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데려갔다. 흐린 날의 바닷가에. 영화 속에 그를 잃어버리고, 버리고 왔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쳐다보라고, 그리고 잊으라고, 앞으로 조금 걸어가고, 그리고 다시 잊으라고. 그리고 바람 속 새와, 유리 속 바다, 담 속 유리. 문득 그는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몰랐다. 어떻게 더 걸어가야 할지를, 어떻게 더 바라봐야 할지를. 그래서 나는 자꾸만 더 앞으로 가라고, 그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것은 가능하다고 애원했다. 그는 거기 도달했다. 그는 더욱 나아갔다. 그는 바다를, 길 잃은 개를, 바람 속 새를, 유리를, 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바로 그때 필름이 떨어졌다. 암전. 1981년 6월 14일 저녁 7시의 일이다. 나는 사랑했구나, 하고 깨달았다.






양혜규, <셋을 위한 목소리>에서 발췌한 영화 '대서양의 남자'의 나레이션.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 영화의 각본, 연출, 그리고 저기 쓰여진 말들을 소리내는 목소리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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