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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문(New Moon) │ 스테프니 메이어 │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07 


초특급울트라나이스캡숑 맛있는 피냄새와 마음을 읽히지 않는 개인기로 에드워드의 마음을 움직인 벨라와 조각같은 외모와 근육질의 몸매에 벨벳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의 삼박자를 갖춘 완소남 모드로 벨라의 심장을 미친듯이 뛰게 만드는 에드워드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뜨거운 사랑에 빠져든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어야 할 관계인 인간과 뱀파이어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고 격정적이다. 물론 이들의 연애는 벨라를 향한 흡혈 본능을 억제하는 에드워드의 초인적, 아니 초뱀파이어적 인내가 있기에 가능하다. 오, 위대한 사랑의 힘이여! 그러나 에드워드를 포함한 켈렌 가족 외의 다른 뱀파이어들까지 그런 인내를 발휘하지는 않는 법. 우연히 켈렌 가족을 방문했다가 벨라의 끝내주는 피냄새를 맡아버린 성질 더러운 뱀파이어 로렌스가 벨라를 먹잇감으로 지목하면서 켈렌 집안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결과는 물론 해피엔딩. 이어가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인데 1부에서 여주인공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여기까지가 대략 전편 <트와일라잇>의 줄거리다. 요즘 시대에 웬 뱀파이어?하며 눈 깔고 냉소적인 웃음을 띠며 읽기 시작했으나 여주인공 벨라가 지치지도 않고 묘사해대는 에드워드의 신이 내린 외모를 제대로 상상해 버린 탓에 차가운 미소에 버럭거리는 에드워드까지 사랑스러워 보일 지경이니 이를 어쩌랴. 십대 소녀 취향의 판타지 로맨스는 내 취향이 아닌데,라는 말을 했거나 말거나 천하무적 꽃미남 뱀파이어의 감미로운 미소와 기상천외한 모험이 재밌는 걸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그냥 달리는 거지! 그렇게 완전 몰입해 빛의 속도로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내 손엔 2부 <뉴문>이 들려있었다. 


게걸스레 입맛을 다시며 자신에게 덤벼들던 로렌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만신창이가 된 몸을 어느 정도 추스린 벨라는 18 번째 생일을 맞는다. 17세 소년의 모습에서 정지해버린 에드워드와 달리 자신은 매일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진 벨라는 에드워드와 앨리스의 축하 인사에도 시큰둥하다. 앨리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날 저녁 켈렌 가족을 방문한 벨라는 축하 인사 속에 선물 상자를 열다가 실수로 종이에 손을 베인다. 벨라의 손에서 피가 남과 동시에 잠시 이성을 잃은 재스퍼가 벨라를 향하고 에드워드가 그를 저지하면서 화기애애하던 축하 자리는 순식간에 난투극으로 변한다.

로렌스 사건과 생일날의 소동으로 자신의 사랑이 벨라를 치명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진 에드워드는 벨라를 위해 이별을 결심하고 포크스를 떠난다. 에드워드를 잃은 충격으로 벨라는 거의 정신줄을 놓게 되고, 그러던 중 극도의 긴장 상태나 위험한 상황에 놓일 때면 에드워드의 환청이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듣기 위해 위험한 일에 몰두하던 벨라는 오토바이를 생각해내고, 아빠 몰래 오토바이를 배우기 위해 제이콥을 방문한다. 그리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유쾌한 제이콥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시든 꽃 같았던 벨라의 삶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벨라가 에드워드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거두지도, 제이콥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기도 못한 애매한 시점에서 제이콥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1부 <트와일라잇>에서 제이콥이 처음 만난 벨라에게 자기 부족의 전설을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전설에는 켈렌 가족 뿐만 아니라 제이콥이 속한 퀼렛 부족의 비밀까지 담겨있다. 바로 그들이 뱀파이어와 상극인 늑대 인간의 후예라는 비밀이. 그리고 <뉴문>에서 그 전설은 쾌활한 인디언 청년 제이콥을 통해 현실로 탈바꿈한다. 그가, 늑대 인간이 된 것이다.

에드워드의 부재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벨라와 그녀를 사모해오던 제이콥의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지며 평범한 인간들의 연애를 보여주던 이야기는, 제이콥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고 죽은 로렌스의 애인인 빅토리아가 벨라를 향해 복수의 손길을 뻗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거기에 더해 에드워드의 환청을 들으려는 벨라의 위험한 시도가 앨리스의 미래에 감지되고 그것이 잘못 전해지면서 상심한 에드워드는 죽기 위해 볼투리 가문이 있는 이탈리아로 떠난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스와 벨라는 에드워드를 구하기 위해 그를 뒤쫓고, 그곳에서 또다른 위험에 부딪치게 된다.



「트와일라잇」시리즈의 2부인 <뉴문>은 1부와 3부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다. 에드워드와 벨라의 사랑이 시련을 통해 더욱 견고해지는 계기를 부여하고, 늑대인간과 볼투리 일가 등 새로운 캐릭터를 보충하고 극의 스케일을 키워 3부에서 진행될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제이콥은 로맨스 소설의 특징이자 새로운 이야기의 축인 삼각관계를 구축한다. 벨라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제이콥의 존재는 앞으로 대결구도를 형성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남긴다. 또한 '벨라의 변신'을 둘러싼 볼투리 가문의 명령과 켈렌 가족과 퀼렛 부족과의 약속, 슬슬 모습을 드러내며 범위를 좁혀오는 빅토리아의 복수전은 3부 <이클립스>에서 펼쳐질 그들의 모험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1부 <트와일라잇>에서 '위험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라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벨라는 2부 <뉴문>에서도 역시나 온몸을 던져 다양한 사건ㆍ사고를 일으키며 극의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심지어 3부 <이클립스>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사건의 포석을 여러 개 깔아두기까지 한다. 아마 벨라가 없었다면 포크스는 뱀파이어든 늑대인간이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여전히 시시한 시골 마을일 것이다. 그러나 포크스에서만 통하는(!) 매력을 가진 사고뭉치 벨라가 있기에 이야기는 계속 된다. 2부에서도 입만 열면 에드워드의 외모를 찬양하느라 넋을 놓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되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나는 벨라의 수동적인 패턴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번엔 인간 계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으나 뱀파이어 계에서는 충분히 막강 파워로 통할 수 있는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다. 미약하나마 자신을 보호할 힘을 찾은 그녀가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뉴문>의 두께는 <트와일라잇>보다 더욱 두꺼워졌으나 역시나 숨가프게 넘어간다. 그러나 에드워드가 이별을 선언하고 떠난 이후 벨라와 제이콥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까지는 다소 지루하게 이어진다. 빅토리아의 재출현과 제이콥의 변신으로 조금씩 속도감을 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1부에 비해 조금 늘어지고 느슨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모든 부분이 완벽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뱀파이어에 비해 늑대인간은 조금은 불완전하고 덜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져 아쉬웠다. 불멸의 존재로 나오는 뱀파이어에 비해 인격적 성숙을 이룰 시간이 현저히 짧은 것은 이해되지만 이책의 주인공이 뱀파이어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쪽으로 무게 중심이 더 기운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뉴문>에서는 <트와일라잇>에서 단숨에 독자들의 마음을 훔치며 이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된 완소남 에드워드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중간에 벨라의 환청으로 목소리 찬조출연을 하긴 하지만 책의 앞뒷 부분 각각 100여 쪽에 모습을 비치는 것이 전부다. 새로운 상황을 위한 숨고르기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에드워드 팬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의 빈자리를 영계 매력남 제이콥이 메우긴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독자들이 3부를 외면하지 않게 하려는 작가의 전략적(?) 계획에 따라 에드워드는 2부 뒷부분의 이탈리아에서 다시 그 빛나는 얼굴을 들이밀며 벨라에게 돌아온다. 그가 컴백했으니 2부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3부 <이클립스>를 찾을 수 밖에! 훗!





- 2009년 4월,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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