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인: 홍한별 (번역가)





1906년 6월 25일 밤, 매디슨스퀘어가든은 도금 시대 축적된 부가 뉴욕 맨해튼에 쌓아올린 초호화 건물 중에서도 장려함과 호사스러움의 극치를 뽐내던 곳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누리러 매디슨스퀘어가든의 옥상 정원으로 모여든 화려한 멋쟁이들 사이에 세 사람이 있었다.


신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신비한 미녀, 최초의 ‘잇’ 걸, 전무후무한 슈퍼모델, 만인의 선망과 욕망의 대상이었던 에벌린 네즈빗. 

피츠버그 석탄철도왕의 상속자 해리 소.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자 뉴욕 상류사회의 꼭짓점에 존재했던 스탠퍼드 화이트.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미국을 아찔한 흥분과 충격으로 뒤흔들어놓은 이 살인 사건에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섹스와 죽음. 신데렐라와 백만장자. 미녀와 야수. 그 자체로 완벽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허구적으로 가공하는 게 사실 의미가 없었다. E.L. 닥터로는 그러나 이 이야기를 이용하는 유일한 방법을 알았고 탁월하게 성공했다. 그는 ‘세기의 사건’을 축소화법을 사용해서 담담하게 전했다. 여기에 해리 후디니, 옘마 골드만, J.P. 모건 등 실제 인물들과 허구적으로 창조한 백인, 이민자, 흑인 세 가족의 이야기를 한데 엮으면서 뜨겁고 냉혹한 시대를 그려냈고, 그렇게 완성한 작품 『래그타임』(1975년)은 닥터로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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