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은 만들어진다 - 여배우의 바디멘토 김명영의
김명영 지음 / 우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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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은 만들어진다 │ 김명영 │ 우린 │ 2011.04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상식에 입장하는 여배우들의 모습은 언제봐도 참 매력적이다. 어쩜 하나같이 늘씬하고 탄력있고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갖고 있는지, 아름다운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꽃미남 조인성을 보며 '하루라도 저런 비주얼로 살아보고 싶다'던 꿀단지 길의 심정에 어느새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여배우들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저런 몸매를 만들고 또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싶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먹고 싶은 것을 참고 매일 힘들여 운동을 한다는 게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부러움과 감탄은 곧 이런 투덜거림을 동반한다. 몸이 재산이고 또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을 일이 많은 연예인의 특성상 그만큼 더 투자하고 신경쓰는 건 당연한 거라고, 직장인들에 비해 비교적 시간이 더 자유롭지 않냐고, 유능한 전담 트레이너가 일대일로 관리해주니 오죽 잘 봐주겠냐고 말이다. 아마 몸짱 연예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두 번쯤은 해보았을 거다.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을 게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몸매 관리의 필요성은 더 크겠지만 그들도 사람인데 왜 힘들지 않겠나. 그러니 몸짱을 위한 그네들의 노력에 질투어린 비아냥보다 따듯한 찬사가 더 어울리지 않을런지. 그리고 부러우면, 우리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면 된다!


최강희, 이나영, 김태희, 이지아, 홍수현, 구아라.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여배우들(아이돌 가수 출신인 구하라도 드라마에 출연했다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책 《여신은 만들어진다》는 제목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듯이 스크린 또는 브라운관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여배우들처럼 건강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만드는 운동법을 소개하는 다이어트 운동책이다. 일명 '여신 만들기 프로젝트'라고나 할까(솔직히 개인적으로 '여신'이라는 칭호는 그다지 공감 안 되지만;;). 최근 노출의 계절을 앞두고 몸매 만들기에 돌입한 독자들 사이에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핫'한 책이기도 하단다. 

《여신은 만들어진다》는 '예쁜 몸매 만들기'에 중점을 둔 부위별 운동법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운동법들이 그럴듯한 몸매만 만드는 건 아니다. 소위 'S라인'의 명품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석구석 숨어있는 군살은 없애고 빈약한 부분에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하는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불필요한 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살이 빠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즉,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하면서 몸매를 더 예쁘게 만들어주는 운동법이라는 거다. 저자는 《여신은 만들어진다》에 소개된 운동법들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을 빼고, 요요현상에 대한 걱정없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트레이닝 방법이라고 말한다. 
 

 
《여신은 만들어진다》는 왜 운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먼저 '자세 자가진단'과 잘못된 자세를 교정해주는 '교정 운동법'을 소개한다. 제대로 운동하려면 그전에 내 몸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데, 잘못된 자세로 근육이나 골격이 틀어진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몸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근육이 불균형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없단다. 그래서 저자는 자세 자가진단으로 자신의 자세를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교정운동법으로 교정 후 운동을 시작하길 권한다. 이제껏 궁금은 했으나 다른 책에서는 짚어주지 않았던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꼭지였다.

본격적인 실전 프로그램 전에 저자는 먼저 여섯 여배우들의 고민과 신체적 장단점,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운동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여배우들의 운동 사례를 바탕으로 힙, 다리, 종아리, 허리 라인, 등, 배(복근), 가슴과 쇄골 등 각 여배우들의 체형에 따라 중점을 두었던 부위별 추천 운동법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그 운동법을 권하고픈 신체 유형에 대한 설명들도 곁들여 놓았다. 예를 들면 힙업 운동으로 다리를 길어보이게 해주는 김태희 운동법은 키가 작거나 다리가 좀 더 날씬해 보이고 싶은 이들에게, 등 라인을 예쁘게 해주는 최강희 운동법은 어깨가 굽어 있거나 우아한 상체 라인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식이다. 

 

 


《여신은 만들어진다》가 알려주는 운동들은 대부분 복잡하지 않아 따라하기 쉽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이 동작들은 막상 직접 해보면 제대로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동작은 단순하되 운동효과는 큰 동작들인 셈이다. 모델의 동작 사진 밑에는 운동 방법과 자세 잡을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적어두었다. 또 모델 사진에는 붉은색으로 어떤 부위가 땅기는지도 친절히 표시해 놓았다. 설렁설렁 대충 하면 운동이 되지 않으니 표시 부분이 확실하게 땅기도록 자세를 잡고 운동하라는 저자의 의도다. 무엇보다 운동보조기구나 장비 따위 없어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맨손 운동법으로 구성되어 있어 좋다.

근육을 다듬어주는 부위별 운동 뒤에는 무산소 운동 후 여분의 칼로리를 소모해주고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해주어 몸을 개운하게 해주는 유산소 운동법이 간단하게 실려있다. 더불어 앞에서 소개한 운동법들을 활용해 원하는 부위를 중점으로 효과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짜는 방법을 설명하고 직접 참고할 수 있도록 샘플도 몇 개 실어두었다. 처음에는 다듬고 싶은 부위의 운동만 집중적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무식하게 생각했는데, 바디 멘토링 프로그램 샘플을 보니 그 부위에 비중을 두어 집중하되 다른 부위의 운동들도 골고루 포함해 전체적으로 몸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그외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에서도 틈틈이 짬을 내어 쉽게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오피스 스트레칭, 똑똑한 다이어트를 위해 알아야 할 먹거리 상식과 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푸드 멘토링, 일상에서 건강한 음식을 똑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담은 추천 식단과 외식할 때 메뉴별 선택에 대한 조언과 주의점 등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곁들여 놓았다. 마지막에는 날씬한 몸매를 위해 건강식으로 구성한 푸드 멘토링 프로그램, 즉 식단표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엄마가 해주시는대로 먹는 나로서는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식단표지만;)


《여신은 만들어진다》는 여신이라 불리는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운동책이라 그런지 보통의 실용성을 강조한 운동책들보다 표지나 편집이 꽤 예쁜 책이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여배우들의 운동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어 마치 에세이마냥 흥미롭게 읽힌다. 다만 대표적 사례이긴 하지만 여배우들의 이야기에 적잖은 비중을 두다보니 생각보다 여타의 다른 운동책들에 비해 소개되는 운동법이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운동법을 많이 소개한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허전한 감은 없잖아 있다.

여섯 여배우들의 '바디멘토'이자 이책의 저자인 김명영 트레이너는 《여신은 만들어진다》에서 제목 그대로 '여신의 몸매'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눈부신 몸매를 뽐내는 여배우들도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고, 제각각 숨겨진 단점도 많이 갖고 있었다고, 그럼에도 오랜 기간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 있는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누구든지 포기하지 말고 그네들처럼 노력한다면 충분히 각자의 아름다운 명품 S라인의 여신급 몸매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여신은 만들어진다》는 건강, 다이어트도 좋지만 무엇보다 '예쁜 몸매 가꾸기'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운동책이다. 앞서 말했듯 별다른 보조기구 없이 맨손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할 수 있고 동작 또한 많이 어렵지 않아 누구나 따라하기에 좋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명품 몸매를 뽐내며 여신이라 불리는 여섯 여배우들의 근사한 바디라인을 보고 있자면 예쁜 몸매 만들기에 대한 동기부여 효과가 한층 더 커지지 않을런지. 이제부터라도 똑똑한 운동법으로 건강과 멋진 몸매,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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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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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도 피를 나눈 가족이 남보다는 낫다는 의미로 쓰이는 이 말은, 슬프게도 모든 가족에게 통용되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처럼 다양한 가족이 있는 법, 때로는 가족이 오히려 남보다 못할 때도 있다. 독립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박선희의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오현종의 <사과의 맛>에 수록된 '헨젤과 그레텔의 집' 등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들에게 가족이란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보다 못한, 그저 벗어나고 싶은 무거운 짐 같은 존재일 뿐이다.

<불량 가족 레시피>의 가족들도 그렇다. 하루라도 쉬지 않고 잔소리를 퍼붓는 여든 넘은 할매, 가족을 무임금으로 착취하는 무능력한 아빠,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병까지 걸린 백수 삼촌, 고치기 힘든 선천성 고관절 병으로 젊은 나이에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는 전문대생 오빠, 욕을 달고 다니는 입이 걸한 고3 수험생 언니, 그리고 자기를 버리고 간 댄서 엄마를 둔 태생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소외당하는 고딩 주인공 권여울이 그 구성원이다. 아빠의 화려한 여성 편력에 이들 삼남매는 모두 각기 다른 엄마에게서 태어난 배다른 남매인 데다 사이까지 좋지 않다. 모이기만 하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는 이 가족은 기가 막히는 구성원에 가족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무늬만 가족'이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가족을 둔 여고 1학년 여울은 자신의 암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고스튬플레이에 빠져들고, 새로운 코스 옷을 장만하기 위해 매점 식권을 몰래 복사해 팔다가 걸려 된통 혼이 나기도 하고, 엄마가 나이트클럽 댄서 출신이라고 구박하는 할매와 언니에 대한 반항심에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뻗어 온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 누구도 여울이 왜 그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이 너무 고단해 다른 이에게 위로를 건넬 여유도 마음도 없다. 그게 설령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잔소리 소리에 욕지기에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던 여울의 집은 아빠에게 대들던 언니의 가출에 이어 삼촌과 오빠마저 집을 나가고 할매마저 잠시 사라지자 순식간에 싸늘한 한기가 감돈다. 연이은 가족의 가출에 불곰 같던 아빠도 기세도 한풀 꺾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잠깐의 반항일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가출은 그대로 이어지고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아빠의 사업이 쓰러지면서 남은 여울의 가족마저 큰 위기에 처한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은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머무르는 곳, 여울에게 집이란 가족이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여울은 가출이 아닌 '준비된 출가'를 위한 사항들을 챙기며 언젠가 그들을 떠나 멋지게 탈출할 날을 꿈꾸며 지긋지긋한 가족들과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나 막상 여울이 출가를 하기도 전에 다른 가족들이 먼저 떠나버렸다. 집을 나간 언니와 삼촌, 오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빠마저 구치소에 갇혔고 할매는 이모할매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날이면 날마다 아웅다웅하던 이 불량가족은 이제 완벽하게 해체되기 직전이다.

같이 있는 것조차 괴로운 가족들이 사라져 버리면 속이 다 시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현실이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여울은 알 수 없는 허전함과 쓸쓸함을 느낀다. 그리고 가족이 완벽하게 흩어진 후에야 여울은 그토록 미워하던 가족을 다른 눈으로 다시 돌아보게 된다. 최대의 위기는 또다른 기회라는 말처럼, 위태위태한 불량가족은 완전히 쪼개지는 위기를 겪고나서야 다시 시작할 이유를 갖게 된다. 그리고 가족이 일에는 무심한 방관자였던 여울이 그들의 가족임을 선언하면서 그들 불량가족은 다시 뭉칠 수 있는 새로운 구심점을 얻는다. 때론 위기가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불량 가족 레시피>는 그 제목에서처럼 심란한 가족구성원들이 모인 문제적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소설은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간다. 자칭 범생이는 싫다는 주인공 여울은 약간의 불량기가 있지만 내숭없는 솔직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속도감 있는 문체 덕분에 어찌나 술술 읽히는지 지하철을 타면서 펼쳐든 첫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장을 향하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책이 좀 얇은 편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평소 책읽기랑 안 친한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인 듯싶다.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지만 <불량 가족 레시피>가 다루는 소재는, 전하는 메시지는 마냥 가볍지 않다. 점점 가족의 해체가 잦아지는 현실에서 이 콩가루 집안과 그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더이상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 불량 가족인 여울이 가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결국 '가족 간의 소통과 관심의 부재'였다. 각각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은 그들은 각자 자신의 어려움만 토로할 뿐 다른 이의 아픔과 상처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고, 서로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려는 소통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같은 집에 사는 동거인 일 뿐 가족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잇달은 사건과 위기로 가족이 해체되자 무늬만 가족이었던 여울의 가족들은 조금씩 변화기 시작한다. 집을 나간 삼촌은 할매를 염려하고, 입만 열면 듣기싫은 잔소리만 쏟아붓던 할매는 여울의 곁을 지키기로 한다. 가족의 방관자로 살아왔던 여울은 지긋지긋한 존재였던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그 가족들을 기다리며 가족의 구심점이 되길 되길 선언한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불량가족은 큰 일들을 겪으며 서로를 돌아보게 되고 서투르지만 진심어린 소통을 시작한다. 더불어 여울 또한 한뼘 더 성장한다. 코스튬플레이를 통해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던 소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더이상 판타지 속에 숨지 않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방관자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 자기 앞에 펼쳐진 삶에 당당히 맞선다. 

<불량 가족 레시피>는 가족이 완전히 흩어지고 상황은 더할 나위없이 나쁜 극한의 상황에서 끝이 난다. 나름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화하는 거야(197쪽)'라는 꼴통 도덕쌤의 말처럼 가족 최대의 위기 앞에서 불량 가족들은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조금씩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이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지금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조용히 일깨워준다. 문제 가족사를 통해 지금 우리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불량 가족 레시피>는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앞으로 문학동네가 발굴해 나갈 청소년 문학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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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이것저것 일을 벌이느라 책 포스팅은 참 오랫만인 듯.
아니 포스팅 자체가 겁나게 올만이구나;; ^^;
갠적 사정으로 최근 책을 읽지 못한 터라 1월에 도착한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2월도 비슷할 듯.
하지만 꽃피는 3월이 오면 예년의 페이스를 되찾지 않을까 싶다. ㅎㅎ

2011년에 제일 먼저 제게 도착한 책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그리고 2010년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책은 푸른숲의 《괜찮나요, 당신?》이었고.
《괜찮나요, 당신?》과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펭귄뉴스》는
사실 작년에 도착한 책들이나  깜박하고 사진에서 빠진 책들이라 이번에 함께 포함했다능~ ㅎㅎ;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 쌤앤파커스

요즘 불안하고 힘든 20대를 향한 책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책 또한 마찬가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네이버와 싸이월드에서 '슬럼프'라는 글로 수많은 청춘들의 가슴을 울린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비롯한 총 42편의 글을 묶어 펴낸 책이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라 소신껏 평을 할 수가 없지만,
인생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청춘들의 삶을 응원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졸업식이 한창인 요즘 삶이 먹먹하고 불안한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엄기호 / 푸른숲

《아프니깐 청춘이다》와 함께 안타까운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작년 하반기에 출간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도 같이 권하고 싶다.
이책 역시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책을 많이 읽으시는 이웃님이
이책을 '2010년 최고의 책'으로 꼽으신 걸 보고 필독리스트에 꽂아둔 책이다.
나도 위의 두 책을 함께 읽어보려고 계획 중이다. :)





괜찮나요, 당신? / 멘나 반 프라그 / 푸른숲

문학동네 카페에서 살짝 안면을 익힌 줄리공공님이 푸른숲 편집자로 이직하시고 처음 낸 책이자
새해를 시작하고 나이를 하나 더 추가하면서 싱숭생숭하던 내 마음을 끌어당기던 제목의 책이기도 하다.
제목 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지만 표지도 정말 마음에 든다능!!
하지만 책내용은 나쁘진 않았지만 제목이나 표지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괜찮나요, 당신?》의 원제는 'Men, Money and Chocolate'으로,
남자와 돈과 초콜릿을 원하지만 현실에 짖눌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초라한 서른의 싱글인 마야가
자신을 긍정하고 자아를 찾아가면서 진정한 삶에 이르게 된다는 스토리텔링형 자기계발서로
마야의 이야기는 작가 멘나 반 프라그의 자전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씌여진 거라고.

소설 형식이라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뻔하지만 순간순간 힘을 줄 만한 글귀들도 있다. 
새해를 맞아 자신의 삶을 한번 보듬어보고 싶은 이십대 후반 이상의 싱글 여성이라면
그냥 가볍게 읽기엔 나쁘지 않다. 강추할 정도는 아니고. ㅎㅎ 





아이 엠 넘버 포 (I am Number Four) / 피타커스 로어 / 세계사

지난달 햇살박이씨네 블로그에서 서평이벤트를 했던 책이자,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동명의 영화 「아이 엠 넘버 포」의 원작소설인 《아이 엠 넘버 포》.
영화는 헐리웃의 거물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아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판타지 소설이라니 흥미돋는 것은 당연지사~~!!

이책에 대한 이야기는 서평이벤트 글에서 충분히 했으니 여기선 패쓰~ ㅎㅎ
+ 《아이 엠 넘버 포》서평이벤트 글보기 - 클릭!





미스터 버핏 한 수 부탁드립니다! / 존 트레인 / 아경북스

이책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가라는 찬사를 받는 워렌 버핏의 투자일생을 정리한 책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버핏과 함께 투자자로서의 그의 행적을 꼼꼼하게 담아냈다고 한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에 따른 투자로 투자가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신화가 된 워렌 버핏인 만큼 그에 관한 책들도 넘치는데,
이 책은 독자가 정말 버핏을 만났을 때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타이틀로 두어 차별점을 두었다고 한다.
출렁대는 주가지수와 함께 증권가도 술렁이는 이때, 버핏의 지혜를 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허영만, 송철웅 / 가디언

28일간 캐나다 로키산맥을 따라 여행한 기록을 담은 《허패의 집단 가출》,
컴퍼밴 타고 뉴질랜드 대자연을 누린 여행기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에 이어
이번엔 우리나라 바닷길을 일주한 허영만 화백의 세 번째 여행책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도 기어이 내 책장에 입성했다.  

 

이책은 작년 여름께 출간되어 재밌다는 입소문이 돌았으나 잠시 참고 있었는데
작년말 몰아치는 반값할인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질러버렸다. 
내 것 사면서 몇 권 더 사서 지인들에게 연말 선물로 돌리기도 하고. ㅎㅎ
다음에는 또 어떤 장소에서의 어떤 이야기를 담은 허영만 화백의 책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행복을 찾아가는 절집기행 - 서울 / 임연태, 이승현 / 클리어마인드

지난달에 받은 선물책. 
불교도도 아니고 절집에 별다른 관심도 없고 서울민도 아니라 내겐 좀 애매한 책이지만,
서울 지방의 조용한 사찰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할 듯도 싶다.

불교기자 20년 임연태 시인이 변화된 절집들을 새로운 방법과 시각으로 소개하는 책으로,
지혜장과 나팔수라는 가상의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눈과 입을 통해 절집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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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본방사수로 꼭꼭 챙겨보는 드라마가 바로 《시크릿 가든》이다.
네가지 없고 제멋대로이지만 그래도 헤어나오지 못할 매력을 뿜어내는 현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의 서재에 등장하는 책이나 책제목으로 지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시들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현빈이 손에 들고 있거나 아님 그의 서재에 꽂혀 있는 모습만 등장해서 서점가에서 화제가 된다니
영상 매체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책을 접한다면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싶다.





책장을 둘러보다 나도 문득, 현빈의 서재처럼 책제목 말짓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이삼중의 책들을 다 끄집어내어 제목을 맞춰볼 수는 없었기에 그냥 눈에 띄는 책들로 2011년의 시작을 열어본다.
새해인 만큼 위로와 포옹, 사랑을 주제로 내 자신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이어봤다. ^ㅂ^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괜찮나요, 당신?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그건, 사랑이었네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그런데 책을 줄지어 놓고 보니 순서를 거꾸로 읽어도 괜찮은 듯.
이름하야 엿장수 마음대로랄까. ㅎㅎ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 그건, 사랑이었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괜찮나요, 당신?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그리고 2011년을 행복하게 살고픈 분들께 전하는 책제목 메시지 글도 하나 더 꾸려봤다.
대책없이 해피엔딩, 하시고 무조건 즐겁게! 새해를 시작하시길!! ^ㅅ^)/



 
 

나와 같은 보통의 존재들이여~
부디 대책 없이 해피엔딩하시길!


하버드대 52주 행복 연습으로 행복해지는 연습 게을리 마시고,
그래요, 무조건 즐겁게! 새해를 살아보아요!



2011년에는 꼭!!
당신을 위한 행복한 만찬을 차리시길!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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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 2011-01-2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크크, 반가운 책메시지 ^^ 잘 보구가요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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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기엔 좀 애매한 │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최규석 작가의 신작만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주문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택배상자에서 책을 꺼내면서 조금 당황했다. 대략 A4 판형의 예상치 못한 크기였다. 책을 뭐 크기보고 사는 건 아니지만, 큼직한 크기 덕분에 눈이 시원해서 책읽기엔 좋지만, 무조건적인 규격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다행히 책장 높이를 넘어서진 않아 다른 책칸으로의 이사까지 감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격히 차이나는 높이로 인해 최규석의 신작 《울기엔 좀 애매한》(사계절,2010)은 '그의 전작과 같이 꽂아두기엔 책높이가 좀 애매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6ㆍ10 민주항쟁을 생생하게 풀어낸 만화 《100℃》를 통해 최규석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전부터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대한민국 원주민》 등으로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좋아하는 몇몇 작가의 작품을 제외한 다른 만화책은 잘 보지 않았던 터라 그의 작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접한 작품이 《100℃》였고, 첫만남의 강렬함이 오래 기억에 남아 그의 다른 작품을 하나둘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난한 대학생들의 자취방을 무대로 한 《습지생태보고서》와 그의 이름을 주목하게 만든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차례로 만나면서 어느새 작가 최규석의 팬이 되었다. 

아직 남은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신작을 먼저 만났다.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쉬이 짐작하기 힘든 특이한 제목을 지닌 전작들처럼 《울기엔 좀 애매한》 역시 마찬가지다. 순박한 표정의 소년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고 있는 책표지가 더해져 대체 울기에도 애매한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 마음이 움직였다. 평소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궁금해졌고, 책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 읽어버렸다.



꽃미남 배우 원빈과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외모를 지닌 고3 강원빈은 그림에 재능은 있지만 부모님의 이혼 후 넉넉찮은 가정형편 때문에 선뜻 자신의 뜻을 고집하지 못한다. 없는 집 자식들이 선뜻 공부를 시작하기엔 미술은 너무 돈이 많이 드는 분야니까. 그런 아들을 위해 엄마는 고민 끝에 아들이 가고 싶어하는 미술학원 등록을 허락하고, 원빈은 엄마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틈틈히 학원비 충당을 위한 알바를 뛰면서도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겁다. 재능에 열정, 그리고 테크닉까지 더해지면서 원빈의 그림 실력은 나날이 좋아지지만, 세상은 매몰차고 가난은 결정적인 순간 그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을 호구, 그것도 모태 호구 또는 내추럴 본 호구, 그리고 입 가볍고 귀 얇고 속 좁은 최강 찐따(은수의 성격이 드러나는 핵심 대사인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라고 칭하면서도 사람 좋은 웃음을 실실 흘리는 은수는 '어떻게든'의 실례로 불리는 미술학원의 재수생이다. 실력은 있지만 입학금을 낼 돈이 없어 대학에 합격하고도 재수를 하는 은수의 모습은 원빈의 서글픈 미래상이기도 하다. 모태 빈곤인 가정 형편 때문에 꿈(학원비)과 생계(생활비)를 위해 음식점 알바도 겸하고 있지만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점점 더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현실 때문에 꿈을 버리고 싶진 않지만 팍팍한 삶은 은수의 어깨를 점점 더 짓누른다.



이책에는 입시 미술학원을 배경으로 만화가의 꿈을 키우는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늘 붙어다니는 여고생 3총사가 있고, 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은수와 원빈이 있고, 그들과 반대로 실력은 그냥그렇지만 재력만큼은 빵빵한 지현이 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직설적인 대사와 촌철살인의 유머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내에는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학원강사 태식이 있다. 여담이지만, 유머감각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키크고 깡마른 체격의 장발머리 태식의 비주얼은 이책의 작가 최규석과 꽤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작가님이 훨씬 쾌남이지만. :)

원빈에게서 시작한 이야기는 은수를 거쳐 학원 아이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원빈에게 돌아온다. 대학 입시라는 모두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의 정당한 실력 외에 다른 어떤 외부의 개입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는 부조리한 현실을 목격하고는 분노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 현실에서 그들이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가지지 못한 자로서의 좌절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앞으로 겪게 될 현실의 녹록찮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그렇다고 울기에도 좀 애매하다며 억지로라도 웃으려던 그들에게 현실은 기필코 눈물샘을 툭 하고 건드린다. 무심한 듯 덤덤하게 넘기는 듯 보이던 원빈의 눈에서 기여코 또르르 하고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내 코끝도 같이 시큰해졌다.



《울기엔 좀 애매한》은 입시만화반 아이들이 겪는 상황들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물어보려 하지 않거나, 그런 대학마저도 실력이 아닌 돈의 힘으로 들어가거나, 힘겹게 대학을 나와도 정작 일자리가 없어 비정규직을 연연하며 빈곤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다. 찌질하고 남루한 삶이 힘겹지만 그렇다고 울기엔 좀 애매하지 않냐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작가는 태식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울거나 웃는 것 외에 화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러나 정작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까. 그게 문제다.

작가는 헌책방 주인, 학원 원장과 강사 같은 인물들을 통해 위선적이고 자기 잇속만 챙기느라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부조리한 어른과 사회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 동시에 그럼에도 힘든 현실을 살아내는 아이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작은 희망을 전한다. 결국 울어버린 원빈도, 울지도 웃지도 못한 은수와 태식도,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그 시간이 지나면 제각각 자신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울기에도 웃기에도 좀 애매한 무수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때 그들이 그저 웃어넘길 뿐만 아니라 때때로는 실컷 울거나 속시원히 화를 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는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만화를 그린 작가도 책을 읽은 독자도 모두 우리 아이들이 그러해주길 응원할 것이다.


만화는 끝났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뒷면에는 최규석 작가의 작업노트가 덤으로 담겨 있다.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동기부터 작업과정,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과정 등을 재미나게 들려준다. 특히 비교적 짧은 분량이라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수채화 만화를 해볼까 싶어 비싼 종이와 무려 32색의 비싼 물감까지 샀는데 채색 작업 해본지가 오래되어 채색 연습 결과가 개판이라는, 그러나 그 비싼 32색 물감을 버릴 수는 없어 계속 연습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나를 당황시킨 이책의 큼직한 판형은 이런 눈물나는 사연을 머금고 태어난 수채화 만화이기 때문이라고. 작가의 처절한 고생 덕분에 독자의 눈은 한층 더 즐겁다. 그러기에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전에 유일하게 아직 만나지 못한 그의 작품 《대한민국 원주민》을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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