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ce Carol Oates (1938. 6. 16)

 

 

 

조이스 캐롤 오츠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메일 인터뷰의 특성상 한번에 쏟아진 길고 포괄적인 질문들은 간결한 대답을 통해 정리되었습니다. 저는 md이기 이전에 작가의 팬으로서, 답변의 '스타일'이 작가의 특성을 잘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인터뷰 속에서 가장 최근에 국내에 (다시) 소개된 <좀비>에 대한 몇 개의 힌트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영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더욱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작가입니다. 짧은 인터뷰나마 소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알라딘: 당신은 제가 아는 모든 소설가를 통틀어 가장 다양한 장르를 성공적으로 소화하는 작가입니다. 순수문학을 기조로 하지만 법정 로맨스의 공식을 미묘하게 비튼 『나와 더불어 그대 뜻대로』처럼 그 소재와 전개가 독특한 경우도 있고, 포와 호손의 흔적이 느껴지는 19세기 환상문학 스타일의 작품들, 독특한 분위기의 사이코 스릴러와 동화, SF 단편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당신의 다작에 대해 사람들이 놀라곤 하지만, 단지 작품 수로만 봤을 때는 이에 필적하는 작가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그보다도 위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저 작품을 전개하기에 적합한 도구를 탐색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식 자체에 신선함을 느끼고 거기에 일종의 도전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츠: '이야기하기'는 모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강렬한 충동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즉 작가가 사용하는 작법 기술의 일부는 그 작가의 문학 및 문학사에 대한 깊은 숙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중개된 목소리’, 말하자면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작가의 목소리가 합성된 스타일에 흥미를 느낍니다. 이야기를 단순히 서술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드라마화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가 이야기에 대해 편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그저 읽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경험에 직접 빠져들게끔 만듭니다. 나는 항상 다른 것을 실험하고 있고 쉼 없이 새로운 형태를 모색합니다.

 


 

알라딘: 당신의 소설이 포스트모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과감한 시점 변화나 완결되지 않고 중단되는 문장들 같은 외적인 면에 집중하곤 합니다. 반면에 당신의 소설 속 인물들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은 대부분 분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의 작품들의 내적 전개는 포스트모던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형식-구조에 대한 관심’ 또는 ‘해석 불가능한 미궁으로써의 세계’ 같은 주제보다는 전통적인 드라마에 더 가깝습니다. 보통의 소설 분류에는 적용시키기 힘든, 불안한 표현과 명료한 스토리의 결합은 어떻게 탄생한 것입니까?

 

오츠: 실험을 통해 작가는 해당 작품에 어울리는 형식 구조를 발견합니다. 예를 들어 『좀비』에서 화자는 늘 독자를 ‘속이는’ 것에 신경을 쓰는, 교활하고 따분한 유머감각을 지닌 독백자monoligist입니다. 짤막한 장들은 그의 급하고 변덕스럽고 참을성 없는 성격을 보여줍니다. 그는 차분해지지 않는 사람이고 만족을 미뤄두는 사람이며 도색적인 환상에 사로잡힌 공상가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는 일종의 일그러진 예술가라 할 수 있죠.

 

 

 
알라딘: 단편집 『소녀 수집하는 노인』에 나오는 작가들, 포,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헨리 제임스, 에밀리 디킨슨은 모두 미국 작가입니다. 또한 당신의 글과 어느 정도 이상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작가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혹시 이 다섯 작가는 단지 미국 문학의 거장이라서가 아니라 일종의 개인적인 오마주로써 선택된 것은 아닌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소설관은 세간의 평가처럼 ‘포스트모던’하기보다는, 오히려 19세기 이후 종말을 앞두고 있던 낭만주의와 그에 뒤따른 모더니즘 소설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요? 다양한 형식의 서술 방식을 사용해 온 반면에, 그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폭풍 같은 운명 속을 헤쳐 나가는 드라마를 유독 집중적으로 그려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츠: 과거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환기시키는 것은 ‘포스트모던’적인 실험입니다. (포와 디킨슨은 ‘위대한 미국 작가들’이 아닙니다.) 내 글은 때로 장난스럽고, 교조적이거나 무겁지 않아서 즉석에서 쓴 분위기를 풍깁니다. 초현실적인 요소는 항상 존재합니다. 그것은 예술가의 자유를 나타내는 일종의 몸짓입니다.

 

*'작가들' / 질문이 영역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novelist로 옮겨졌고, 답변에서는 not "great American novelists." 라고 쓰여졌습니다. 이는 포와 디킨슨이 '위대한 소설가는 아니다' 라고 말한 걸로 보입니다. 아마 그들이 시인이어서일 수도 있겠죠. 물론 에드거 앨런 포는 소설도 썼습니다만...

 

 


알라딘: 앞선 두 질문을 바꾸어 말하면, 영감 또는 글을 쓰게끔 만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예전에 쓰신 작법서 『작가의 신념The Faith of a Writer』에서 영감은 신비에 가까운 성질로 묘사되었는데, 혹시 그 이후에 더 파악하신 점이 있나요?

 

오츠: 영감은, 제게는, 명상과 사색, 그리고 꿈으로부터...

 

 


알라딘: 어둠과 불안이 대부분의 작품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외적 장치인가요, 아니면 내면의 요구 또는 영감에 의한 본능적인 전개인가요? 즉, 어둠은 관찰로 발견하게 되는 ‘바깥’일까요, 아니면 관찰자의 마음을 감싼 내면일까요? 이 둘의 조합이라면 조합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오츠: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좀비』의 경우, 내레이터의 자아상 속에 ‘어둠’은 없습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정당하다고, 타인들이 자신을 화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대부분의 우리와는 아주 다른 존재인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에 매료되었고, 그러한 개인을 표현했습니다.

 

 


알라딘: 위에서 언급한 『소녀 수집하는 노인』에 수록되지 않은 작가들 중에 당신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와 셔우드 앤더슨입니다. 잘 맞혔나요? 영향을 받은 작가 또는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오츠: 포크너, 멜빌, 포만큼이나 루이스 캐럴, 제임스 조이스, 카프카, D. H. 로렌스에게서도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알라딘: 눈여겨보시는 젊은 작가가 있는지요? 있다면 누구입니까?

 

오츠: 예전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가르친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대단히 성공적인 젊은 작가이며, 그럴 자격을 충분히 갖춘 사람입니다. 그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재능 있고 대담합니다.

 

 


알라딘: 한국에서 당신의 작품들은 꾸준히 소개되어왔으나, 이번에 재출간된 『좀비』를 통해 비로소 대중적으로 재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비로소 당신을 발견한 독자들에게 한말씀 해주시겠습니까?
 

오츠: 『좀비』는 공상가/소시오패스를 개인의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타인에 대한 이용(오용)에 대한 정치적 발언입니다. 쿠엔틴 P(『좀비』의 주인공)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심리학 교재를 접했고, 거기에 나온 방법대로 자신을 위해 좀비를 만들고자 합니다. 1940~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다양한 동기로 이 전두엽 절제술이 많이 시행되었습니다.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정치적 전략입니다. 나는 조국을 무척 사랑하지만, (지금 이곳의 많은 작가-친구들이 그러하듯) 그 사랑은 아무런 비판 없는 눈먼 애정은 아닙니다.

 

-끝

 

-인터뷰 성사를 위해 도와주신 문학동네 관계자 여러분, 본문을 번역해 주신 <좀비>의 번역자 공경희 님께 감사 드립니다.

 

 

 

인터뷰에서 주로 다루어진 책들

 

<좀비>

 

 <소녀 수집하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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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ovelist가 아니라고 한 건 에드거 앨런 포는 단편을 주로 썼기 때문일 겁니다. novel은 주로 장편을 뜻하거든요 ^^ 흥미로운 인터뷰 잘 봤습니다~ :) 두 권 다 읽어보고 싶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2-25 09:3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소설가라고 말한 건 포+디킨슨이었기 때문이었는데요, 둘의 공통점이 시였으니까 아마 그런 의미일거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호박새님의 말씀이 더 어울리네요. 역시 포를 좋은 소설가가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으니까요. ㅎㅎ 그러고보니 인터뷰 올릴 때 무척 고민하던 부분이었는데(왜 포가 좋은 소설가가 아니란거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