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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빅 유리 용기를 기획한 워너요원입니다. 본사에 궁금하신 점이 많으실 걸로 압니다. 본사의 이름 'PKD'는 선지자 겸 SF 작가인 필립 K. 딕의 이니셜에서 왔습니다. 저희 회사의 신념 또한 선지자의 뜻에 따르는 바, 본사는 인간의 인식 차원에서 안정된 단일 세계를 구축하기는 불가능하다(또는 불가능해질 것이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본사는 혼돈을 종용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본사는 점점 빠르게 발전하는 사이버네틱스와 사이버 네트워크, 생화학 약물들로 인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급격한 인식 충격에 직면하게 될 인류의 완충재가 되고자 합니다. 필립 K. 딕의 많은 작품들이 각종 기계장치나 초능력이나 약물로 인해 진짜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을 독자들에게 미리 선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강조하겠습니다. 필립 K. 딕의 작품들은 예언인 동시에 그 예언이 성취되는 순간 직면할 현실에 대한 완충재로 기능합니다.


이런 형식의 예언은 문학의 형식을 빌어서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예언이 지시적으로만 이루어질 경우에는 그것은 '선고'처럼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예언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함께 가르쳐 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언이 성취되는 순간은 무조건적으로 충격이 우선할 것입니다. 선고가 드디어 집행되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에서 예언의 선고와 충돌하게 될 인류를 위한 쿠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학은 다릅니다. 문학은 독자들의 현실체계를 잠시 마비시키고 가상의 세계 속으로, 즉 도래할 예언 속으로 초대해서 그 예언을 미리 체험하도록 만듭니다. 예언은 선고되지 않고 꿈속에서처럼 경험됩니다. 물론 저 위대한 조지 오웰의 <1984>처럼 지시적 예언을 문학 체계로 아주 이식해 버리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다른 많은 걸작들, 특히 필립 K.딕의 작품들은 독자들의 무의식 언저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예언이 이루어질 때 독자들에게 속삭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 속삭임은 '우리는 이미 그 속에서 살았음'이라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기억해 두십시오. 언젠가 이 문장을 다시 만날 때 주위의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그러면 다가올 현실은 지난 언젠가의 꿈과 뒤섞일 것입니다. 그때 여러분은 과거와 꿈의 기억들을 미래와 섞어 하나로 만듦으로써 단일 시공간을 바탕으로 한 인식 체계가 붕괴해가는 세계에 적합한 사고체계를 이미 선행 학습했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진짜와 거짓을 구별할 수 없는 새로운 우주에 어울리는 새로운 정신적 시야 말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사는 종교 집단이 아닙니다. PKD사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필립 K. 딕의 작품을 읽고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현실 교란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 두시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유빅'처럼 말입니다. 아니, 유빅처럼이 아니라 그것이 유빅입니다. 유빅은 물질이며 마음이고, 그 둘을 구별하지 못하는 세계로부터 제작됩니다. 저희 역시 유빅을 공급받을 뿐, 유빅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왜 예언이 존재하며 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는가? 거기에 대한 대답은 이 좁은 페이지보다는 원전을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 드리는 바입니다.


본사는 유빅-미래-시공간 개념의 붕괴로 인한 강제적인 4차원 진입의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거기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아래와 같은 책들을 추천합니다. 한국에는 절판된 책이 참 많군요.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유빅 / 필립 K. 딕                     발리스 /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 필립 K. 딕          작년을 기다리며 / 필립 K. 딕





         


                                             바벨-17 / 새뮤얼 딜레이니         가장 인간적인 인간 / 브라이언 크리스찬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 필립 K. 딕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로버트 피어시그






          


                                 베스트 우주 영상 / 일본 뉴턴프레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 스뜨루가쯔끼 형제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 이석영          슈뢰딩거의 고양이 / 에른스트 페터 피셔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 존 배로            콘택트 1권 / 칼 세이건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권 / 더글라스 호프스태터 외          양자 불가사의 / 브루스 로젠블룸 & 프레드 커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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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2013-07-1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소개 포스팅에, 첫 댓글을 이런 걸로 달아도 되나 고민고민 하다가.. 그래도 여쭤보려고 댓글 답니다!

저는 추리-미스터리-스릴러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뭐든 좋아하구요.
아직 SF는 시도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우연이 몇 번 겹치면서 며칠 전에 '히페리온'을 봤습니다. 좋았어요.
유빅 이벤트를 맞이하여.. PKD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관련 페이퍼나 리뷰를 봐도 감이 잘 안와서요.
판타지, 허구의 이야기 이런 것에는 전혀 거부감이 없습니다.
다만 묘사가 장황하거나 스토리 전개가 안되면서 심리묘사만 계속 나오거나 하면 힘들어요.

저도 PKD를 영접할 수 있을까요? 괜찮다면, 어디서 시작하는 것이 순탄한 입문이 될까요?

매번 들어와서 열심히 보고 뽐뿌질 당하고 있습니다.
(월간 사건파일도 탐독하고 있어요! 트윗에서 위험하다고 하셔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ㅠ_ㅠ)
이제까지도 감사했고 앞으로도 미리 감사드립니다 ㅎㅎ 계속 잘 부탁드려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7-15 17: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ㅎㅎ 저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좋습니다. 절대, 언제나, 어떤 포스트에서도 망설이실 필요가 없어요. 막 달아주시면 됩니다.;;

히페리온이 맘에 드셨군요. 스토리가 아주 좋죠. 스토리라인을 따라 흘러가기에 <유빅>도 괜찮은 편입니다. 중간에 뜬금없이 맥거핀이 밝혀지기도 하고 후반부의 전개가 꽤 싸이키델릭하긴 하지만, 어쨌건 비밀도 있고 액션도 있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건 확실하거든요. 후반부가 좀 어지럽다곤 해도 영화 인셉션 정도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선 <유빅>을 추천 드리며, 이쪽이 맘에 드시면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과 <작년을 기다리며>로 옮겨가시면 좋습니다. <안드로이드는..>도 물론 좋고요. <흘러라 내 눈물..>도 재밌습니다. 물론 그보다 좀더 일반적인 스토리라인을 갖춘 작품도 있는데요. <화성의 타임슬립>이 그런 예죠. 이쪽이 더 화끈하지는 않되 좀 안전빵을 보장합니다. <발리스>는 팬이 되신 이후에 보시길 바라며, <높은 성의 사내>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ㅎ;

굳이 필립 K 딕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알프레드 베스터의 대표작이 아마 맘에 드실 것 같아요. <타이거! 타이거!>와 <파괴된 사나이>는 모두 매우 뛰어난 작품이며, 몰아치는 힘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이 한적한 서재에 글귀 남겨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려요. ㅎㅎ

상상 2013-07-15 22:46   좋아요 0 | URL
앗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

일단 <유빅>과 <화성의 타임슬립>, <타이거! 타이거!>를 바구니에 담았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바람의 열두 방향>이 소리도 없이 들어와있고.. 그러고나니 럭키백 행사 중이라 <파괴된 사나이>까지;; 오늘도 내일도 알라딘 박스가 배달될 예정인데.. 지금 얼른 주문해서 내일 박스를 두 개 받는게 나은가 고민하게 되네요 ㅠ_ㅠ

어쨌든, 열심히 읽은 후에 리뷰를 남기겠습니다 ^^ 서재엔 좀 더 자주 놀러올께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ㅎㅎ

ROSEWOOD 2013-07-1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사고 휭~하니 나가던 1인인데~ 몇개월전 우연히 보물창고를 보게 됐다죠.. 아싸~ 하고 즐겨찾는 서재에 등록 해놓고는..깜박 잊어버려서 아~ 그때 거기는 어디로 찾아가야하나 고민만 하다 오늘 맘잡고 여기저기 눌러보다 등록해놓은걸 발견하고 기쁨의 댓글을~~ ㅎㅎ 학창시절이후로 손을 놨던 sf 및 추리소설 장르로 이번 여름 풍덩 빠져볼려고 맘먹고 있습니다.. 제맘대로 길잡이로 삼았답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7-19 17:11   좋아요 0 | URL
네 위 리스트도 대부분 읽기에 큰 무리가 없는 책들이에요. <발리스>만 제외하면요 하하; 보조 자료 정도로 생각하시고 참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업데이트가 자주 이루어지지 않는 엠디 서재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하다가 기분 좋아질 때는 역시 서재에 댓글 달리는 순간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추천 들고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ㅎㅎ

GoldenSlumber 2013-07-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리는 좋아하지만 SF쪽은 무뇌한(오타 아님)에 가까운데 <유빅>으로 입문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곧 있으면 8월의 추천 도서도 올라오겠군요. 잇힝~

외국소설/예술MD 2013-07-26 18:46   좋아요 0 | URL
유빅은 꽤 아름다운 경험을 제공할 겁니다. 다른 어떤 장르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경험이죠. ㅎㅎ

video8 2014-06-2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정말 늦은 둿북이지만 pkdcorperation에 입사하고 싶습니다.
유빅이 정말 필요해요. 혹시 지금 구할수있는 방법이 없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4-06-26 15:43   좋아요 0 | URL
현재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종종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오고 있어서 소량 추가 제작을 할까 했으나, 소량 제작 시 단가가 높아져서 쉽지 않네요. 다시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