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은 극이 시작될 때 이미 ‘노망’이 들었거나 그 정도로 인지 기능이 마비된 상태이다. 요컨대 그는 한 시절 위대했을 수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어리석고 편협한 인간의 상징이며, 그의 시련과 파멸은 그것에 대한 단죄가 아닐까 싶다. (86쪽)
그때부터 나의 봄(見)은 말함이 보여 주는 것보다더 컸다. 말함은 그런 시각 앞에서는 실패한다.기억은 그런 한없음 앞에서 굴복한다.(62쪽, 단테의 「신곡」 중에서)
죄악을 피하고자 행했던 일들이 역설적으로 그 죄악의 완성에 기여한 셈이다. (50-51쪽)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 큰 문제점이라고들 했다. 게다가 내 견해는 엄격하게 회의주의적이라 늘 악명이 높은 편이었다.(8쪽,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경제학 사유는 인간 존재의 삶을 정해진 해답이 있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수학 문제로 쉽게 간주한다. 삶의 선택에 있어서 곤혹과 고통, 뒤얽힌 사랑, 죽음이라는 기이하고 끔찍한 사실과의 씨름 등 각각의 삶에 스민 신비와 복잡함은 무시하면서 말이다. 발랄한 사실 계산법에 근거한 사유는 마치 이러한 것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는 듯이, 아니면 마치 "운명을 석판 위에서 결정지을 수 있다는 듯이" 삶의 표면을 따라 부유한다.(66-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