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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책의 입소문이 꽤나 훈훈했다. 무슨 내용일까,라는 약간의 호기심과 '스웨터'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감동 코드를 눈치챈 것 외에는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이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백지 상태로 책장을 넘겼기에 마지막의,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결말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열 세살 에디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검은색 바나나 모양의 안장을 가진 빨간 프레임의 허피 자전거를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서 일년 내내 엄마 말씀도 잘 듣고 착한 어린이로 지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에디는 마음을 졸인다. 자신의 마음을 눈치챌 수 있도록 누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걸 물으면 엄마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허피 자전거라고 대답하곤 했다.
얼마전까지 에디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구우시는 아빠가 계셨다. 맛난 빵 만큼이나 친절하고 배려깊은 아빠가 운영하는 제과점은 언제나 인기만점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면서 집안 형편은 급격히 나빠졌고, 엄마가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어린 에디도 이런 상황을 알았지만 자전거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했고, 간절했던 만큼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가 자전거 대신 정성스레 뜬 스웨터를 선물했을 때 실망감도 컸다.
외가댁을 방문한 에디는 그곳에서도 원하던 선물을 얻지 못하자 심술을 부리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빠에 이어 엄마까지 잃은 에디는 큰 충격에 빠지고 세상을 등지고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사랑으로 감싸지만 에디의 삐딱함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충돌을 일으키고 가출을 감행한다. 그길에서 에디는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그동안의 고통과 괴로움을 털어내고 용기를 내어 자신 속에 휘몰아치는 폭풍을 통과한다.
겉으로는 날을 세워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지만 속으로는 그런 자신을 더욱 혐오하고 역겨워하는 에디의 모습은 상황은 다르지만 방황하는 십대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지만 그걸 인정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에디는 마지막 극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그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그러나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고 보듬을 수 있는 용기를 낸다면 아무리 매섭게 휘몰아치는 폭풍이 눈 앞에 버티고 있더라도 그것을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에디에게 엄마가 직접 짜준 스웨터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한 선물이 되었고 그것을 축복하듯 놀라운 삶이 에디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스웨터>를 접했을 때는 작년에 읽었던 <매뉴얼>이 떠올랐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사랑을 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마지막으로 덮었을 때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떠올랐다. '스쿠루지 영감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뛰어넘는 새로운 크리스마스 고전의 탄생'이라는 이책의 부제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이책의 저자 글렌 벡은 열세 살에 엄마를 잃고 줄줄이 형제들을 떠나보내면서 저자는 암울한 성장기를 보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그 내면은 항상 비참함에 빠져 있었으나 가족의 사랑과 신앙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이책 <스웨터>는 그런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란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진한 감동을 전하는 건 바로 저자의 그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잇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소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정성이 배어있는 스웨터가 에디의 마음을 녹여준 것처럼 이책 <스웨터>는 메말라가는 내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었다. 먼 곳에서 찾고 있는 행복이 이미 내 눈 앞에 도착해 있는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 세상은 적이 아니야. 굳이 세상과 맞서 싸울 필요는 없단다. 너의 적은 너 자신일 뿐이다. 무거운 짊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사람은 없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한다면 세상은 아주 달라보일 게다. (126쪽)
- 때로는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선물이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그걸 받으려면 먼저 고집을 버려야 해. (2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