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굿바이, 게으름 -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개정판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나는 좀 게으르다. 요즘은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자가 이자를 만드는 복리이자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나를 덥치는 게으름이란 녀석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처음엔 지저분한 책상을 치우지 않는 정도의 작은 게으름이었는데 어느새 먼지가 뽀얗게 쌓인 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큰 게으름으로 커져있는 느낌이랄까. 현실을 자각한 순간 멈칫했다. 게으름을 방치할수록 나는 점점 더 게을러졌고 그 게으름이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 나 자체가 게으름으로 똘똘 뭉쳐버린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는 마음에 책장을 뒤져 꺼내든 책이 바로 <굿바이 게으름>이다.
<굿바이 게으름>은 출간과 함께 독자들 사이에 훈훈한 입소문이 돌던 책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작년에 인터넷 서점인지 신문인지에서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됐었고, 잡지나 신문 같은 책소개 코너에서 눈에 띄는 책, 추천책 등으로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었다.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이책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회사 지원도서로 이책을 읽었다던 동생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내게 권한다. 오~ 별점도 짠 녀석이 웬 일? 그랬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럴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괜히 입소문 타던 책이 아니었다. 이 게으름뱅이! 진작 책장에서 꺼내 읽어주지 그랬어!하며 살며시 반성!반성! 책장을 펼친다.
-
게으름은 늪과 같다. 처음에 빠져나오면 탈출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그때부터는 탈출하려고 발버둥칠수록 늪에 더 깊이 빠져버린다.
게으름에 친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자기화(自己化)가 이루어진다.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정체성으로 굳어져간다. (중략) 그러나 다 타버린 잿더미 속에서도 불씨가 남아 있듯,
스스로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늘 함께한다. 삶이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13~14 쪽)
<굿바이 게으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1부 「새로 쓰는 게으름」은 이론편으로 게으름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으름의 정의, 유형, 원인, 그리고 게으름에 대해 논했던 철학들까지. 이제껏 별 생각없이 대해왔던 게으름에 대해 조목조목 밝혀놓은 내용들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특히 게으름의 진행과정이나 유형, 변형된 형태 등을 다룬 부분에서는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입이 쩍~ 벌어졌다. 어쩜!어쩜! 완전 내 모습이잖아! 헉, 내가 이렇게까지 게으름뱅이였구나! 혼자말하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읽는내내 얼마나 뜨끔하던지! 뜨끔! 뜨끔! 왕뜨끔!! 콕콕~ 찔러대는 그 강도가 너무 강해서 책을 덮기 전에 가슴에 구멍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저자는 이책에서
게으름의 판단 기준을 '삶의 방향성 유무'에 두고 있다. 그와 함께 '게으름이란 삶의 에너지가 저하되거나 흩어진 상태'라 정의한다. 게으름에는 작은 게으름과 큰 게으름이 있다. 옷을 벗어 아무데나 둔다거나 잘 씻지 않는다거나 하는 작은 게으름은 대체로 사소한 게으름이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도 이런 게으름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큰 게으름이다. 큰 게으름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삶의 방향을 잡는 데 게으름을 피우는 걸 말한다. 즉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일정한 방향없이 삶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이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문제의 '게으름'다.
선택을 하지 않고 미루는 것 또한 게으름이다(내 특기다; -_-;). 중요한 일을 미루고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도, 시작을 미루거나 막상 눈 앞에 닥치면 막판에 몰아서 하는 것도, 인생의 큰 밑그림없이 그날 하루하루 순간의 기쁨을 추구하며 사는 것도 모두 게으름의 다른 모습이다(앗, 모두 내 얘기잖아; orz). 또한 늘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일정한 방향을 이루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버린다면 그것도 게으름이라 할 수 있다. 게으름의 유형이 여기까지 이르면 독자들은 책 속에서 자신의 뜻밖의 게으름을 적어도 한두 가지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의 게으름이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큰 게으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처럼 말이다.
- 결국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다. 게으름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론은 우리가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말일까? 그럼 어떻게 해야 삶의 에너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삶의 에너지를 일정한 방향으로 통합'해야 한다. 무질서한 정신에 지향성, 목표의식, 동기가 부여될 때 삶의 에너지는 통합된다. 그러므로
게으름 탈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갖추는 것이다. (107쪽)
2부 「게으름과의 결별」은 실천편으로,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나는 실제적인 방법이 담긴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10가지 열쇠'가 실려있다. 그러나 게으름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 신선함을 던져줬던 1부에 비해, 2부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10가지 방법들은 대부분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 여러 번 접해왔던 내용이라 조금은 식상했다. 기존과는 다른 구체적이고 생생한 해결방안을 기대했었는데 살짝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 그러나 저자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각각의 방법 말미에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해결방법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천지침'을 마련해 두었다. 그리고 그 실천지침을 통해 지금껏 간과했던 자신의 문제점과 그것의 해결방법을 좀 더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고민하도록 이끌어준다.
게으름뱅이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저자는 이책에 소개된 10가지 방법을 모두 따라하려고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편안하게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발견했다면, 그때 잠시 멈춰서서 책이 알려주는 실천지침을 잘 적용해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다보면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말과 함께. 또한 저자는 직접적 실천에 앞서 무엇보다
게으름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슨 일이든 먼저 마음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그 뜻을 이루기 힘들듯이 게으름 탈출 또한 마찬가지다.
10가지 키워드 말미에는 그것들을 하나로 압축하는 '오문ㆍ오감 일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오문ㆍ오감 일기는 과거 한 줄, 현재 세 줄, 미래 한 줄로 이루어진 5줄의 짧고 부담없는 일기를 쓰되 오감을 총동원해 쓰는 게 요령이다. 짧은 질문과 짧은 답이지만 매일 오감을 동원해 쓰는 일기는, 마음을 좀먹는 부정적인 기운을 털어버리고 감사와 희망같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정신으로 교정하는 정신 훈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책의 예시를 보면 이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
정신에너지를 강화시키는 것 중에 운동을 빠트려서는 안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동시에 정신 건강 역시 향상시켜주는 천연의 보약이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를 보면 운동을 통해 대뇌피질의 혈관 생겅이 이루어지고 신경세포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두뇌훈련을 하고 싶다면 퍼즐 같은 오락보다 달리기같은 유산소운동이 더 효과적이다. 나를 포함해 운동에 유난히 게으른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게으름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운동을 통해 게으름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운동은 그 자체로 사람의 정신을 강하게 만들고 삶에 질서를 부여한다. (226~227 쪽)
사실 자신을 게으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게으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나 또한 앞에서 고백했듯이 게으름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게으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늪이다. 혹시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삶의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한 채 살지는 않았는가. 나는 안된다고, 되는 일이 없다고, 시도해봤자 또 실패할 게 뻔하다고 비관적인 생각에 젖어 자포자기하며 살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껏 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이책이 알려주는 것처럼 우리 삶에 방향성을 부여하고, 자신을 게으르게 만드는 비관적인 생각은 떨쳐버리고 그대신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채워보자. 이제는 큰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때다.
-
우리는 씨앗인 채로 세상에 태어났다. 삶이란 우리가 갖고 태어난 씨앗들을 가꾸고 키워서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성공이란 꽃을 피우느냐 피우지 못하느냐의 문제이지 무슨 꽃을 피우는지, 몇 개의 꽃송이를 터뜨리는지, 언제 꽃망울을 터뜨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략)
나는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도, 진정한 행복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삶에서의 성공도 결국 하나라고 본다. 즉, 자기로서 살아가는 가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삶의 목적은 피어나는 데 있다. (250~251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