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내 영혼의 지도 - 잉카인이 쓴 페루 여행의 초대
호르헤 루이스 델가도 지음, 이정아 옮김 / 담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눈길이 빼앗긴 건 안데스, 잉카, 페루, 남미, 여행서 등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페루에서 안데스를 직접 거닐며 그 땅에 머무르며 삶을 살아가는 현지인이 직접 쓴 책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많은 여행서들은 대부분 여행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느낌을 전한다. 미지의 땅에 도착한 여행자는 그곳에서 한낱 이방인일 뿐이고 그래서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고 흥미롭게 보인다. 낯선자의 눈으로 전해듣는 호기심어린 생각과 느낌들은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나 또한 이방인이기에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면들도 많다. 그러나 기껏해야 며칠 정도 머무르고 가는 여행자의 시선은 수박 겉핥기와 비슷하다. 순간의 흥분은 있지만 그곳이 품고 있는 깊은 맛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현지인'이 쓴 여행서는 그래서 또 다른 맛이 있는 것이다. 지나가는 자들은 알지 못하는, 그곳에 머무르는 자만이 알거나 느끼는 진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미 대륙하면 생각나는 게 여러가지가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잉카나 마야, 아즈텍 같은 고대문명일 것이다. 나는 남미하면 항상 마추픽추가 떠오른다. 그런 높은 산에 잉카인들이 만든 공중도시 마추픽추. 그 자체만으로도 항상 의문점을 낳았었다. 그래서 그 언젠가 꼭 마추픽추에 가보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아직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곳은 나의 꿈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또한 영화 '후아유'로 처음 알게 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도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다. 영화를 본 후 읽은 책에서 그 호수가 바다처럼 넓고 그 위에 갈대로 엮은 우로스 섬이 떠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는 참으로 놀랐던 기억도 난다. <안데스 내 영혼의 지도>에는 잉카와 마야, 티티카카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적인 수치나 증거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을 안내하는 과학적인 가이드로 자부하며 사는 여행 가이드였다. 여행 가이드 일을 하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중에서 특히 영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그래서 그에겐 조금은 신기하고 설명 불가능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다. 그러다 영국 BBC 방송국의 다큐멘터리를 안내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잉카의 전통 문화를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몰랐던 잉카의 전통에 빠져들게 되면서 그는 과학적 수치보다 영적인 삶을 우선 순위에 두게 되었고 잉카인들의 영적 전통의 참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 그는 자신의 여행사를 차려서 잉카인의 유산과 영적 전통을 알리기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 책도 아마 그런 열정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페루의 여러 모습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페루의 역사나 문화, 사람들, 생활풍습, 신화나 주술 등 쉽게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그것들에 대한 소개와 개인적인 생각, 깨달음, 감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직히 처음엔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낯선 곳의 낯선 이야기라는 점이 여행서의 매력이지만 너무나 소소한 것까지 짚고 넘어가는 부분에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어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또한 잉카의 전통 문화 이야기로 빠져들면서 때론 주술적이고 영적인 면들이 너무 많이 부각되어 정서적 교류가 힘든 부분도 있었다. '현지인의 글'이란 장점이 때에 따라서는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기대했던 마추픽추나 티티카카 이야기들조차 주술적인 면이 강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안데스 내 영혼의 지도>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신비로운 체험들도 많이 나온다. 무엇보다 자신의 조국과 그들의 역사인 잉카 문명에 대한 지은이의 큰 사랑과 자부심이 피부로 느껴진다. 기존의 여행서에서 염증을 느꼈다면 이 책이 별미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행자들의 이야기에 익숙하고 주술적인 면에 반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듯 하다. 아쉽게도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내내 몰입하거나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지루하게 책장을 넘겨야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간중간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사진이라도 듬뿍듬뿍 넣어주었더라면 좀 더 즐거웠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마저 중간쯤 컬러 지면에 집중되어 있어 나를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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