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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 ㅣ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8
엘레나 지난네스키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여러 매체의 수많은 패러디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진 보티첼리의 걸작 『비너스의 탄생』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 <우피치 미술관>. 마로니에 북스에서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는 세계 미술관 기행 여덟번째 책이다. 더불어 <반 고흐 미술관> 이후 두 번째로 만난 세계 미술관 기행책이기도 하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 박물관 등은 워낙 유명해 익히 알고 있었으나 '우피치 미술관'은 솔직히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은 알았으나 그 작품이 어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지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피치 미술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르네상스 회화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이다. 르네상스가 태동하고 꽃피었던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자리잡은 이 미술관은 13~14세기 토스카나 대공국 시대의 작품부터 17,18세기의 베네치아, 프랑스, 스페인 작품 등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걸작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뛰어난 작품들이 많지만 앞서 말했듯 우피치 미술관의 핵심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는 역시 르네상스 회화들이다.
손으로 살짝 가슴을 가린 비너스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넘기면 보티첼리의 『봄』,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등 눈에 익은 작품이 독자를 반긴다. 특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작년에 출간됐던 소설 <르네상스 창녀>의 표지로 만났던 터라 괜시리 반가웠다. (이 그림의 제목을 여기서 처음 알았는데, '비너스'의 그림을 '창녀'라는 제목의 책표지로 쓴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루벤스 등의 유명 화가의 작품들과 그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의 명성을 누렸던 많은 화가들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이 미술관에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들이 많이 있었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 『봄』 뿐만 아니라 『메달을 든 남자』, 『동방박사의 경배』, 『필라스와 켄타우르스』, 『유디트의 귀환』 등 멋진 그의 그림을 많이 만날 수 있어 흠뭇했다.
다른 세계 미술관 기행책들이 그러하듯 <우피치 미술관> 또한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작품들을 해설하고 있다. 책의 첫머리에는 우피치 미술관의 역사와 설립배경 등을 설명하여 미술관에 대해 독자에게 개략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본격적인 미술감상으로 들어가서는 그 작품의 의의나 회화기법,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제작 의뢰자 등을 소개한다. 특히 독자가 집중해야 할 그림의 감상 포인트에는 따로 주석을 달거나 확대하여 실어두었다.
<우피치 미술관>은 다양한 르네상스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책이었다. 성서 속 장면이나 신화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에서 점차 인간의 모습을 내세운 그림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각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때론 너무 간략해 나같은 초보자는 감상 포인트를 잡기가 수월하지 않았고, 작품의 의뢰인이 누구며 어디에서 어디를 거쳐 미술관에 오게 되었는지 등의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작품 해설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도 해 감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지식을 환영하는 다른 독자들에겐 흥미로웠겠지만. 더불어 너무나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는 우피치 미술관의 건물 사진도 한 컷 정도는 넣어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미술관 기행 시리즈는 그 미술관의 겉모습 사진에 대해선 너무 인색한 듯 하다.
이래저래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책이긴 하지만 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빛나는 르네상스 회화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선 반가운 책이었다.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방문 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