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앤 더 시티 - 4년차 애호가의 발칙한 와인 생활기
이진백 지음, 오현숙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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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홀연히 떠나던 유럽여행길, 배낭 속 깊이 넣어준 소주팩을 빼앗기고 머나먼 지중해에서 조우한 와인 맛에 반해 그 길로 와인의 세계에 발 담근 남자, 이진백. 싸이월드 와인 동호회 '와인과 사람'의 운영진이자 4년차 와인 애호가의 길로 접어든 이진백의 맛있는 와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상은 넓고 술은 많다. 많고 많은 술 중에서도 와인은 엄청 복잡미묘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단 그 다양함에 주눅이 든다. 발음도 힘든 상표에 자신만의 정체성을 과시하려는 듯 각각의 연도를 꼬리표에 달고 있는데다 원산지와 년도에 따라 그 종류와 맛과 등급이 천차만별이다. 복잡하다. 게다가 술값도 엄청 비싸다. 장난 아니다;; 물론 와인도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제법 마실 만하다는 와인들의 가격은 항상 가벼움을 지향하는 내 주머니와는 친해지기 힘든 운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난 와인이랑 안 친하다.

 내가 와인이랑 사이가 좋지 않은걸 알았는지 <와인 앤 더 시티>의 저자 이진백은 쉴틈없이 자신의 여러가지 경험을 들려주며 상세하며 쉽고 재미있게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나같은 문외한도 와인과 친해질 수 있다고 꼬드긴다. 그의 말들을 듣다보면 슬그머니 외면했던 머리를 돌리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이 책에는 와인에 대한 저자의 넘치는 사랑이 담겨있다. 와인 초보에서 클럽 운영진으로 활약하며 와인에 관한 책을 내게 된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좀 더 와인을 즐기기 위해 쏟았던 노력들, 그리고 와인 초보에게 알려주는 와인의 여러가지 정보들을 지겹지 않게 통통튀는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1부는 와인 초보에서 고수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초보시절, 좀 더 다양한 와인 맛을 보기 위해 와인숍을 전전하며 사장님들과 여러 잔 꺾던 얘기나 와인 테스팅(블라인드 테스팅 포함)과 동호회들을 전전하던 시절의 추억들, 와인이란 말만 들리면 귀가 솔깃하며 찾아다니던 이야기 등을 듣다보면 눈물겨운 초보의 노력에 존경심마저 생긴다.
2부는 점점 더 와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와인의 다양함에 심취하면서 생겨나는 저자의 생각들로, 싸구려 와인이나 마트 와인에 대한 견해나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 와인동호회의 이야기나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등 생활에서 이어지는 와인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3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홀릭의 견해가 이어진다. 와인관련 사업아이템이나 점수와 맛의 상관관계, 와인에 매겨지는 우리나라의 관세와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비교, 와인 마개의 변화, 그리고 비싼 술로 인식되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 등 새로운 정보이거나 꽤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술을 마시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즐겁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술 그 자체가 좋거나, 함께 마시는 사람이 좋거나, 두 가지를 모두 어우르는 그 분위기가 좋기에 우리는 술을 마신다.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소주, 맥주에서 차려입고 격식 갖춰 마시는 고급 양주와 와인까지.. 술을 마시는 이유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그 즐거움을 나눌 친구가 되기에 와인은 너무 많은 자격조건을 요구한다. 그래서 쉽지 않은 친구다. 저자가 친절하게 와인에 관한 이야기들과 정보를 알려주지만 와인 문외한인 나에겐 어려울 따름이다.

 그러나 와인도 술이다. 그냥 술일 뿐이다. 와인 한 병에 주어진 수많은 수식어들을 알지 못해도 그 와인과 함께 함으로써 내가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그 즐거움을 즐기다 그것이 와인에 대한 지적호기심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좋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쁠 건 없다. 우린 맛있는 와인을 그냥 즐기면 되는 거니깐 말이다. ^ ^

 더불어, 와인을 만난 초보자들 중에 좀 더 다양한 와인의 세계로 접어들고자 하는 의지가 불끈불끈 쏟아오르는 분들이 계신다면 살포시 이 책을 권해 본다. 재미난 글들로 와인 초보들의 좋은 안내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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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콘서트
데이비드 나이븐 지음, 임성묵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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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활발히 활동했던 영화카페에 얼마전부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몇 번 발생했다. 카페 스텝중 한 명이 내게 무슨 원한을 품었는지;; 내 글만 골라가며 지운 것이다.-_-;; 그런 일이 몇 번, 증거가 필요했기에 포기않고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몇 달 만에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너무 속상해서 그 날의 컨디션은 엉망이 되었고, 증거가 있는대도 발뺌하는 그 넘의 태도에 정말 분노가 극에 달해 처음으로 만화에서나 보던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했다.(그나마 저혈압이니 다행이지;; ㅎㅎ;;) 급기야 오한까지 경험하기도 했으니 그 일 덕에-_-;; 분노가 내 몸에 미치는 무서운 영향을 몸소 체험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 책의 100가지 건강비밀 중에 39. '용서하라, 그러면 당신의 건강도 좋아진다'를 보며 그 기억을 떠올렸다. 분노는 극한의 스트레스고 그런 악성스트레스는 결국 내 몸을 망칠 뿐이다. 그 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자. 계속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미워해봤자 결국은 나만 괴로울뿐, 상대방에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럴 바에야 그냥 용서하고 내 맘속에서 털어버리자. 그런 사람들은 기억해주는 것조차 아까우니 말이다.

 
이렇게 건강이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몸과 마음, 그 밖의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리해 둔 책이 바로 <건강콘서트>다.

12. '너무 쉬면 몸도 마음도 망가진다' - 무지하게 뜨끔했던 대목이다. 그 안에 내용이야 별 거 없지만, 지금 내가 너무 쉬고 있는게 아닌가 다시 한 번 채찍질하게 되는 단락이었다.
64. '푹자자' - 요즘 내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늦게 자고 하루종일 비몽사몽;; 그럼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정말 안된다. 아침형 인간을 읽어도 그 때뿐; 나의 주활동무대는 올빼미; -_-; 나도 이제 아침형은 아니더라도 기본형으로라도 거듭나야 한다;;
67. '아스피린이 심장병과 치매를 예방해 준다' - 오~ 이 단락은 간만에;; 아주 유용한 부분이었다! ^ ^; 하루에 아스피린 한 알씩 먹으면 좋다는 말을 들을 때도 솔직히 좀 의심스러웠다. 저것도 약인데 하루에 한 알씩 먹어도 될까..하고. 그런데 이 책에 명쾌하게 씌여있다, 된다고! 좋다고! 예전엔 주로 진통제로 쓰였던 아스피린에게서 최근 혈액응고를 방해하는 성분을 발견, 그것이 심장병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성을 줄여준단다. 이제 부모님께 아스피린 한 알을 권해야겠다. ^ ^;

 
<과학 콘서트>의 성공과 함께 <경제학 콘서트>, <철학 콘서트>, <수학 콘서트>처럼 '~콘서트'라는 이름을 단 책들이 유행처럼 나오고 있다. '과학콘서트'가 그랬듯 어려운 내용들을 알기 쉽게 친절히 풀어주는 책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이는 '~콘서트'시리즈에 한 권이 더 추가됐으니 그게 바로 <건강 콘서트>다. '~콘서트'시리즈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과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나이기에 <건강콘서트>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건강에 관한 깊고 진지한 내용을 쉽게 풀어줄 거라 기대하고 펼친 책은 나의 소망과는 완전 반대방향의 컨셉을 가진 책이었다. 말하자면 깊고 진지한 이야기보단 얕고 넓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깊이가 얕아도 너무 얕다;;

이 책은 건강비밀으로 칭하는 이야기 100가지를 담고 있는데 각 꼭지들은 건강비밀로 칭하는 명제 한 바닥, 에피소드를 겸한 세부내용 두 바닥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내용의 마지막엔 젤 밑부분에 주석처럼 통계결과나 연구결과등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대략 1가지 건강이야기당 3 바닥으로 끝난다는 얘긴데 이런 상황에 깊이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책의 내용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디서 한 번쯤은 접했거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아주 표면적인 내용만 언급하고 있어 아쉽다. 아주 새로운 내용은 몇 개 정도?? 그것도 어쩜 내가 무지해서 모르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를 정리해 놓은 이 책은 나처럼 새로운 건강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독자라면 조금 실망스럽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의 미덕이 없는건 아니다. 나처럼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그 방면으로 꾸준히 지식을 습득하려는 사람들에겐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평소 건강분야엔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살던 사람들에겐 어느정도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라도 다시 한 번 접하면서 주위를 환기시키고 그 사실을 각인시키는건 분명 중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지식을 안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이 많지 않더라도 그것을 실천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게 건강이다. 머리로만, 입으로만 말하기에 그치지 말고 직접 몸을 움직이고 생활에 적용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건강에 대해 나날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비싼 헬쓰 클럽도, 값비싼 약들도 아니다. 그것은 깨어있는 나의 머리와 그것을 실천하는 나의 의지인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안에 내재된 귀차니즘을 벗고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자. 우리의 몸은 분명 그렇게 소중히 대접받을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다!


 
- 건강은 우리 일상에 녹아 있다. 매일매일의 생활이 즐겁고, 바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행복하다면 이미 우리는 건강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30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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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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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차마 다 읽어버리기가 아까워 빨리 넘어가는 책장이 괜시리 야속하게 느껴지는 책이 있다. 리듬을 타듯 경쾌하게 읽히고, 읽는 내내 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스텝파더 스텝>도 내게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첫장부터 전문도둑인 주인공을 자신들의 양아버지로 만들면서 재기발랄한 재치를 먼저 선보이는 쌍둥이형제 사토시와 타다시는,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 <공중그네>의 의사 '이라부'가 전해주던 그런 종류의 유쾌함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래서 읽는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직업의 세계에서는 무사고를 자랑하는 주도면밀한 프로 도둑인 35살 노총각 주인공. 그러나 그는 벼락치던 밤, 단 한 번의 실수로 아주 독특한 쌍둥이 형제의 인질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바람난 부모가 각자 가출해버린 기상천외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특유의 낙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사랑스런 쌍둥이 형제이기에, 간밤의 벼락으로 얼떨결에 자기 집에 떨어진 도둑을 보고 당황스러워하긴 커녕 자신들의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협박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대단한 애들이다;; ㅎㅎ;;

아버지가 되어주지 않으면 감옥으로 보내버리겠다는 황당한 협박에 얼떨결에 팔자에도 없는 가짜아버지 노릇을 하게 된 주인공 도둑은, 쌍둥이들의 스텝파더(계부,양아버지)가 되어 그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간다. 도둑이라는 특수직종(^ ^;)을 가진 주인공은 그 직업답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보다 예리한 시선으로 추적하여 마침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거기엔 물론 쌍둥이들의 도움도 적지 않다. 더불어 각각의 상황에서 도둑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직업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물론 약자가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 ^;

 
<모방범>, <이유> 등의 추리소설로 유명하며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 그녀가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밝고 경쾌하게 풀어낸 소설 <스텝파더 스텝>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7개의 작은 에피소드들고 구성된 연작소설로, 작은 이야기들의 연결이다 보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스터리들은 거대한 음모들이라기 보단 일상생활 속에서 사소한 일들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이지만 그로 인해 독자는 자신의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현대인들의 무관심이 느껴졌던 '스텝파더 스텝' / 돈에 눈이 어두워 자작극을 벌였던 아들의 이야기인 '트러블 트레블러' /  학부모 수업 참관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면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하는 '원 나잇 스탠드' / 외도가 부른 참극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것보다는 순간의 불신으로 쌍둥이들을 의심한 도둑의 미안한 마음이 느껴진 '헬터 스켈터' / 빨간 스포츠카의 비밀보다 감기와 설날과 온천으로 행복해하는 그들이 보인 '론리 하트' / 자신의 사소함이 상대방에겐 얼마나 큰 일이 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준 '핸드 쿨러' / 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대안가족을 형성하며 그들안의 행복을 느끼던 '밀키 웨이' 까지..

쌍둥이와 도둑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각 단락마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제시하며 추적해가는 재미가 있어 이야기가 훨씬 흥미진진하다. 더불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돈독하게 성장해가는 주인공들의 관계 또한 너무나 사랑스럽다.

 
- 서로 외로운 인간끼리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아닌가. (중략)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코감기에 걸리는 것도 즐겁다. (260 쪽)


부모로부터 버림 받다시피 한 아이들과 사회의 중심에 들어서지 못하는 도둑이 서로를 감싸주며 하나의 대안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미스터리를 곁들여 경쾌하게 들려주는 <스텝파더 스텝>. 그들의 만담같은 대화에 빠져들어 웃고 즐기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에 다다르고, 그와 함께 지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웃음과 감동으 밝고 경쾌하게 들려주는책을 찾는다면 바로 이 책을 찜하시라~!
아마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
<스텝파더 스텝>, 강추해 본다!! ㅎㅎㅎ

 

 -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하늘을 흐르는 강이 어디서 끝나는지 누가 알까. 운명도 미래의 일도 그와 같은 것이다. 가야 할 곳으로 갈 따름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흘러가면서 즐겁게 살자.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2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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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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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진이'이야기가 인기다. 톱스타 하지원을 내세운 TV 드라마 '황진이'는 나날이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고, 송혜교를 내세운 영화 '황진이'도 현재 촬영중이다. 황진이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교의 틀에 얽매여 여성을 억압하던 조선시대에 황진이만큼 자유로운 영혼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주옥같은 시를 남긴 문인으로서의 황진이 자체로도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기생이란 신분으로 인해 소설로 꾸며질 풍부한 일화들이 있음도 한 이유이겠지만 말이다.


 '김탁환'이란 저자의 이름과 요즘 한창 인기인 드라마 '황진이' 원작이란 카피에 시선이 확~ 꽂힌 책, <나, 황진이>
그러나 처음 이 책을 폈을 때 조금 당황했다.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황진이의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황진이의 독백으로 이루어져있다.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 황진이. 이 책의 제목에 '나'라는 글자가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그건 전체구성을 한 글자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글자였던 것이다. 황진이 자신이 삶을 돌이켜보며 독자들에게 나직하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부풀어지고 과정된 온갖 이야기 속에 감춰진 진짜 황진이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행주기생인 새끼할머니와 맹인기생 어머니의 뒤를 이어 기생의 길로 들어서야 했던 황진이.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자신을 태어나게 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런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는 어머니에 대한 애환, 기생이 된 이후 자신과 풍류를 나누었던 벗들과 마음을 나누었던 사랑, 할머니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휘몰아친 슬픔과 유랑의 길, 그리고 스스로 스승으로 모시는 서경덕과의 사제관의 이야기 등을 그저 담담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 담대함에 놀라고 굴곡진 인생에 안타까우며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자신을 놓치않는 용기에 박수가 나왔다.

 
기존의 소설과 달리 사건중심의 진행이 아니라 독백식으로 이어져가는 이 소설은, 사실 첨엔 좀 지루했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줄줄 읖어가는 황진이 자신의 출생과 가문의 이야기는 그닥 흥미롭지 않았고, '~했습니다, 했지요'로 끝나는 말투는 편치 않았다. 그러나 곧 순탄치 않은 그녀의 인생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탄력이 붙었고, 잘못 알려진 자신의 일화에 대해 반박하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은 꽤나 흥미로웠다. 물론 이 부분도 - 비록 작가의 철저한 고증이 있었다곤 하나 - 소설의 한 부분이라 온전히 믿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런 관점에서 황진이를 논하는 그 자체가 재미나지 않은가.

이야기가 끝나고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황진이 관련 기록은 그래서 더 흥미진진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떠도는 이야기를 기록한 그 책들은 앞서 황진이의 고백과 대조되는 면이 많아서 진실과 소문 사이의 괴리를 느끼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건 소설속 황진이의 이야기를 사실로 가정했을때 느껴지는 것이긴 하지만 '기생'이라는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았던 그녀이기에 그런 일이 적지 않았음을 유추하는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자신의 스승으로 모시던 서경덕과의 학문에 대한 논함은 사실 무지한 나에겐 좀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서경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항상 황진이와 엮여 흘러가듯 들었던 화담 서경덕의 사상적 깊이와 인간적 면모, 그의 삶의 자세 등을 함께 볼 수 있었던 뒷부분은 '나,황진이'의 또다른 발견이 아닌가 한다.

 
서얼과 여성이라는 신분적 굴레를 자신의 능력으로 벗어던졌던 그 시대의 용기있는 사람 - 황진이. 그러나 그 속에 수많은 상처와 고뇌를 품었던 그녀. 그런 그녀를 우리는 '기생'이란 신분에 끼워맞춰 세상의 흥미꺼리로 만들어버린게 아닌가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예인과 문인으로서의 진정한 황진이를 재발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시대와 신분을 뛰어넘어 진정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녀, 황진이의 고뇌와 번민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이 책에서 '인간 황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참, 책과 함께 어울어진 백범영 선생의 멋진 수묵화는 이 책을 한층 멋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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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교과서 - 꿈을 이루는
하라다 다카시 지음, 김하경 옮김 / 혜문서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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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성공을 원치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필수교재가 나왔으니 바로 하라다 다카시의 <성공의 교과서>이다. '교과서'라는 말의 저 포스;;처럼 과연 이 책은 막연하게 성공을 다루는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본격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우선 지은이가 말하는 '성공에 도달하는 7단계'는 다음과 같다.
1. dream : 큰 꿈을 그린다
2. goal : 꿈을 구체적인 목표로 바꾼다.
3. plan & check : 목표 달성의 방법을 생각하고, 의욕의 스위치를 켠다.
4. do : 작은 성공을 반복하여 자신감을 높인다.
5. see : 목표를 계속 확인하여 포기하거나 잊지 않도록 한다.
6. share : 역량을 키워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
7. achieve : 마침내 목표를 달성하고 더 큰 목표를 향하라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듯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만의 꿈을 그리고 그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상적인 꿈은 언제나 저멀리 닿을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반면,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꿈은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기에 그것을 향한 실행의지를 더욱 북돋을 수 있다. 목표를 구체화했다면 이젠 적극적인 실행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목표실행에 있어서는 한 번에 최종목표에 다가가려 욕심 부리지 말고 그 사이에 중간목표와 당면목표를 책정하여 계속 조절해 나가도록 하자. 또한 실행정도에 따라 이 목표들-중간,당면목표-을 계속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큰 성공을 이루려 하기 보단 중간목표나 당면목표를 달성하는 작은 성공들을 차근차근 맛보다 보면 그에 따른 성취감과 함께 최종 목표를 향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처음부터 최종목표로 달려갈 때 느낄 수 있는 실패와 좌절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목표를 계속 각인시키며 역량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닿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에 관해 다루는 책들은 많다. 이 책도 그 수많은 책들중 하나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책에 비해 내 눈에 띄는 이유는 성공을 향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도 기존에 접했던 내용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접근이 작심삼일을 밥 먹듯 하는 나에겐 꽤나 유용했다. 나처럼 자신의 꿈으로 향하는 방법이 막막하신 분들이 있다면 '성공의 교과서'와 함께 그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참고로 두께는 그닥 두껍지 않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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