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미스터리 걸작선 2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추석 때 읽은 2권입니다. 1권에 비해 후대의 작가들이 눈에 띄네요. 그런데 모르는 작가가 더 많군요. 이 때가 나름 공백기인 모양입니다. 고전은 고전대로 소개되고, 최신작은 최신작대로 소개되지만. 6, 70년대 작품들은 아무래도 고전이라고 하기에는 시대가 이르고. 요즘 작품에 비하면 촌스럽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록된 단편들은 전체적으로 길이도 길어지고, 형식적인 실험보다는 세련된 가공의 느낌이 강합니다. 1권보다도 추리단편의 본령에 가까운 단편이 적다는 것은 흠일 수도 있고, 저같은 사람에게는 별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1. 도박, 사노 요
-전설의 아이템 중에 하나인 <완전범죄연구>의 사노 요의 단편입니다. 자살한 아내의 의혹을 풀어나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여성들의 결기어린 심리가 강렬하게 표현된 심리물입니다. 결말의 여운도 상당하구요. 도대체 그녀는 왜 그랬을까요?

2. 그녀들의 쇼핑, 츠츠이 야스타카
-오늘은 아줌마들이 모여서 쇼핑을 하는 날입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쇼핑을 할까요? SF의 거장이자 블랙 코메디의 제왕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입니다. 특유의 이죽거리는 말투와 호들갑스럽고 더러운 상황 전개와 잔혹한 묘사는 츠츠이 야스타카 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혐녀가 답게, 아줌마들에 대한 독설도 재미있구요.

3. 넹고넹고, 가야마 시게루
-한 형사가 절도사건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도난 품목들도 이상하고, 조사하면서 이상한 노파를 만나게 되는데...환상적인 작풍에 괴수작가로 유명하다는 가야마 시게루의 작품입니다. 제가 강조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심심한 느낌이 강하더군요. 마지막의 대화부분도 나름 절절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밍숭했구요. 일본인들이 은근히 특정한 상징에 대해서 공포감을 느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

4. 까마귀, 다키가와 교
-퇴락한 집안의 자매와 하녀가 어우러진 도서추리단편입니다. (아마 몇몇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어도 내용을 짐작하실 듯 합니다. ^^) 쓰러저가는 집안의 묘사와 붕괴될 듯한 그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건조한 묘사가 마음에 들더군요. 옛 작품이라 결말부까지 상투적인 느낌이 강합니다만, 까마귀 하면 떠오르는 불길한 분위기를 적절히 묘사한 작품입니다.

5. 안마사 케이, 시마다 가즈오
-하얼빈의 특파원이었던 '나'는 단골이었던 안마사 케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만큼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데...작가의 만주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듯한 단편입니다. 여자의 집념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6. 마지막 인사, 야마다 후타로
-어느날 죽은 쥐가 발견되면서 마을은 공포의 분위기로 변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명의 노형사가 파견되는데...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와 제목이 같아서 그런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일본 현대사의 비극과 개인사가 어우러져 펼처집니다. 쓰면서 보니, 이 단편에는 이상하게 개인의 집념이나 광기에 집중하는 단편들이 많네요.  

7. 수집광, 야마구치 마사야
조지 매컬리는 음반수집광. 그의 수집기가 펼처집니다. 음악 평론가이기도 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듯한 단편입니다. 저는 음반수집광이 아니지만, 나름 책을 찾아 다니는 사람으로써 완전 공감했습니다. 수집한 LP를 손질하는 과정에서는 숙연함까지 느껴지더군요. LP를 모아보신 분들이라면 1000%공감하실 겁니다. 결말부의 안타까움에는 손이 다 떨리더군요. 그 놈들을 다 총으로 쏴주고 싶은 생각이...

8. 방공호, 에도가와 란포
방공호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정사...란포선생답게 극단적 상황에서의 도발적인 애욕과 후반부의 뒷통수치기가 보여집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지금보기에는 <음울한 짐승>보다는 덜 음울하다는데에 아쉬움이 있네요 ^^; 그래도 란포선생의 단편이라 좋았습니다.

9. 이중 동반살인, 사사토 사카에
공무원이 호스테스와 동반자살을 했습니다. 사건을 목격한 주인공은 공무원의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사건을 재조사 하는데...여기 단편중에서 가장 본격의 맛이 잘 살아 있는 단편입니다. 이중으로 벌어지는 이중동반살인의 트릭을 푸는 것이 묘미이지만, 아쉽게도 저는 초장에 트릭과 범인이 보였다는게 한스러울 따름이네요.

10. 보석, 구스다 쿄스케
조폭이 죽고, 보석은 사라졌습니다. 주인공 신문기자는 잘못 걸려온 검사의 전화에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게 되는데...마음에 들었던 단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위주의 사건 전개와 결말부의 깜찍한 반전까지 마음에 드네요. 간만에 본 천재탐정입니다.

11. 2월 2일 호텔, 기타카타 겐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입니다. 그런데 추리는 아닙니다. 추리를 기대하시면 대실망 하십니다! 나혁진님께서 늘 추천하시던 <영웅 삼국지>의 저자 기타카타 겐죠의 작품입니다. 처음 읽었는데. 내용도 뜬금없고, 시작도 결말도 이상하지만. 하드보일드 특유의 짧고 건조한, 그리고 약간은 우울한 문체가 매력입니다.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두 남자의 느낌도 좋았구요. 하드보일드는 후까시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단편입니다. <영웅 삼국지>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단편이었습니다.

12. 어둠 속으로부터, 도가와 마사코
과거의 여자를 버리고 새로운 여자와 결혼을 결심한 주인공, 그리고 과거의 여자는 사라지고, 두려움에 떠는 주인공은 신혼여행을 떠나는데...다른 단편집에서 읽은 단편들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상투적이지만, 주인공의 불안감이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런 류의 단편이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특히 이 단편은 아쉽네요. 차라리 상투적으로 끝났던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생뚱맞은 결말이었습니다.

14. 기울어진 방, 아와사카 츠마오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일행의 좌충우돌 분투기입니다.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단서들을 통한 사건 해결이 좋았고, 한나 스웬슨 시리즈처럼 좌충우돌, 황설수설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그 재치가 부럽습니다.

15. 상자 속의 당신, 야마가와 히사오
어떤 남자가 어느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더 이상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냥 저냥 심심했습니다.

16. 늦게 도착한 연하장, 오카지마 후다리
유난히, 올해는 늦게 도착한 연하장. 궁시렁대면서 출근했더니 자신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이상함을 느낀 주인공...가벼운 트릭이지만, 기울어진 방처럼, 생활에서 쉽게 써먹을 수 있는 트릭을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재미있습니다. 저는 낄낄대면서 웃었습니다. 이런 경험 안 해본 사람은 없겠죠? 지금이야 지천에 널렸으니 사건조차 성립되지 않을테니까요. 고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17. 손님, 오야부 하루히코
고려원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의 오야부 하루히코입니다. 이분 이름으로 된 상도 있지요. 하지만, 솔직히 실망스럽더군요. 앞에서 기타카타 겐죠의 단편을 읽어서 그런지, 문체도 솔직히 심심했고. 총과 자동차에 대한 전문지식을 작품에 반영하지도 않으셨고...

헉헉...다음에는 3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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