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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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책의 입소문이 꽤나 훈훈했다. 무슨 내용일까,라는 약간의 호기심과 '스웨터'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감동 코드를 눈치챈 것 외에는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이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백지 상태로 책장을 넘겼기에 마지막의,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결말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열 세살 에디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검은색 바나나 모양의 안장을 가진 빨간 프레임의 허피 자전거를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서 일년 내내 엄마 말씀도 잘 듣고 착한 어린이로 지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에디는 마음을 졸인다. 자신의 마음을 눈치챌 수 있도록 누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걸 물으면 엄마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허피 자전거라고 대답하곤 했다.

얼마전까지 에디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구우시는 아빠가 계셨다. 맛난 빵 만큼이나 친절하고 배려깊은 아빠가 운영하는 제과점은 언제나 인기만점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면서 집안 형편은 급격히 나빠졌고, 엄마가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어린 에디도 이런 상황을 알았지만 자전거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했고, 간절했던 만큼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가 자전거 대신 정성스레 뜬 스웨터를 선물했을 때 실망감도 컸다.

외가댁을 방문한 에디는 그곳에서도 원하던 선물을 얻지 못하자 심술을 부리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빠에 이어 엄마까지 잃은 에디는 큰 충격에 빠지고 세상을 등지고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사랑으로 감싸지만 에디의 삐딱함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충돌을 일으키고 가출을 감행한다. 그길에서 에디는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그동안의 고통과 괴로움을 털어내고 용기를 내어 자신 속에 휘몰아치는 폭풍을 통과한다. 

겉으로는 날을 세워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지만 속으로는 그런 자신을 더욱 혐오하고 역겨워하는 에디의 모습은 상황은 다르지만 방황하는 십대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지만 그걸 인정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에디는 마지막 극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그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그러나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고 보듬을 수 있는 용기를 낸다면 아무리 매섭게 휘몰아치는 폭풍이 눈 앞에 버티고 있더라도 그것을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에디에게 엄마가 직접 짜준 스웨터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한 선물이 되었고 그것을 축복하듯 놀라운 삶이 에디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스웨터>를 접했을 때는 작년에 읽었던 <매뉴얼>이 떠올랐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사랑을 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마지막으로 덮었을 때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떠올랐다. '스쿠루지 영감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뛰어넘는 새로운 크리스마스 고전의 탄생'이라는 이책의 부제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이책의 저자 글렌 벡은 열세 살에 엄마를 잃고 줄줄이 형제들을 떠나보내면서 저자는 암울한 성장기를 보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그 내면은 항상 비참함에 빠져 있었으나 가족의 사랑과 신앙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이책 <스웨터>는 그런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란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진한 감동을 전하는 건 바로 저자의 그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잇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소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정성이 배어있는 스웨터가 에디의 마음을 녹여준 것처럼 이책 <스웨터>는 메말라가는 내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었다. 먼 곳에서 찾고 있는 행복이 이미 내 눈 앞에 도착해 있는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 세상은 적이 아니야. 굳이 세상과 맞서 싸울 필요는 없단다. 너의 적은 너 자신일 뿐이다. 무거운 짊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사람은 없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한다면 세상은 아주 달라보일 게다. (126쪽)

- 때로는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선물이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그걸 받으려면 먼저 고집을 버려야 해.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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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운동치료 허리통증
한동길 지음, 김명신 감수 / 아우름(Aurum)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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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여자 몸 만들기 4주 혁명>을 통해 운동치료사 한동길 님을 처음 알게 됐다. 제각각 다른 사람들의 몸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운동법만을 소개하는 기존의 운동책들과 달리 독자의 체질에 따라 몇 개로 분류한 맞춤형 운동을 소개했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저자 한동길 님의 운동에 대한 열정이었다. 고교시절 수영선수로 활약했으나 뜻하지 않았던 교통사고를 당한 후 평생동안 걷지 못한 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할 거라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전해듣지만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운동을 통한 재활 치료를 한 결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기적을 만들어낸 그의 경험은 그가 왜 운동 치료에 그토록 열심인지를 단순한 말이 아닌 마음으로 전해준다.

전작인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과 <여자 몸 만들기 4주 혁명>이 소위 '몸짱'을 위한 프로젝트에 가까웠다면 이번에 출간된 <4주간의 운동치료> 시리즈는 제목처럼 '운동치료', 즉 운동을 통한 건강회복에 중점을 둔 책이다. 이책은 그 시리즈의 1편으로 현대인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허리통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뒤이어 목과 어깨통증, 임신과 출산에 대해 다룬 2편과 3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전작들을 출간한 뒤 많은 독자들을 만나면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보기좋은 몸매를 가지는 몸짱,이 되기 보다는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기를 원하며,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동을 할 때 자신의 통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실제로 같은 운동이라도 특정 부위가 약화되어 있거나 통증이 있는 경우 무작정 따라하다가 운동 효과는커녕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책이 바로 통증과 손상 부위에 따라 자신의 병증을 나누고 그에 맞는 운동법을 소개하는 '운동치료' 시리즈란다.

1편에는 앞서 말한 저자의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던, 그러나 지금의 그를 만들었던 눈물겨운 재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 치료의 효과를 증명해 보이며 이책을 통해 독자들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해준다. 2편에서는 허리 통증을 원인에 따라 3가지- 급성, 만성, 허리신경통 -로 분류하고 자신의 허리통증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아보는 자가테스트와 그 결과에 따른 4주간의 맞춤 운동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3편에서는 허리통증의 재발을 막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허리통증의 원인과 그에 관련된 여러 궁금증과 지식 등을 실어두었고, 4편에서는 허리통증에 도움을 주는 지압이나 마사지 등의 기타 보조적인 방법들을 알려준다.

저자의 운동책의 특징은 운동법 뿐만 아니라 그에 관련된 다양하고 깊이있는 건강 지식을 전한다는 것이다. 이책 또한 그러하다. 단지 허리 통증에 대한 운동법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몸의 골격과 근육, 허리통증이 일어나는 다양한 원인과 결과, 통증의 양상, 그에 대한 자가테스트법과 대처방안 등 허리 통증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이책 한 권에 모두 담고 있다. 그래서 이책은 운동책이면서 동시에 허리 건강에 대한 지식들을 담고 있는 건강책이기도 하다. 허리 건강에 관심이 많아 그전부터 관련책들을 읽어왔기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고 이책을 통해 새롭게 안 지식들도 있었다. 운동법과 함께 지압법이나 마사지법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유익했다. 

이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4주간의 운동치료법들은 특별한 도구없이 집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스트레칭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허리 운동법들과 비교해 볼 때 특별한 차이점을 보이지는 않지만, 허리 통증의 유형에 따라 4주 동안의 기간을 통해 통증을 회복할 수 있는 운동 강도와 횟수 등을 알려준다는 것은 이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독자에 따라 맞춤형 운동법보다 허리 통증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금 아쉬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허리 통증은 네 발로 걷는 동물에게는 없는, 두 발로 걷는 인간에게만 있는 질병이라고 한다. 더구나 각종 업무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대인들의 허리는 더욱 고통받고 있다. 허리는 인간의 몸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은 존재다. 이책을 통해 허리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가능한 한 올바른 자세로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 허리 통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해보자. 저자가 계속 강조하듯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물론 좋은 건 실천이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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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차별의 경제학 - 가격 속에 숨은 소비심리의 비밀 18가지
사라 맥스웰 지음, 황선영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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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든 아니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요한 것을 주문하든 '가격'은 어떤 재화를 구매하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 그럼 그 가격이 결정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 또 그렇게 결정된 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걸까. 물건의 가격표를 보며 불쑥불쑥 들던 그 의문을 풀어주길 기대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가격 차별의 경제학>이다.

<가격차별의 경제학>은 '공정한 가격'의 정의를 기준으로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다양한 예시와 연구결과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저자가 사는 나라인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남미 등 다른 나라의 경우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이책에서 '공정한 가격'이란 용어를 수도 없이 사용하는데, '공정한 가격'은 이책을 이해하기위한 가장 핵심적인 단어다. 

- '공정한'이란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당하다'는 의미이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만족스럽다는 뜻이고, ,'정당하다'는 말에는 가격이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이 담겨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과 '정당한' 가격의 차이는 '개인적 공정성'과 '사회적 공정성'의 차이에 있다. 다시 말해 개인적 공정성이란 개개인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가격이며, 사회적 공정성이란 사회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이다. (18~19쪽)

- 결론적으로 '공정한 가격'이란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만족하는 가격이며,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은 개인적, 사회적 규범을 충족시키는 가격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24쪽)

저자 사라 맥스웰은 이책을 통해 '공정한 가격'이란 그저 값이 싼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공정한 가격'을 위반하는 가격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라고 생각하며 그런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에 대해 분노하고 잘못된 부분을 처벌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라도 상대에 대해 기존에 '신뢰'가 형성된 경우라면 그 반발 정도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저자는 가격을 결정할 때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격 속에 숨은 소비심리의 비밀 18가지'라는 부제는 이책이 재화의 가격을 결정하는 어떤 결정적 비밀을 알려줄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러나 이책은 나의 기대와는 꽤나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를테면 나는 제품의 가격이 대부분 9로 끝나는 이유라든가 묶음 제품을 사는 것이 낱개로 사는 것보다 더 싸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쾌한 결론과 직접적인 이유를 들려주길 바랐지만, 저자는 (그 두 가지 모두를 이야기하되) 그것 자체가 싸거나 비싸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대신 그것이 '공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유익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나같은 경제 문외한이 기대하는 바와는 달리 원론적인 부분이 많아 조금은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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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
스제펑 지음, 차혜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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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대전 1,2 | 스제펑 지음 | 차혜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어떤 나라가 모여 삼국지의 3국을 이뤘는지, 그책의 내용이 어떠한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유비, 관우, 장비, 조조 같은 난세의 영웅들의 이름을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또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동탁, 여포, 손책, 주유, 유표, 원소 등은 낯설어도 제갈공명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아마 현재까지도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이가 바로 제갈공명이 아닐런지. 적벽대전은 그런 제갈공명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알린 전투이자 동시에 중국 역사상 가장 적은 인원으로 수많은 병사들를 이긴 전설적인 전투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중국 고전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중국이지만 전쟁만 했다하면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 엄청난 수의 군사를 이끌고 무협 소설의 일당백의 포스를 휘날리는, 소위 중국식 ’뻥’이 한껏 가미된 전쟁이야기는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 유명한 『삼국지』를 읽긴 했지만 많은 이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고전을 통한 큰 깨달음보다 사람을 죽이는 게 개미 죽이는 것보다 더 쉽게 느껴지는 전쟁의 암울함이 더 크게 다가와 심드렁해졌다. 물론 나의 무식함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중국 고전이나 역사소설은 내 관심 대상 밖이었다.

그러다 얼마전 전설적인 전투로 꼽히는 '적벽대전'을 영화화한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을 봤다. 설렁설렁 읽긴 했으나 그래도 『삼국지』를 다 읽었는데, 영화를 보니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낯선지. 적벽대전에 대해 생각나는 거라곤 제갈공명이 화살을 얻기 위해 짚을 실은 배를 띄웠다던가, 갑자기 동남풍이 불어 쇠사슬로 묶어둔 조조의 배를 불태우는데 성공했다는 등의 단편적인 사실들뿐, 적벽대전이 일어나기까지의 주변 상황이나 여러 계책들, 활약한 인물, 이해관계 등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이 떠오르지 않아 조금 당황스러워졌다. 그래서 찾아 읽게 된 책이 바로 영화 「적벽대전」의 원작인 스제펑의 소설 『적벽대전』이다.


책은 원소를 무찌른 조조는 화북을 평정하고 세력을 키워나가는 반면 갈 곳 없는 유비가 형주의 유표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표에게 의탁한 유비는 조조군과의 작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유표의 견제로 변방의 작은 성 신야로 내쫓기듯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삼고초려 끝에 제갈공명을 군사(책사)로 맞아들이며 전력을 보강한다. 그 사이 남하를 시작한 조조는 유표가 병으로 숨을 거두면서 혼란에 빠진 형주를 순식간에 점령한 뒤 유비 일행을 뒤쫓는다.

형주를 차지하고 유표가 마련해 둔 병기와 군량미에 힘입어 조조는 강동의 오나라를 치기 위한 원정길에 오르고, 제갈공명은 자신들과 동맹을 맺어 조조에게 대항하자며 손권을 설득시키기 위해 오나라로 떠난다. 주유와 장소로 대표되는 중신들이 제각각 전쟁과 투항을 주장하는 가운데 제갈공명과 뜻을 함께 한 주유의 설득으로 결국 손권은 조조와의 전쟁을 결정하고 유비와 손을 잡는다. 그결과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적벽에서, 조조의 군대는 오림에 주둔하며 전투준비를 하면서 끊임없이 상대를 회유하고 이간질시키며 탐색전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동남풍으로 불고 적벽에서 날아간 불화살들이 조조의 배들을 태우면서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난다.

영화 「적벽대전」 또한 기본적인 서사의 흐름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굵직한 사건들 외에 등장인물이나 소소한 사건 등은 원작에서 영화만의 자유를 누린다. 영화에서 손권의 말괄량이 여걸 동생으로 등장하는 손상향은 원작에는 아예 없는 인물인 반면, 소설에서 조조-손권-주유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절세미인 대교ㆍ소교 자매 중 손권의 절대적 사랑을 받지만 조조를 마음에 품은 채 비극적인 삶을 마감하는 대교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소교만을 내세움으로써 스토리 라인을 주유-소교-조조로 단순화하고, 대교의 삭제로 손권의 비중은 줄되 소교에 대한 조조의 집착은 강화됐다.

또한 영화 속 제갈공명과 주유는 서로에 대한 존경을 바탕으로 끈끈한 신뢰를 쌓아가지만, 소설 속 그들은 그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마지못해 손을 잡은 관계 정도로만 묘사된다. 그래서 제갈량의 뛰어남이 장차 오나라에 해를 끼칠 것을 염려한 주유는 동맹 중임에도 틈만 나면 제갈량을 제거할 기회를 엿본다. 영민한 제갈량이 미리 눈치를 채고 위험을 잘 피해가는 건 물론이다. 소설이나 영화나 적벽대전의 실질적 영웅인 제갈공명과 주유를 조조와 대립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은 같지만, 소설의 주유는 어딘가 좀 가볍게 묘사된 반면 영화의 주유는 양조위라는 배우의 힘 때문인지 원작소설보다 훨씬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나 소설 모두 각각 매력을 가진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재미있었다.




소설 『적벽대전』은 현대적인 어휘 선택과 가벼운 문체로 구성되어 나처럼 중국 소설에 대한 일말의 공포증을 가진 이들도 부담없이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적벽대전의 영웅인 제갈공명과 주유를 중심으로 적벽대전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물간의 관계나 심리, 사건의 연결고리와 계략과 계책 등이 이 소설의 매력이지만, 그동안 단편적인 사실로만 알고 있던 각각의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어우러져 적벽대전의 전후를 이루고 있는지를 재구성하거나 영웅들의 뒷담화나 숨은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

유비가 삼고초려를 하는 동안 제갈량 또한 유비 못지 않게 초조하게 그의 방문을 기다렸다거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신묘함을 한껏 고조시킨 동남풍의 정체가 사실은 그 지방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해 얻은 정보라는 것, 뒤쫓아오는 조조의 공격에 다급해진 나머지 아내와 자식은 물론 자신을 따르던 백성까지 버리고 도망치는 유비를 보며 백성들이 혀를 차는 장면, 전쟁을 반대하는 오나라 신하들과 설전을 벌이는 동안 제갈공명이 속으로 떠올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생각 등 여러 영웅들의 뒷담화나 숨은 이야기,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면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삼국지』의 기나긴 여정을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그 유명한 적벽대전은 궁금하다면, 어려운 고문들보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중국의 역사소설을 찾는다면 이책 『적벽대전』이 제격일 듯 하다. 그러나 삼국과 난세의 영웅들에 대해 깊이있게 알기를 원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길 권한다. 아마 그런 분들은 이미 『삼국지』와 친하게 지내시겠지만. ;)








+ 오탈자 +

1권 108쪽 4째 줄 : 아름고 → 아름
1권 250쪽 4째 줄 : 제갈량은 유비가 다시 추격해 올 것이라는 짐작에 동의하면서도
                      → 제갈량은 조조가 다시 추격해 올 것이라는 유비의 짐작에 .. 로 고쳐야 하지 않을런지??
1권 331쪽 11째 줄 : 게다가 조조가 교현보다 조조가'조조가' 중복
2권 114쪽 : 황건적 난 → 황건적
2권 251쪽 밑에서 6째 줄 : 바지를 치켜입다추켜입다,가 아닐까? 이건 나도 헛갈린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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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 Through and Through (Board Books)
Bernadette Rossetti-Shustak 지음, Caroline Jay Churc / Cartwheel Books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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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으로 한글 번역본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데요. 이책을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더군요.

저도 이책을 번역판으로 먼저 만났는데 그림도 내용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이더라구요. 원서의 제목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역판의 제목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해'라는 말의 반복으로 더 강하고 인상적으로 남는 것 같거든요.

번역판이 너무 좋아서 언니들에게 추천해 주다가 영문판 원서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요즘은 조기 영어 교육이라며 영어그림책을 보는 게 일반화되었잖아요.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어그림책보다 영문판 그림책 원서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더군요.

이책같은 경우엔 유아용 그림책이다보니 글자가 거의 없고 단어도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것들로만 사용하고 있어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창 영어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 조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겠더군요. 그림도 너무 귀여워서 조카가 이책 너무 좋아하네요.

책의 내용은 아이의 외모, 행동, 성격 등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책을 읽으면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답니다. 아이와 함께 이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이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마음을 책을 통해 전하고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누가 봐도, 언제봐도, 보기만 해도, 철철 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예쁜 책이랍니다. 아이들이 보는 쉬운 영어원서로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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