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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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심야식당 1 │ 아베 야로 │ 미우(대원출판사)
 

밤 12시, 모두가 잠들 시간 문을 여는 식당이 있다. 눈에 칼자국이 선명한 주방장이 칼을 놀려 음식을 만든다. 주인의 얼굴만 보고 움츠린다면 지는 거다. 한 성깔할 것 같은 인상의 주인이지만 의외로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다. 음식 솜씨도 뛰어나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한결같이 맛있다. 식당에는 간단한 메뉴가 있지만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알아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모두 만들어주는 완전 고객중심의 영업방침이 있는 곳, 바로 심야식당이다.

만화는 좋아하지만 일본만화는 그리 즐기지 않는다. 일부러 피한다기보다는 특별히 찾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이제껏 본 일본 만화라고는 학창시절 아이들의 혼을 빼놓았던 열풍에 휩쓸려 쉬는 시간 틈틈이 본 《드래곤볼》과 대학생이 되어 친구랑 자취방에서 뒹굴며 읽었던 《슬램덩크》 정도가 전부다. 그 유명한 《초밥왕》도 입소문에 혹해 시도는 했었으나 몇 권 읽다가 이내 접었으니 읽었다고 말하긴 좀 민망한 셈이다. 그런 내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을 주문했다. 그러니 이책은 내가 처음으로 내돈 내고 산 일본만화책인 것이다.

얼마전 블로그 서핑을 하다가 흥미로운 글을 봤다. 눈에 심상찮은 흉터가 있는 주방장이 밤 12시부터 아침 7시 경까지 문을 여는 기묘한 식당이라는 설정에 호기심이 일었다. 바로 인터넷 검색으로 몇몇 글을 찾아봤는데 대체로 평이 좋았다. 인터넷서점 책소개에는 음식만화 인기 1위라는 타이틀까지 주어져 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그렇게나 유명한 만화였나,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하긴 그러고보니 만화를 안본지도 좀 된 듯하다. 특히나 일본 만화는 더욱. 독특한 설정에 따듯한 감동 코드가 버무려져 있다는 글에 마음이 동해 우선 1권만 주문했다.


《심야식당》은 식당을 배경으로 매번 다른 음식과 그에 얽힌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피소드 형식의 옴니버스 만화다.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는 한밤에 영업을 시작하는 이 특이한 식당 만큼이나 그곳에 모여드는 손님들 또한 게이, 조폭, 엔카 가수, 도둑과 형사, 스트립퍼, 가난한 복서, 에로배우 등 독특하다 못해 다채롭다. 밤의 시간을 생의 무대로 삼는 이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평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처음엔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심야식당》은 그런 편견어린 시선에는 무심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또한 심야식당에 즐겨 찾는 손님들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ㆍ경제적ㆍ성적으로 또는 다른 면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된 비주류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만화는 이런 인물들을 팍팍한 삶을 뜨끈뜨끈한 음식으로 감싸안는다. 주문만 하면 뚝딱 하고 만들어내는 식당 주인의 소박한, 때로는 특별한 음식들은 한밤에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면서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상처입고 아파하는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 그들을 대하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 덕분에 처음엔 낯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차츰 마음 속으로 들어왔고 나 역시 나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일단 분류상으로는 음식만화다. 밤에만 영업을 하는 식당이 무대고 매회 다른 메뉴의 음식이 등장한다. 음식 만드는 법도 간단하게 알려준다. 그렇다고 음식 얘기만 있느냐. 설마 그럴리가. 음식이 있으면 그것을 먹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또는 그것에 사연이 있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만화는 그렇게 매번 다른 음식과 그에 얽힌 이들의 또다른 삶을 세트로 내놓는다.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음식은 그들의 상처입은 삶을 따듯하게 위로해 준다. 《심야식당》은 따듯한 음식과 정겨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만화다. 

다만 하나의 에피소드가 제목까지 포함해 대략 6장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마무리되다 보니 한 권의 책에 다양한 음식과 그에 얽힌 사연을 담을 수는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너무 단순화되어 다소 심심하거나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단조롭다고나 할까. 책을 읽기 전에 접했던 호평에 나름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른이들은 어책에 대한 기대가 나름 컸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절제된 짧은 이야기도 좋지만 책을 덮으면서 사연 자체가 조금 더 깊이를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허나 지금 이글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의 매력은 남들의 시선이 어떻든 기죽지 않는 다양한 비주류의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살짝 간만 보여줘 입맛 다시게 만드는 그 가벼움과 단순함인지도 모르겠다고. 길게 늘어지지 않아도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지는 그 명료함일지도 모른다고. 이 만화가 나름의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은 분명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흡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설정과 개성있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밤세상 이야기는 새로운 간접경험이었다. 다소 밋밋하나 자신의 맛을 기억에 남기는 일본음식 같은 그런 만화였다.


《심야식당》은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다양한 손님들이 드나드는 식당이 배경인 만큼 매회 다른 사연을 가진 이를 내세워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으니 드라마로도 제격일 듯하다. 게다가 만화에서는 생략했던 삶의 디테일을 살린다면 더욱 풍성한 에피소드를 구현할 수도 있을 테고. 다만 만화 속에 등장하는 밤세계의 직업을 가진 손님들이 공중파의 성격에 맞을까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일본문화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만약에 《심야식당》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칼자국 흉터가 있는 식당 주인 역에는 '갑본좌' 김갑수 옹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식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심야식당의 주인이 매번 새로운 메뉴를 내놓아도, 그리고 손님들이 그 음식들을 맛나게 먹을 시간인 한밤중에 이책을 읽어도 별다른 유혹을 느끼지는 않았다. 허나 나와는 달리 일식을 좋아하거나 음식만 보면 순식간에 식욕이 불타오르는 독자라면 식당이 문을 열어 맛난 음식을 내놓는 '심야'에는 이 만화를 삼가는 게 좋겠다. 천만 다행으로(?) 처음의 몇장을 제외하곤 죄다 흑백그림이라 영롱한 색깔로 유혹하는 음식 사진보다는 침아밀라아제 분비량이 그리 격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냠냠쩝쩝 먹는 손님들을 보며 위산분비 과다로 위가 쓰려올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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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괜찮아, 미안해 - 가슴에 가시가 박힌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목소리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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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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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괜찮아 미안해 | 김희재 | 시공사 | 2010.09 


며칠 전에 안 마시던 술을 한 잔 했다. 기분이 조금 우울하기도 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다. 늦은 밤 기꺼이(실은 반색하며!) 나와준 친한 언니와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생맥주를 홀짝이며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목구멍을 톡톡 쏘는 생맥주의 알싸함과 늦은 밤에 먹는 후라이드 치킨의 고소함이 잡담과 웃음에 뒤섞일 때쯤 무심코 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조금씩 쌓이던 스트레스가 마음 속에서 부풀어져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았던 상태였다. 그때 언니가 말했다. 괜찮아, 사는 거 별거 아냐, 힘내!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날 내내 흔들렸던 내 마음을 따듯하게 안아줬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우울의 조각이 인생의 어느 순간을 휩쓸 때. 괜히 사소한 일에 날을 세우고 작은 일에 상처받고 힘들어 할 때. 어쩌면 지금의 내가 그런 시기를 겪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간 미친듯이 읽어대던 책도 거의 못 읽고 줄기차게 써대던 리뷰도 멈추고 중독처럼 매일 뭐라도 올려야 할 것 같던 블로그도 내버려둔 채 모든 것을 놓고 한참을 밑바닥으로 침잠했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지만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마음이 이렇듯 어지러운 까닭에 요즘은 이런 스산함을 감싸줄 수 있는 따듯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의 에세이 《그래, 괜찮아, 미안해》를 만난 것도 그런 인연이었다.



《그래, 괜찮아, 미안해》에는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자수성가로 성공한 그녀, 가세가 기울어 어린 나이부터 가장의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그, 거절하지 못해 온갖 일과 책임을 떠맡는 그녀, 앞날이 전도유망한 젊은이에서 사회의 주변인으로 변한 그,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모두에게 친절한 그녀, 아무 때나 버럭버럭 화를 내는 그,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드는 천하장사 그녀, 유난히 밥을 빨리 먹거나 외모에 신경을 안 쓰거나 이기적이거나 지독한 개인주의자이거나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이젠 음치가 되어 노래를 못 부르는 그와 그녀 들의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들이 거쳐온 삶의 사연과 겹겹이 숨겨진 속내를 끄집어낸다. 어렸을 때 죽은 형을 대신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앞만 보고 달려온 사업가,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대신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아내, 도박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돈을 버느라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룬 딸, 평생을 바친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 시대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꿈을 빼앗기고 적응하지 못한 화가,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기에 사랑하기를 겁내는 여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남자 등 제각기의 삶에서 닥친 시련과 고난을 통과하느라 생겼던 마음의 상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통해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상처입은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던 저자는 독자에게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작은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 제안이라는 것이 얼핏보기엔 참 뜬금없어 보인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저당잡힌 걸 생색내는 그녀에게는 쓸데없는 책을 선물하라거나, 시시때때로 툴툴대는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사과주스를 만들어 주라거나,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라거나,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에게 이벤트를 해주라거나, 언제나 웃는 그녀에게 존경한다고 말해주라거나 까칠 대마왕에게 박수를 쳐주라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외로운 그녀를 꼭 안아주라거나 밥을 생계수단으로 여기는 그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라거나 가꿀 겨를이 없는 그녀에게 옷을 선물하라는 상식선 안의 제안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보면 황당하게 보이던 그 제안들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쓸데없는 두툼한 책은 그녀에게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고, 강판으로 정성스레 갈아만든 사과주스는 어머니의 부재로 불안했던 그들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위로해줄 것이며, 소소한 이벤트는 막장 드라마가 아닌 자신의 평범한 삶을 사랑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전화나 문자가 아닌 몇 번이고 다시 되새겨 읽을 수 있는 편지로 그녀의 닫힌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고, 먹을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이기적인 그에게 배려의 마음을 알게 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이 조금 벗어난 저자의 작은 일탈 같은 제안은 삶에 찌들고 짓눌렸던 그네들에게 생각지 못한 기쁨을 안겨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곁을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를 이해한다는 따듯한 눈빛과 혼자가 아니라는 진심이 담긴 한 마디는 그 어떤 화려한 말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얼마전 한 예능 토크쇼에는 인생의 굴곡을 겪은 개그맨 선후배들이 게스트로 함께 했다. 제각각 크고작은 삶의 상처를 안고 사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평소 김제동 어록이 있을만큼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김제동은 그날 자신에게 힘이 된 위로의 말로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심리상담을 맡은 숀 맥과이어 교수가 세상에 벽을 쌓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윌 헌팅에게 계속해서 힘주어 반복해서 하던 그 말, "it's not your fault"를 꼽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그 단순한, 그러나 진심이 담긴 이 한 마디는 결국 영화 속 철옹성 같던 윌 헌팅의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던 어린 김제동에게도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삶을 힘들어하는 이에게 진심을 꼭꼭 담아 이 한 마디를 해준다고 한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이책 《그래, 괜찮아, 미안해》 역시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요,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라고.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실미도》가 소송에 휘말려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시나리오 집필이 아니라 각색으로 참여해 소송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인터뷰 내용의 기사였는데, 남성 영화의 특성상 당연히 남자일 거라 추측했던 작가가 여자라는 사실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했고. 강우석 감독과 《실미도》, 《공공의 적2》, 《한반도》를 함께 작업한 그녀이지만, 그녀의 필모그래피에는 그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나오는,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장진영이 연기했던 감성적인 영화 《국화꽃 향기》도 올라있다.

영화 화면을 통해 만나던 그녀의 이야기를 텍스트를 매개로 하는 책으로 접하는 건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오랜 경력의 시나리오 작가답게 각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영상화됐고, 짧은 이야기지만 그속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제각각 펼쳐내는 이야기들이 가끔은 너무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각색이든 창작이든 이야기의 본질은 우리 삶과 겹쳐있다는 점에서 소소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상처를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저자로 변신했던 그녀의 다음 도전은 《더 뮤지컬》이란 뮤지컬 드라마란다. 다재다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구혜선과 떠오르는 기대주 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아 뮤지컬 배우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고 하니 벌써부터 살며시 기대가 된다.



- 마음의 마사지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경쇠약이나 정신분열이나 인격 장애… 이렇게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은 아니지만 어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어루만짐' 말입니다. 몸의 뭉친 곳을 알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여기저기 눌러보듯, 마음의 역사 어딘가에서 시작된 상처를 더듬어갈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생각하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중략) 여린 살이 더 잘 뭉치고 더 깊이 상처가 나듯, 착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인내해야 할 고통도 큰 것 같았습니다. (중략) 그들의 등 한복판에 볼록 솟은 굳은 살이 풀릴 때까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꾸준히 어루만져 주어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우리'고 '우리' 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에필로그 中)

《그래, 괜찮아, 미안해》에 나오는 이들과 그들을 옥죄던 삶의 굴곡들은 특별한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편적으로 느껴진다. 그건 드라마틱하게만 보이는 그들의 사연에서 평범한 우리들의 삶의 조각이 하나둘 겹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겉보기엔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듯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마음의 상처를 방치하지 않고 조금씩 어루만지고 보듬어 그것들을 치유하기를 권한다. 몸의 근육이 뭉치면 마사지로 풀어주듯이 마음의 근육 또한 위로라는 작은 어루만짐으로 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괜찮아, 힘내, 라는 짧은 말 한 마디가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아 주었듯이 끊임없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책은 상처로 뭉쳤던 마음의 근육들을 조금씩 풀어준다. 《그래, 괜찮아, 미안해》는 삶에 지쳐 힘든 이들에게 따끈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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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커트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29
존 버닝햄 글.그림,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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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 커트니 │ 존 버닝햄 글,그림 │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6년 5월


작년엔가 저작년엔가 동네 시립도서관의 리모델링한 어린이 열람실을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이책을 만났다. 존 버닝햄이라는 이름 넉 자만 보고는 덥썩 집어들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때론 혼자 히죽대기도 하고.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바로 책을 주문했다. 요즘도 가끔 생각날 때면 책장 한 귀퉁이에서 꺼내 혼자 깔깔대며 보곤 하는 그림책이다. 오늘도 이책이 생각나 오랫만에 다시 책을 꺼내 읽었다.

몇년 전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존 버닝햄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쿠르트 마슐러상, 뉴욕타임즈 최우수 그림책상 등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이 시대 최고의 인기 작가다. 그림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도 아마 그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기억을 더듬다가 예전에 조카들에게 어린이날을 맞아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몇 권 선물했던 게 생각났다. 그러나 정작 책내용은 가물가물하니 이게 웬일.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 커트니>는 존 버닝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읽은 나의 첫 그림책인 셈이다. <지각대장 존>,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존 버닝햄의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 이책 덕분에 존 버닝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개를 키우고 싶은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조르고 졸라 겨우 허락을 받아낸다. 집에서 같이 지낼 개를 고르러 가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깨끗하고 잘 생긴 개'를 고르라고 충고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개'를 찾는다. 그리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늙은 떠돌이개 '커트니'를 만나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엄마ㆍ아빠는 자신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늙은 똥개를 데려왔다며 아이들을 나무라지만, 이게 웬일! 아침 일찍 사라졌던 커트니가 자신의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돌아온다. 이 부분에서 완전 빵~ 터졌다! 여행가방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개라니! 의인화된 개 커트니의 재등장으로 인해 이전까지 일상적이었던 책 속의 현실들이 동심의 세계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랄, 동시에 유쾌하고 신나는 커트니의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개 커트니는 컴백홈 하자마자 요리사가 되어 밥을 하고, 웨이터가 되어 식탁을 차려주며,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어 식사하는 식구들을 위해 연주도 한다. 마술 도구를 꺼내 아기와 놀아주는가 하면 마당의 잔디를 깎고, 아이들과 함께 티비 시청을 하고, 엄마의 대화나 춤 상대가 되어주고,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도 커트니의 몫이다. 늙수구레하고 볼품없어 보였던 늙은 개 커트니는 그렇게 가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온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개 커트니는 어느날 홀연히 가족들 곁을 떠난다. 커트니도, 커트니의 가방도 사라졌고, 아이들은 커트니를 찾기위해 노력하지만 커트니의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다. 커트니는 왜 사라진걸까? 그리고 그해 여름방학 때 떠난 가족 여행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한다.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한 건 과연 누구일까?

아이들은 부모님 말씀처럼 '깨끗하고 잘 생긴 개' 대신에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개'를 찾는다. 그리고 늙고 볼품없는 떠돌이개 커트니를 데려온다. 부모님은 늙은 똥개라며 나무라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귀엽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어른들의 세속적인 잣대가 짧고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커트니는 그런 아이들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멋지게 변신해 가족들을 즐겁게 해준다.

나라면 과연 아이들처럼 커트니의 볼품없는 외모가 아닌 따듯한 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원래 동물을 무서워해 애완견을 고를 일 자체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나 역시 아이들의 부모와 별다르지 않았을 듯하다. 아마 다른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아니라굽쇼?). 그리고 그건 비단 애완견 뿐만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뜨끔했고 씁쓸했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곤 안도하기도 했다.


존 버닝햄의 다른 그림책들과 마찬가지로 《내 친구 커트니》도 생략과 압축의 묘미가 돋보이는 간결한 글과 존 버닝햄 특유의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다. 존 버닝햄의 그림체는 마치 아이들이 쓱쓱 대충 그린 것 같은 단순한 느낌을 주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유명 작가의 그림치고는 너무 어설퍼 보여서 조금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책들을 만나면서 점점 그 그림의 매력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설픈 듯 자유분방한 그림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익살이 녹아있고, 뭔가 부족한 듯한 그림을 통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만날 수도 있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그림을 통해 드러난다. 간결한 글에 대한 부연 내용을 그림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에서는 따듯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것이 바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그림책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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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마법사 퍼가기 이벤트

 
어제밤에도 늦게 들어와 피곤하신 몸을 뉘이다가 찾아볼 책이 있어 컴을 켜고 알라딘에 접속했다.
앗! 그런데 그때 불현듯, 기적적으로다가~~ 그간 나돌아(?) 다니느라 깜박 잊고 있었던
조정래 님의 신간 《허수아비춤》 출간일이 바로 코앞이라는 게 떠올랐다!!
사실 그때는 이미 12시를 넘겨 10월 4일이었기에 정확히 말하자면 출간일 당일이었다능;; ^^;;

  허수아비춤 / 조정래 / 문학의문학 / 2010.10.04

부랴부랴 접속해서 보니 다행히도 아직 예판이벤트(친필사인프린트&엽서세트&1천원적립금)이 걸려있길래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을 치켜뜨며 부랴부랴 주문을 했다. 으흐흐,
워낙 대작가님의 신작이라 모든 인터넷서점에서 예약판매가 진행중이었지만, 
화제의 문학 신간 1천원 적립금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중인 알라딘에서 주저없이 질러주는 센스♥ ㅎㅎ





그런데 오후에 알라딘에서 최근 오픈한 개인맞춤형 책 추천서비스인 추천마법사를 클릭했더니 
오마나~~ 웬일이뉘!! 오늘 새벽에 졸면서 주문했던 그책!! 조정래 님의 《허수아비춤》이 떡~하니 걸려있는 것 아닌가!!
혹시 내가 오늘 주문할 줄 알았던 걸까? 설마~ 그렇다면 진짜 자리를 깔아야;; ^^;;

여튼, 알라딘 추천마법사 너~~, 오늘은 대박 족집게였다규~!!! ㅋㅋ




2010년 10월 4일 | 햇살박이님을 위한 추천 상품

허수아비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설계자들 강남몽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오늘 알라딘 추천마법사에서 내게 추천해준 책들은 이러하다.
이중에서 앞서 말했듯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은 오늘 주문해서 곧 받을 예정이고, 
김언수의 《설계자들》는 지난번 포스팅에도 적었듯 이번 추석 연휴에 잼나게 읽은 책이다.

그외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김영하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황석영의 《강남몽》은 물론 
제 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계속 관심을 두고 보던 책들이다.
내가 요즘 한국소설에 꽂혀있는 걸 재빨리 눈치채고 이렇게 추천도서에 꽂아두다뉘~~ 
완전 기특한 것 같으니라구!! ㅋㅋ

이제껏 알라딘에 접속할 때마다 재미삼아 추천마법사를 둘러보곤 했는데,
그전에도 제법 비슷했지만 오늘처럼 딱 맞아떨어진 적은 처음인 듯하다.
때마침 《허수아비춤》을 주문한 날에 이책이 추천도서에 떠있어 더 신기하게 느껴졌는지도. ^^
여튼 얼른 책이 도착해서 읽었음 좋겠다!! (이미 오늘 발송됐더라능!! ㅎㅎ)





☆★☆

알라딘 추천마법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번에 알라딘에서 야심차게 오픈한 개인별 책 추천 서비스 추천마법사에 대해 살짝 살펴보자. ^^




알라딘에 접속하면 오른쪽 위에 '이 책 어떠세요?'라는 말풍선과 함께 [추천마법사] 메뉴가 보인다.
상단의 도서메뉴 아래 [추천도서] 옆에서도 [추천마법사]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




[추천마법사] 메뉴를 클릭하면 그날의 추천책이 등장한다.
추천마법사 메인에는 추천지수가 높은 순으로 3권의 추천도서가 띄워져 있다.

추천마법사의 추천책들은 그동안 내가 구매했던 책들(구매리스트)과 보관함에 담겨있는 책들 뿐만 아니라 
나의 서재에 차곡차곡 써온 리뷰와 40자평의 상품과 별점 등을 환산한 관심지수를 바탕으로 한다고.

추천도서가 모두 한국소설인 걸 보니 요즘 한국소설에 빠져있는 내 취향을 추천마법사가 제대로 분석한 모양이다. ㅎㅎ




추천마법사 옆의 [마법사의 선택]을 클릭하면 보다 다양한 추천도서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종합순으로 책들이 정렬되어 있는데, 특정 분야를 알고 싶다면 왼쪽의 상세분류를 클릭하면 된다.



또는 메인의 추천책 아래의 세부메뉴를 바로 클릭해도 된다.
'종합' 옆의 '한국소설'을 클릭하면..



이렇게 한국소설 분류로 넘어온다. ^^

간혹 추천도서 목록에 이미 구입했거나 읽은 책들이 올라오기도 하는데(선물책이나 빌린책 등),
이런 경우에는 [추천에서 제외]하거나 [구매했어요]를 눌러 추천목록에서 빠질 수 있게 했다.




이건 책제목 옆에 있는 (화살표) 위에 커서를 올리면 보이는 단축메뉴로 
추천마법사 메인 화면에서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추천메뉴의 책을 구입하면 그책은 구매리스트로 옮겨지고 추천도서 목록에서 빠지게 된다. 
김중혁의 《좀비들》이 추천목록에서 빠진 이유다.
다만 주문책은 출고 다음날에 구매리스트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추천목록에서 계속 보일 수도 있단다.
새벽에 주문했던 《허수아비춤》이 추천책에 내내 거려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단축 메뉴의 [추천에서 제외]를 클릭하면 그냥 추천 목록에서만 사라지지만,
[이미 구매했어요]를 클릭하면 그책은 목록에서는 빠지지만 나의 구매리스트에 담긴다.





반면 구매리스트에 소장중인 책을 미리 추가함으로써 추천도서 중복을 피할 수도 있다.
나의 서재에 있는 구매리스트에서 [상품추가]를 눌러 책을 추가하면 된다.




《허수아비춤》은 출고된 이후 날짜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구매리스트로 이동되었고,
《설계자들》은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대출해 다 읽은 책이기에 소장중은 아니지만 일단 구매리스트에 넣었다.




그 결과.. 추천마법사의 목록이 바뀌어 4,5순위였던 추천책들이 메인 진출에 성공했다. ㅋ




3권의 추천도서 아래에는 다양한 추천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친절하게도 이전에 구입한 적이 있는 작가의 신간이나 시리즈의 신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오늘 본 상품을 기준으로 비슷한 성향의 다른 책들을 추천하기도 한다.

《허수아비춤》의 관련추천책에 걸려있는 《좀비들》과 《설계자들》은 나도 재밌게 본 책들이어서
《허수아비춤》이 그책들과 성향이 비슷하다니 이 더욱 기대된다. 
'서재이웃의 선택' 코너를 통해 서재 이웃님들의 취향도 넌지시 알아볼 수 있다. ㅎㅎ





자신의 취향에 보다 잘 맞는 추천도서를 만나기 위해 추천마법사의 관심분야를 직접 설정(추가 또는 삭제)할 수도 있다.
메인 오른쪽 위의 [설정하기] 메뉴를 클릭하면 O.K!




추천마법사 관심분야 설정 페이지에는 수많은 분야들이 올라와 있다.
다만 여기서 체크박스를 선택하면 관심분야에 추가되는 게 아니라 삭제되는 거라는 것!!
그러니 추가한답시고 이것저것 클릭하는 건 삼가시는 게 좋을 듯. ㅎㅎ

그럼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관심분야를 삭제는 하면서 추가는 안 되나? 하고.
알라딘 서재의 안내글을 읽어보니 추가 기능은 아직은 안 되고 있지만 곧 제공 예정이란다. ^^
 




2010년 10월 4일 | 햇살박이님을 위한 추천 상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강남몽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동화처럼


알라딘에 축적된 회원의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들을 바탕으로 분석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는 알라딘 추천마법사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을 추천받고 몰랐던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서비스다.
고객맞춤형으로 점점 진화해가는 책서비스의 좋은 예라고나 할까.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추천목록에 올라왔을까 하고 살짝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다만, 추천마법사에 올라오는 책들의 대부분이 신간들로 구성된 건 좀 아쉽다.
신간도서들, 특히나 주목받는 베스트셀러들은 다양한 루트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정보들을 접할 수 있기에
알라딘의 추천마법사만의 특별한 매력이 다소 반감되기도 한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 그렇다쳐도 점차 그 폭을 구간에도 폭넓게 적용해
흙 속의 진주처럼 묻혀있던 좋은 책들을 깨알같이 찾아내 추천해주는 특별함도 구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인의 추천책 3권 중 최소 1권 정도는 구간을 넣어 함께 추천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어쨌거나 추천마법사가 다음엔 또 어떤 책들을 추천해줄까 하는 기대에 알라딘에 들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해 오픈한 추천마법사인 만큼 유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부족한 점들을 잘 보완하고 채워나가
앞으로 회원들에게 사랑받는 알라딘만의 특화된 대표 책서비스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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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가위는 앞뒤로 걸리는 징검다리 연휴가 된 까닭에 더욱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기막힌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 그런 여유는 안 되고, 그냥 조용히 주변을 배회하며 보냈다. 그저 책을 읽고 집근처 영화관에서 개봉영화를 훑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드라마 DVD를 봤다. 다른 때처럼 하루종일 인터넷에 들어가 살지 않은 점은 기특하지만 어쨌거나 이번에도 영락없이 폐인 모드였다는 건 마찬가지;; 이번 연휴를 포함 전후로 본 책과 영화, 드라마를 그냥 한번 정리해봤다. ㅎㅎ





연휴가 시작되기 좀전부터 읽기 시작해 연휴 마지막까지 읽은 책들이 대략 7권.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는 아직 다 못 읽었으니 6.5권 정도 되려나. 《보통의 존재》와 《심야식당 1》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설이다. 그것도 한국소설. 특별히 한국소설을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요즘 내 취향이 나도 모르게 반영된 모양이다. 여튼 마음이 심란할 때는 그저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최고다. 잘 안 읽는 추리소설로 시작해 좀비, 암살자, 속물 등 그 등장 면면도 다양했다.

모두 제각각의 재미를 주는 즐거운 책들이었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책은 김중혁의 신작소설 《좀비들》과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 두 권을 꼽으련다. 하지만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오현종의 《거룩한 속물들》 또한 재미있었고, 처음 듣는 작가였지만 도진기의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의 《어둠의 변호사 - 붉은집 살인사건》과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도 흥미진진했다. 우연히 듣게 된 평이 좋아 구입한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나쁘진 않았지만 조금 단조로운 느낌이었다.





김중혁의 《좀비들》은 두 권의 단편집을 펴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전작 《악기들의 도서관》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펭귄뉴스》는 덜 읽은 책을 다른이에게 줘버리는 바람에 아직 완독을 못했다; - .-;;) 또 얼마전에 김연수와 함께 쓴 영화 에세이 《대책 없이 해피엔딩》도 너무 즐겁게 읽었던 터라 신작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주문해서 도착하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내 취향이 아닌 《좀비들》이지만, 띠지의 카피처럼 이책은 좀비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김중혁 작가 특유의 엉뚱한 상상력과 사람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잘 녹아있는 소설이다. 마지막 장면은 아, 정말..!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는 이번 연휴에 읽은 유일한 산문집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종종 들었던 라디오를 통해 밴드 '언니네 이발관'은 알고 있었지만 리더 이석원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처음 이책이 나왔을 때는 연예인들이 내는 책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편견이었다. 쉽게 꺼내놓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농밀한 내면의 이야기를 건네기에 이책은 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지만 사실은 내 안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조용히 가라앉아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읽기 좋은 산문이다. '사랑스런 산문집'이라는 이기호 님의 표현이 딱 맞는 책.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이번 연휴에 읽은 책들 중에 유일하게 도서관에서 빌린 책. 질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 미처 지르지 못하고 찜만 해둔 채 바구니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우연히 마실 간 도서관 신작코너에 꽂혀있는 이책을 발견하고는 충동적으로 대출해와 바로 읽어버렸다. 사놓은 내 책은 안 읽고 빌려온 책을 먼저 읽는 이 심보는 무엇인고..;; - .-; 여튼 이책은 내게는 조금 특별한 책인, 《캐비닛》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김언수님의 신작 소설이다. 암살자들의 세계를 다루며 그안에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담아낸 《설계자들》은 유쾌한 상상력의 《캐비닛》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거룩한 속물들》은 단편집 《사과의 맛》으로 내게 그 이름을 각인시킨 오현종의 소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 엮어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들이 무척이나 한심하게 느껴지면서도 그들 위에 겹쳐지는 우리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명품백에 비싼 브런치, 백화점 쇼핑 등 여느 칙릿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진짜 속물이 되고자 발버둥치던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시련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술술 잘 읽히는 이책의 아이러니한 제목은 김수영 시인의 산문 《이 거룩한 속물들》에서 가져온 거란다.





피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해 영화도 호러나 스릴러 장르는 잘 안 보는 나는 비슷한 이유로 추리소설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두 권의 추리소설을 이번에 만났으니 바로 도진기 작가의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1,2권이다. 현직 판사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도진기 작가는 수수께끼 풀이와 트릭 위주의 미스터리 소설을 지향한다고.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는 전직 판사 출신의 변호사 고진이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현재 1권 《어둠의 변호사 - 붉은집 살인사건》과 2권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이 나와 있다.




나는 일본 만화책은 잘 안 보는 편이다. 더구나 이제껏 한번도 사본 적도 없다. 그런데 우연히 기사로 접한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에 대한 평이 너무 좋아 구미가 확~ 당겼다. 밤에만 문을 여는 식당에 눈에 칼자국이 있는 주인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으러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작가는 밤에 식당으로 모여드는 손님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펼쳐낸다. 재미와 적절한 감동이 있다. 그러나 기대를 너무 컸는지,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생각보다 단조롭고 간략해서 기사평의 벅찬 감동까지는 느낄 수가 없었다. 1권만 먼저 주문해서 읽어보길 다행인 듯. 괜찮았으나 강추해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단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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