄 알고 열심히 썼던 리뷰를 대폭 수정해야 했다. orz) 따뜻한 사진들이 담백한 그의 여행담과 함께 펼쳐진다. 그렇게 여행과 사진이 적절히 어우러져 한 권의 예쁜 책으로 탄생했다.


제목처럼 이책은 '지구별'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하나의 '사진관'이다. 일년 반 동안의 여행을 통해 담아온 각양각색의 사진들이 책 속에 전시된다.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아프가니스탄의 반디아미르 호수와 몽골 고비의 눈부신 일몰(일출?)처럼 황홀한 풍경사진들도 있지만, 그의 사진관의 주요 테마는 '사람들'이다, 그곳의 사람들. 풍경을 찍어대던 카메라를 사람들에게 돌리자 순식간에 여행이 즐거워졌다던 그의 고백처럼 사람들을 향한 그의 카메라는 반짝반짝 빛을 내고, 평범하던 그네들의 얼굴이 그의 렌즈를 거치자 저마다의 의미를 품는다.

사진이 전하는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진의 배경은 티베트에서 미얀마로, 네팔에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인도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정신없이 국경선을 넘나든다. 그래서 그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자신과 꼭닮은 아들과 함께 미소짓는 티베트의 여인, 한쪽 발을 잃어 목발을 짚고 서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두 남자, 아랫입술에 접시를 끼운 특이한 외모를 돈벌이에 이용하기 시작한 무르시 부족의 여인들(아랫니를 모두 빼고 접시를 끼워 아랫입술을 찢어늘인다고 하는데 사진만으로도 어찌나 불편해 보이던지. 그들만의 전통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전통이란 이름 아래 그녀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도하는 라사의 할머니, 인도의 골목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특히 그의 렌즈가 가장 사랑한 모델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헤진 옷을 걸치고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는 아이들.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피사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목발을 짚고서도 축구를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소년, 온갖 색의 물감을 뒤집어쓴 채 뛰어다니며 홀리 축제를 즐기는 인도의 꼬마들, 낯선 외국인을 자신의 교실로 불러들인 수줍은 미소의 학생들, 그리고 골목마다 그의 카메라를 향해 호기심의 눈길을 던지는 아이들 등 사진 속 다양한 아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에서 그들이 처한 현실의 무거움과는 또다른 여러가지 빛깔의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그 시절의 여러 이야기가 굴비처럼 엮어져 떠오르듯, <지구별 사진관>은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들의 미소가 담긴 사진들을 통해 그 속에 꼭꼭 담아둔 뒷이야기들과 그들과 함께 호흡했던 추억들을 풀어낸다. 책장을 넘기며 그의 기억을 통해 재생되는 이야기를 사진속에서 다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예술적인 잣대로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 사진에 무지한 나로선 알 길이 없으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는 구수한 사람냄새가 풍기는 그의 사진들이 참 좋았다. 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걸리고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사진,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 그거면 족하지 않은가. 그의 사진이 바로 그러했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참 부러웠다. 일년 반이라는 기간동안 장기 여행을 한 그의 용기가 부럽고, 유명 관광지의 박제된 모습이 아닌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호흡한 그의 여정이 샘났으며, 그런 모습들을 쉬지않고 담아낸 그의 수많은 사진들에 질투가 났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무척 행복했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하고 부딪치지 못한 일들을 그와 그의 렌즈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따뜻한 시선이 녹아든 사진과 담백한 글로 채워진 그의 사진관을 구경하는 내내 즐거웠다. 








* 주절주절 - 사진집이나 여행책에 실린 사람 사진을 볼 때마다 매번 초상권 문제가 참 궁금했다. (나만 그런가;) 물론 책이나 다른 매체에 실린 사진들 대부분은 당사자의 동의를 구한 것이겠지만, 가끔 그들 몰래 찍은 사진들도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포옹이나 키스하는 장면 등등 여행책을 보다보면 현지인들의 그런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적지 않게 실려있다. 그런 사진들마저 일일이 동의를 구하진 못했을 텐데 이렇게 책으로 실어도 괜찮은 걸까. 이책에도 그런 사진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바나 족 여인들 키스 인사 사진이다. 찰나의 순간을 잡아낸 그 절묘한 사진, 멋지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몰래 카메라란다. 이 사진을 보며 그 궁금증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궁금하다, 궁금해~ @@ (누가 좀 알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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