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 에로틱 파리 스케치
존 백스터 지음, 이강룡 옮김 / 푸른숲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 파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떠오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찬미했던 센강과 빵 중에 가장 좋아하는 바게트, 거리의 화가들이 늘어선 몽마르트 언덕, 모나리자로 대표되는 루브르 박물관, 심지어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나 드라마 <파리의 연인> 등 파리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역시 파리하면 낭만을 빼놓을 수 없다. 도시 전체에서 뿜어내는 낭만적 분위기는 파리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파리에 대한 나의 감상들은 실제로 그곳이 전해주는 이미지라기보다 아마 영화나 드라마, 문학 등으로 포장되고 가공된 이미지들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준다. 낭만만이 가득할 것 같았던 도시, 파리. 작가 존 벡스턴은 그동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던 파리가 아니라 곳곳에 숨어있는 파리의 모습을 읊는다. 그가 들려주는 파리 이야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개방적인 파리의 성문화다.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부제는 책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타오르듯 붉은 표지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진들도.

호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직장을 다니던 존 백스터는 입사한지 10년이 되던 해에 회사를 관두고 호주를 떠난다. 영국에선 BBC 방송국의 통신원과 책관련 프로그램을 맡았고, 미국에선 영화 평론과 시나리오 작가로 제법 잘 나갔던 그는 어느날 과거에 사랑했었던 옛 연인 마리-도를 다시 만나고, 그녀를 따라 미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미련없이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의 연인과 함께 파리에 정착한다.

존 백스터는 파리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고전 문학과 영화 속의 파리를 추억한다. 많은 작가와 배우, 책과 영화 속의 장면과 대사들이 그의 입을 따라 떠돌고 평범하게만 보이던 파리의 그곳은 그의 설명을 지나면 특별한 곳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그는 파리지엔의 개방적인 성문화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데 그 결과 지면의 대부분을 그 주제에 할애한다. 그래서 이 책엔 파리를 스쳐간 유명인들과 그들 사이의 헤프닝들과 파리의 뒷면에 숨어있는 온갖 에로티시즘에 관한 이야기가 들썩인다. 낭만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파리의 숨겨진 모습에 조금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에로틱한 이야기로만 채워져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파리에 도착한 이후 파리라는 낯선 공간에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과 문화, 생활 습성들에 대한 느낌이 담겨있다. 파리에서의 그들의 동거가 계속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일상 생활의 한 단면들과 임신, 결혼, 출산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그들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녹아있다. 프랑스식 결혼 풍경과 온갖 엽기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들(이 부분에선 갑자기 우리나라의 개고기 음식문화를 비하했던 프랑스 여배우가 떠오르면서.. 그들이 과연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워졌다.)도 등장하고, 개를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길거리에 배설되는 개들의 배설물에 대해선 묵과하는 파리의 모습들. 이렇게 파리의 여러 단면을 겪으며 이방인이었던 저자는 점점 파리를 예찬하는 파리지엔이 되어간다.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는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파리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포장되고 번지르르한 파리의 겉모습들이 아니라 겹겹이 숨겨진 파리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선 신선했다. 그러나 파리라는 도시에 깔려있는 성문화를 파고드는 작가의 관심은 나랑 코드가 맞지 않아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었고, 파리의 숨겨진 명소들을 돌며 저자가 인용하는 온갖 고전 문학과 영화의 장면들, 작가와 배우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눈으로 확인할 사진조차 내밀지 않으니 저자의 기분에 발맞추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새롭고 에로틱한 파리의 모습, 신선함과 지루함이 교차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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