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를 리뷰해주세요.
-
-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소설의 새바람을 일으켰던 김려령의 <완득이>는 '제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때의 산뜻한 만남에 힘입어 창비청소년문학상,은 눈여겨볼 만한 문학상이 됐다. 그리고 얼마전 제 2회 수상작이 출간됐다.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의 두 번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먼저 반응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책소개에 언급된 단어들이 흥미로웠다.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가 결합된 성장소설이라, 마음이 솔깃해진다. 하긴 제목부터 위저드 베이커리(wizard bakery), 마법사의 빵집이 아닌가. 미스터리, 호러가 결합된 판타지라니 전체적 분위기가 톤다운일 것 같긴 했지만 가족을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이라니 일단 믿고 달려보는 거다.
집 근처 정류장 앞에 제과점이 하나 있다. 약간 낡은 인테리어에 그렇고 그런 분위기의 동네 빵집. 그러나 드나드는 손님이 많지도 않은 이 가게는 24시간 불을 밝히며 많은 양의 빵을 만들어내고, 그걸 어디론가 실어나른다. 결정적으로 빵의 재료를 묻는 손님에게 갓난아이의 간을 말려 빻은 가루, 까마귀의 눈알 시럽, 라푼젤의 머리 비듬 등 황당무계한 소리를 늘어놓는 '또라이' 제빵사가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 그 가게의 이름이다.
엄마가 자살한 뒤 아빠가 재혼하면서 소년은 새 엄마 '배 선생'과 그녀의 어린 딸 무희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과 새 엄마와의 갈등은 깊어지고 허울 뿐인 가정은 소년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기는커녕 견디기 힘든 공간으로 변해간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가족과 마주치기를 피하던 소년은 급기야 이복동생의 성추행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도망치듯 집을 나온다.
몸을 피할 곳을 찾던 소년에게 유일하게 떠오른 곳은 바로 '또라이' 제빵사가 24시간 영업하는 제과점,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무턱대고 숨겨달라는 소년을 제과점 주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제빵실의 오븐 안으로 인도한다. 오븐 안의 문을 여는 순간 소년은 숨겨져 있던 마법의 공간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마법사 제빵사와 파랑새 소녀와 소년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와 함께 평범해 보이던 '위저드 베이커리'의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면 효과를 보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 사과하고 싶은 상대와 100% 화해할 수 있게 해주는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학교나 회사에 가기 싫은 날 땡땡이칠 수 있게 도플 갱어를 불러주는 '도플갱어 피낭시에', 짝사랑 상대를 내것으로 만들어주는 '체인 월넛 프레첼'. 말만 들어도 구미가 당기는 이 빵과 쿠키들은 위저드 베이커리 닷컴에서 거래되는 마법의 빵이다.
누가 이런 걸 믿을까 싶지만 마법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끊이질 않는다. 종종 의도와는 상관없이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고 그런 상황을 대하는 이들을 보면서 소년은 인간의 씁쓸한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 닷컴의 모든 품목 아래에는 마법의 힘을 사용하면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지만, 마법의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것에 대한 책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후회한다.
임시로 나오긴 했지만 영원히 도망칠 수 없기에 소년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돌아온다. 새 엄마 '배 선생'이 자신을 저주하기 위해 주문한 자신을 꼭 빼닮은 부두인형과 마법사가 던져준, 위저드 베이커리의 최고의 야심작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 리와인드를 양손에 들고. 그러나 오랫만에 들어간 집에서 생각지 못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고, 타임 리와인드를 쥔 소년은 티비의 '인생극장'처럼 선택의 기로에서게 된다. 소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도심 한가운데 존재하는 마법의 빵집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상처입은 소년과 마법사의 관계는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작가는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에서 위안받지 못한 채 상처입고 방황하는 소년과 그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마법사, 그리고 마법의 빵을 매개로 엮어지는 세상 사람들의 교차되며 삶의 어두운 단면들을 유려한 문체와 재치있는 구성으로 풀어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 리와인드'를 든 소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그의 몫이다. 시간을 그전으로 되돌렸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도 있고, 그 상황을 견뎌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을 수도 있다. 어던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상황은 그가 책임질 몫이다. 그것이 모든 위저드 베이커리의 제품에 새겨진 경고가 아니었던가.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어울린 참신한 소재.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완득이, 리버보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마법이라는 것 또한 언제나 선택의 문제였을 뿐 꿈속의 망중한이 아니었다. (중략)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