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팝아트적인(?!) 사진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어머, 다리 위에 누가 붙여놓은 판박이 스티커네요! 

  

 소개드리죠.

카메라를 가진 자에게만 열리는 숨겨진 작은 미술관, 

<브라이언 피터슨- 접사사진의 모든 것> 입니다. 

   

-여러분이 DSLR에 관심이 있건 없건, 소위 작품 사진이나 살롱 사진에 관심이 있건 없건 상관 없습니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직접 담아보고 싶지만, 그를 위해 따로 수많은 노력을 투자할 자신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로지 카메라 한 대를 품고 다닐 수고로움과 이 세계를 지켜보는 반짝반짝한 눈만 있다면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찾아낼 수 있어요.

접사 사진은 사진이 발견을 기록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가장 강렬하게 웅변하는 분야입니다. 오로지 바라보고 찾아보는 것뿐입니다. 일상 속에서 이미 수없이 봐 왔던 것들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이죠. 단 한 번의 셔터 찬스를 놓치고 가슴아파할 일도 거의 없고, 무거운 장비를 지고 산이야 들이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둘러보는 주위가 어느새 보다 신비롭고 흥미로운 곳으로 변해 있으니까요.

혹시 이런 기쁨이 여러분이 카메라를 살 때 원하던 것은 아니었나요?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록하는 기쁨에의 증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좋은 사진 교재의 제1조건, 즉 멋진 사진을 보여준다는 명제를 충실히 이행한 거죠. 사실 이 책의 본문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카메라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지식이 좀 부족하더라도 상관없어요. 정 부족하면 인터넷이 여러분을 도와드릴 겁니다. 중요한 건 책을 보고 난 뒤에 나도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느냐 아니냐죠. 판에 박힌 듯 지루한 접사 사진들을 보고 "뻔해빠진 아마추어 분야지" 라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이 책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창의적이고 아름다워요. 

익스텐션 튜브와 링 플래시, 고급 매크로 렌즈, 반사판과 대형 카메라가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습니다.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좀 더 찾아낼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거라고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왜냐하면요. 풍경이나 다큐멘터리 등 각각의 사진 분야는 각기 다른 특성을 요구하는데, 그 중에서 접사 사진은 다른 어떤 사진들보다도 여타 '기술적 능력'보다는 관찰력과 감수성의 비율이 훨씬 높거든요. 접사 사진의 '결정적 순간'은 그저 자신의 마음이 뭔가를 발견하고 감탄하는 그 순간 뿐이니, 느리고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그 기록을 남기는 것. 왠지 좋지 않나요 +_+

음...그래도 카메라가 없으면 바디 하나랑 렌즈 하나를 구입할 정도의 투자는 하셔야겠죠? -_-;;;

마침 올림푸스에서 예쁜 바디가 나왔... 

  

사실은 제가 갖고 싶어서... 

 

-그리고-

 

<여성과 미술>, 만나기 힘든 주제, 큼직한 도판, 멋진 작품들 - 이 책은 사실 나온지 좀 됐습니다. 이번에 특가 판매(30%)를 진행하다가 보게 된 책인데요.  미술 속에 등장한 여성들을 열 가지 코드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신이나 여성 영웅 같은 고전적 주제부터 육체와 현실 정치에 대한 고찰까지 두루 잘 정리해 놨습니다. 여성성과 예술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보기 드문데요, 그 중에서도 이 책이 눈에 띈 이유는 특히 교양서로 읽기에 적절한 난이도를 갖고 있어서에요. 텍스트 깔끔하구요. 어떤 이론적 경향이나 정치적 성향을 깊이까지 추적하기보다는 테마와 각 작품들간의 상관관계를 해설하는 정도에서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여성성-예술에 관해서는 최소 준 학술서급에 속하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이 정도의 여성-예술에 대한 교양서가 있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죠. 

또한 교양서 수준의 책 중에서는 현대미술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며, 수록된 근/현대 작품들도 그저 난해한 것들보다는 독특한 임팩트를 갖고 있는 작품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견문을 넓히기에도 용이하고 작품 보는 재미도 좋아요(사실 요게 포인트일지도!). 책 크기도 큼직해서 그림 보는 맛이 괜찮구요. 여러모로 똑똑한 책이죠. 

쇠라의 [화장하는 젊은 여인] 그림 옆에 신디 셔먼이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배치하다니. 앙큼하지 말입니다.

  

 

<떠돌이 감독의 돌로 영화 만들기>, 이상한 도큐멘트- 사실 이 책은 '책을 읽는 맛'은 덜합니다. 뛰어난 문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사진이나 그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평범함이 책의 주제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 동네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뚝딱 만드는 '동네 영화' 이야기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흥행/예술이라는 영화의 두 가지 공식 이외의 또다른 가능성이죠. 동네 영화에는 그 제작 집단 내의 소통과 유희로서의 가능성이 우선시됩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 안의 기쁨을 발견하고, 함께 참여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것.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는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이 만드는 영화라는 것. 이름을 다 써넣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찍힌 제작 과정 사진들과 그 사람들에 얽힌 이런저런 사연들... 때로 그 사연들 자체가 한 편의 영화같기도 합니다. 약간 어수룩한 느낌의 책, 그러나 그 냄새는 우리 삶에 바싹 접근한 영화가 풍기는 것이었네요.

  

 

 

<한국의 간이역>, 느리고 내밀한 여행자들을 위하여-교양 건축서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임석재 교수의 새 책입니다. 근데 제목만 보고 감상적인 기행문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돼요. 간이역 건물 하나에 할애한 수십 페이지를 읽다 보면 이게 '건축'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박공 하나, 작은 기둥 하나까지 어느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지요. 작은 간이역 건물 안에서 읽어내는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건축 유행의 변화, 환경의 영향, 설계자의 개성, 한국 건축 특유의 성향, 편의를 생각한 따뜻한 마음씨, 화단에 뿌려진 소박한 욕심... 사람들이 거의 신경쓰지 않는 저 작은 건물들 안에서 수많은 의미와 자취들을 발견해내는 저자의 꼼꼼함이 참 인상깊습니다. 

사실 일반 교양서로 읽기에는 너무 건축스러운(?) 얘기가 많아서 심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에 특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작고 오래된 공간에서 소소한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재미, 조용히 거닐며 세상을 좀 더 자세히 훑어보는 여행, 작은 기차역을 중심에 두고 두어 시간을 돌아다니는 걸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한국의 간이역>의 꼼꼼함에 반하실 겁니다. 수십 페이지 분량으로 풀어놓은 작은 간이역들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으니까요. 확실히 보기 드문 경험임에 분명합니다.

  

 

<미디어 아트- 예술의 최전선>, 최전선은 여러모로 치열하다- 근래 소개드린 책 중에 단연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책. 현대 예술의 첨병인 미디어 아트 분야의 선두주자들과의 인터뷰집입니다. 고전 미학과 현대 미학, 심리학(특히 인지심리학)과 철학, 사이버스페이스와 메카닉에 대한 탐닉 및 그 생물학적 변용 등, 겉보기에도 짬뽕스러운 미디어 아트는 그 외양 못지않게 내부의 동력원도 정말 가지각색+하이브리드의 집합체죠. 

기술 지배의 시대에 바로 그 기술을 이용해 전위와 중심권력의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 정치적 분야에서 먼저 우리에게 알려졌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미디어를 이용한 민중의 역습-네그리의 다중론이 그 중심에 있죠. 그러나 미디어 아트는 담론이 아닌 직접 행동입니다. 새로운 기술의 힘을 사회 중심권력에 압수당하지 않고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으로 탐구하는 행동은 미학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작업이죠. 비록 순수한 탐구와 상상 -사이버스페이스와 호접지몽이라거나- 이라고 하더라도, 신기술에 대한 탈자본적 상상은 그 자체가 이미 불온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 특징이 바로 미디어 아트가 다른 기존의 예술들에 비해 갖는 차이, 즉 예술이라는 행위 자체가 기존 세계와 맞서는 '최전선'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죠. 

벤야민이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테크놀러지는 미학의 상상력에 변환을 가져오며, 그 기술적 패러다임이 변할 때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미로 속에는 정말 다채로운 시도들이 펼쳐집니다. <미디어 아트- 예술의 최전선>은 그 격변하는 세계를 훔쳐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비록 절대 쉽지 않은 책이지만,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래요.

(이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아닌지 대강 체크하는 법. 벤야민의 [기계(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을 읽기가 너무 어렵다면 이 책도 나중에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차회예고. 렛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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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4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익. 예술의 최전선 이라는 말 좋군요. 어렵다시니 ...

외국소설/예술MD 2009-07-05 00:21   좋아요 0 | URL
미리보기로 먼저 살펴보세요. 초반만 읽어보셔도 감이 잡히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