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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미스터리 걸작선 3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열화와 같은 성원;;;은 없었지만, 무사히 다 읽었습니다. 현대로 오니 낯익은 작가들이 눈에 띄더군요. 하지만, 저에게는 좋지 않은 인상만 남긴 작가들이 대부분이라,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을 느꼈고,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1, 2권에 비해 몰입도는 떨어지더군요. 전반적으로 수준이 제일 떨어집니다. 계속 같은 책을 읽어서 후반부에는 집중력의 저하를 가져온 것도 있구요.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형식, 그리고 한 작가의 (소개되지 않은) 한 작품씩만으로도 3권의 단편집을 꾸려낸 그들의 저력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태동출판사에서 나온 것처럼 멋진 단편집이 조만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삼층의 마녀, 야마자키 요코
주인공 마코토의 옆집에 인질범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인질범의 요구는 엉뚱하게도 자기와 같이 죽어달라는 것인데...저는 서두의 도입부를 보고 나스타냐 핸스트리지가 등장한 영화를 예상했는데, 발상이 특이하더군요. 어느순간 탐정의 기지를 발휘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조금 뜬금없어 보입니다만, 신선한 발상, 꼼꼼한 전개, 엔딩까지 괜찮습니다.
2. 꿀과 독, 구사카 게이스케
꿀과 독을 통해 주인공 유코와 게이코 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서추리단편입니다. 꿀과 독이 단서가 되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집니다. 도입부의 사연과 해결부분의 잔잔한 감동이 괜찮더군요. 그러면서도 쓸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3. 지나치게 소문을 모은 사나이, 이시자와 에이타로
아무에게도 원한을 살 일이 없는 모범생같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용의자는 사건 발생시에 있었던 모든 사람입니다. 하지만 동기가 없어보입니다. 과연 누가 왜 죽였을까요? <삼층의 마녀>처럼 발상이 특이하고, 사건의 해결방법도 현실에서 차용할 법한 방법이였습니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죠. 너무 입이 가벼워도 문제지만, 너무 입이 무거워도 문제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4. 복수는 그녀에게, 고이즈미 키미코
임신부들의 대결. 이라고 밖에 말하기 힘드네요. 심심한 단편이었습니다.
5. 기억, 사사자와 사호
가미야마 경부보는 교코라는 용의자의 살해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심문을 시작합니다. 밑의 야마무라 미사와 함께 정사, 악녀, 불륜이라는 키워드로 기억되는 사사자와 사호의 단편입니다. 역시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역시 실망했습니다.
6. 악마는 악마, 츠츠키 미치오
구로가와 앞에 악마가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는데...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많은 단편을 읽지 못해서 이런 발상이 상투적일 수도 있겠다 생각은 듭니다만, 신선한 발상과 결말부의 반전이 마음에 들더군요.
7. 변신, 야마무라 미사
요코는 우연히 옛날에 쓰던 화장품을 발견하고 화장을 합니다. 외출을 하니 자신이 20대의 얼굴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는데, 기분만 그런걸까요? 정사, 악녀, 불륜으로 기억되는 야마무라 미사의 단편입니다. 이미 10여년 전에 고인이 되셨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도 별로였습니다. 헛된 꿈을 꾼 댓가라는 건지, 결말부의 쌩뚱맞음이 영 마음에 안 들더군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악녀버전 같습니다.
8. 밀폐도, 모리무라 세이이치
선상에서 실수로 떨어진 아이를 구해준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이 배를 탔는데....읽는 순간 모리무라 세이이치 같은데, 그럼 결말도 이렇겠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해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 단편의 초반부에 건조하게 배를 묘사하는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는데, 늘 감상주의로 빠지시는군요. <야성의 증명>보다는 <인간의 증명>을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제 취향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그리고 톱니바퀴 증후군이라도 있으신지, 결말부에 다 톱니바퀴 돌듯이 맞춰야 직성이 풀리시는 것 같아서 그것도 불만이고. 증명 시리즈를 빼고는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전혀 없네요.
9. 좋은 이름, 도요타 아리츠네
이름에 불만이 많은 주인공이 외계에 갑니다. 라는 내용의 단편입니다. 자신의 이름에서 착상한 게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솔직히 습작 수준입니다. 이 것만 보고는 어떻게 sf작가클럽회장을 하셨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초코가베 곤타자에몬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야 주인공의 심리를 알텐데 말이죠;;;;
10. 기괴한 창조, 조 미사유키
주인공이 헌책방에서 잡지를 사는데, 그 뒤에는 다른 책이 숨겨있었으니. 이건 전형적인 무협소설의 구성인데. 일종의 메타추리소설 같은 면이 있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집어내는 반전이 놀랍습니다.
11. 거미집, 이쿠시마 지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젊은여자과 결혼한 노신사, 하지만 그녀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데...역시 전설의 아이템인 <끝없는 추적>의 아쿠시마 지로의 작품입니다. 하드보일드풍의 문체가 좋긴 한데, 내용은 영 심심합니다. 결말부의 반전도 너무 쉽게 짐작이 가능하구요. 평범한 단편이었습니다.
12. 거짓말, 와타나베 온
이부카의 이상한 경험담을 다룬 단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기괴한 창조>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 분은 요절하셨더군요. 역시 천재는 요절을;;;
13. 퀸 감옥, 기타 모리오
퀸섬에 괴도가 온다는 소식에 주인공은 체포의 결의를 다지는데, 가볍게 쓴 일종의 패러디 물입니다. 홈즈의 추리방법을 흉내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귀엽다. 이상의 재미는 없었습니다. ^^; 결말의 엉뚱함은 좀 허탈하더군요. 이건 웃자고 쓴 단편인 것 같습니다.
14. 붉은 꽃, 미나카미 츠토무
식물을 연구하는 주인공이 시골에 내려가서...음...삼중당에서도 귀한 편인 <죽음의 유역>을 쓰신 미나카미 츠토무의 작품입니다. 소재로 등장하는 끈끈이주걱이 상징하는 탐욕을 묘사하는 분위기가 좋지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15. 어느 부인의 프로필, 미즈타니 준
남편을 살해한 부인의 살해동기를 알기 위해 변호사가 한 화가를 찾아옵니다. 부인의 고귀한 사랑이 느껴진다 외에는 별로 드릴 말씀이 없는 범작입니다.
16. 골초는 빨리 죽는다. 이자와 모토히코
애연가와 혐연가 간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단편입니다. 아마 경현 형님도 언급하신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대화만으로 이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데, 애연과와 혐연가의 논리가 설득력있게 전개되고, 중반 이후의 급작스런 전개가 주는 쾌감이 있습니다. 전 혐연가라 혐연가의 주장에 1000% 공감. 피우는 건 좋은데, 세상이 모두 흡연자들의 공간인 것처럼 무례하게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단편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17. 절벽에서의 비명, 나즈키 시즈코
주인공에게 옛 동창의 부인이 찾아와 도와달라고 합니다.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실의에 빠진 예술가 동창을 도우러 간 그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나즈키 시즈코의 단편은 이상하게 심심합니다. 위의 야마무라 미사나 사사자와 사호같이 싫은건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좋다고 할만한 요소도 없습니다. <한 마디에 대한 벌>같은 예외도 있긴 하지만요. 그냥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18. 어느 선량한 청년의 출납부, 니시가와 기노유키
제목 그대로입니다. 실험치고는 괜찮았습니다. 마무리 하는 작품으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추리소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봐야만 한다는 아쉬움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