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해방 전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방란장 주인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6
이태준.박태원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절판


"영월이?"
영월은 잠자코 현의 곁으로 온다.
"난 자넬 또 만날 줄은 몰랐네, 반갑네."
"저 같은 걸 누가 데려가야죠?"
"눈이 너머 높은 게지?"
"네?"
유성기 소리에 잘 들리지 않는다.
"눈이 너머 높은 게야?"
"천만에......그간 많이 상허섰에요."
"응?"
"많이 상허섰에요."
"나?"
"네."
"자네가 그리워서......"
"말씀만이라두......"
"허!"

최근에 읽은 가장 흡입력 있는 대화. 세월이 지났어도 순정 한 자락을 가슴에 품고 있던 남녀의 뒤늦은 재회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남자는 엉뚱한 소리로 시작했지만, 여자는 직설적으로 '많이 상허섰에요.'라고 고백하고 만다. 그리고 기쁘면서도 당황해버린 남자의 짧은 탄성 혹은 침묵.

이태준은 최서해같은 느낌일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단편이 참 애잔하고, 고즈넉하다. 오히려 박태원이 기대치만 못했다.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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