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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시티 - 트렌드 세터를 유혹하는 감각의 여행지
정기범 지음 / 시공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여행서적을 좋아한다.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을 작가의 눈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는 느낌이 참 좋다. 그들의 감상을 공유하거나 때론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떠나고 싶다!'라는 내면의 욕구가 '그럴 형편이 못 된다'라는 현실을 만나 좌절할 때 그런 내게 대리만족을 주는 책 또한 여행서적들이다. 책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떠날 수 있으니. 비록 직접 그땅을 밟고 온 저자들이 질투나게 부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여행서적에 빠져들어 이책저책을 집어들다보니 때때로 나의 의도와 다른 책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여행지만의 매력을 충분히 소개하면서도 자신의 감상이 적절히 조화시키는 그런 기행문을 좋아하는데 반해, 직접 여행지에 갔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들을 담아둔 '정보서' 또는 '실용서'들은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슬프게도) 당장은 그곳에 갈 수 없기에, 또한 언제 갈지 기약할 수 없기에 현지의 정보를 알려주는 책들은 내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 여기 가면 커피가 맛있고, 저기 가면 분위기가 좋고, 요기로 가면 무슨 쇼핑이 좋다 등등의 정보는 지금 아무리 기억하고 있어도 막상 그곳을 밟을 때가 되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내게 여행을 떠날 계획을 잡은 후에나 둘러봐야 할 책들로 분류되고 있다.
<스타일 시티>는 아쉽게도 후자 쪽이다. 각 도시들의 특징적인 스타일에 대해 논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각 도시에서 '스타일을 찾는 쇼핑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도시인 런던, 파리, 로마, 프라하를 중점적으로 돌아보고 그곳이 자랑하는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등 유명 관광지는 물론 체험해 볼 만한 문화공연, 현지인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시장, 분위기 좋은 카페나 맛난 음식점 등에 관해 개략적인 정보를 먼저 알려준다. 그리고 몇 가지의 간단한 스케줄을 알려주며 본격적으로 카페나 옷집, 맛집 등의 쇼핑 정보를 쏟아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런던, 파리, 로마, 프리하에서 현지인처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식당, 그들의 스타일을 접할 수 있는 각종 쇼핑가게들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런 정보 위주의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한 번 스쳐가는 여행자들은 알기 어려운,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의 정보들을 책을 통해 공유한다. 그래서 런더너와 파리지앵들이 선호하는 카페나 음식점, 쇼핑 스타일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가게를 소개하는 사진들 또한 어찌나 예쁜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기도 했다. 특이한 물건이나 스타일로 꾸며놓은 가게들도 있었고 꼭 한 번 찾아가보고 싶은 욕구가 절로 드는 곳도 있었다. 간간이 한국인들의 가게가 나오면 그게 또 그리 반갑기도 했다.
화려한 사진들이 멋드러지게 수록되어 있고, 각 도시에서 소문난 장소들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담겨있는 책, <스타일 시티>. 곧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거나 유럽 도시의 스타일이나 쇼핑 등에 관심이 많다면, 유럽을 여러 번 다녀와 이젠 관광지 중심이 아닌 다른 여행 테마를 잡고 싶거나 잠시나마 현지인들의 생활을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또는 여행이나 쇼핑과는 별개로 스타일 자체에 관심이 많아 유럽의 가게들을 구경해 보고 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독자라면 이 책은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를 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언제 몸을 날려 그곳에 발을 디딜지 기약할 수 없다면, 그러면서도 쇼핑엔 그리 큰 관심이 없다면, 또는 여행 정보서보다 여행기에 더 관심이 많다면.. 그렇다면 이 책은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기호에 따라 잘 선택하여 보시길.
참, 책 속의 글자가 참으로 깨알같다. 노안이신 분들은 미리 돋보기를 준비하시길. ㅎㅎ
* 오탈자) 338쪽 6째 줄 : 페결핵 → 폐결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