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파편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7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까치에서 나온 아르센 뤼팽 시리즈 7작.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핵심인 뤼팽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당연히 뤼팽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로써는 좀 당황하면서 읽었다. 한편으로는 묘한 재미를 주었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 폴 들뢰즈는 과연 뤼팽일까? 아닐까? 나중에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궁금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웠던 점은, 어렸을 때 읽었던 '괴도 신사'에 근접하는 모습을 폴 들뢰즈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성귀수 씨의 번역이 다 고색창연한 바로크 톤이긴 하지만, 늘 냉정한 괴도신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뤼팽은 자기과시욕이 강한 전형적인 프랑스 스타일의 다혈질 신사였다. 그의 초인적인 능력은 그대로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주인공 폴 들뢰즈는 어린 시절 읽었던 뤼팽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얽힌 가슴 아픈 과거에 괴로워 하면서도, 전쟁에 참여한 애국심 불타는 군인으로써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말을 아끼는 모습,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을 척척 해치워 내는 모습은 어렸을 때 내가 읽었던 뤼팽의 이미지와 가장 비슷해서 좋았다. 다만 독일(인)에 대한 강한 혐오감이나 강렬한 애국심-이 작품의 악당은 초인의 수준을 넘어서 비현실적이다. 뤼팽 시리즈의 캐릭터 답지 않게 단선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 르블랑의 애국심이 너무 강렬해서 작품의 완결성을 약화시킨 경우다.-은 달리는 철도에서 툭툭 튀는 자갈처럼 몰입을 방해했다. 아무래도 전쟁터가 배경이고, 주인공이 군인이기 때문에 강조된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좀 심하다. 만약 독일인이 본다면, 엄청난 반발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욕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이 작품은 선대의 범죄와 그로 인해 불행해진 두 남녀-정확히 말하면 남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대하로망소설에 가깝다.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험과 사랑, 그리고 애국심. 손꼽을만할 걸작은 하지만 충분한 재미를 주는 수작임에는 분명하다. 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추신) 뤼팽 시리즈는 조금씩 느낌이 다르다. 우선 장편이냐 단편이냐에 따라서 나눌 수 있는데, 단편은 <구석의 노인>류의 고전기의 단편집의 느낌이 강하며, 장편은 모험 소설 내지는 팩션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작품과 <강력반 형사 빅토르>는 좀 남다른 느낌이다. 전자는 뤼팽이 나오지 않아서, 후자는 하드보일드의 느낌이 살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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