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다는 것과 더는 멀쩡하지 않게 되는 순간은 앞면과 뒷면일 뿐. 언젠가는 뒤집어진다. 믿음은 뒤집어지고, 거기서 쏟아져내린 것으로 사람들의 얼굴은 지저분해질 것이다…… (50쪽)
상가는 창고가 되어가고 있었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은 남았고 그럴 수 없는 인간은 떠났다. 여소녀는 여태 남았지만 명백히 후자 쪽이었다. 거래는 활발하지만 사람은 드물고 빈 가게는 늘어가고. 이거 참 괴이하다……하고 여소녀는 생각했다. 팔리는 물건들이 쌓인 창고와, 그 창고의 관리자만 소수로 남은 곳. 종국에는 거대한 창고와 단 한 명의 관리자만 남지 않을까. (44쪽)
다시, 다시, 다시 태어나줘. (243쪽)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238쪽)
지금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온도와 상관없는 추위를 느낀다. 누군가는 어렴풋하게, 누군가는 살을 찔러오는 강렬함으로.아름다운 얼음 무당벌레들은 지독하게 느끼는 편이었을 뿐. 우리는 모두 이 어둡고 넓고 차가운 곳에 점점이 던져져 있다. 부디 탈출한 자들이, 더 오래 변하지 않을 별에 잘 도착하기를. (166-167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