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이당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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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시다 이라의 팬은 아니지만, 설정 자체는 호기심이 갔다. 9.11테러를 보고 느낀 충격을 형상화 한다는 것. 시놉시스만으로 강렬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시놉시스를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 이 부분에서 좀 아쉽다.  이시다 이라는 SF나 환타지소설 요소를 일부 가져왔을 뿐, 실제로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을테니 해당 팬들이 당연스럽게 여길 구체적이고 완결된 세계(관)을 구현하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내가 해당 장르의 팬도 아니고, 크게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삼을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안일하게 보이는 로봇비서의 말을 빌려서 전개되는 구조도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시다 이라의 기본적인 필력으로 인해 술술 읽혔던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눈감아가주기에는 구성이 허술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첫째, 다 죽어가는 주인공이 의식의 흐름을 통해 미래의 누군가에게 넘어갔다면, 그 누군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미래와 현재가 상호교차하듯 현재의 주인공과 과거의 주인공이 어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갈등의 정도가 지나치게 약하다. 세계/탑이 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대해서 갈라진 두 정파의 대립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심각해 보이지 않고, 주인공의 맹활약 덕분에 쉽게 봉합되어 버린다. 작품의 무리없는 독서를 위해서는 좋지만, 반대로 미래의 세계가 가지는 문제들의 심각성이나 주인공의 동기부여가 탈색되는 느낌이 있다. 희생적이라고 보기에는 괜히 혼자 들떠서 북치고 장구치는 모습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시다 이라가 느꼈을 충격이라는 것도 희석되고 만다는 점이다. 모 탤런트의 탈이 이라크 공습을 보고 '불꽃놀이해?'라고 물었던 느낌보다야 현실적이지만, 나는 별로 참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수준의 계급적 차별과 분리는 지금 이 세계에도 있기 때문이다.

SF팬들은 SF소설이라고 명명하는 것 자체에 불쾌함을 느낄 것이고, 기대치를 낮추고 본다 하더라도 구성의 어색함은 눈에 띈다. 다만 이시다 이라의 잘 읽히는 글쏨씨가 여전하다는 것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추신)  개인적으로 역자에 대한 불만이라면 지층민들의 이름 정도는 설명해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액땜차원에서 이름을 흉하게 짓는다면, 어떻게 흉한지 설명조차 해주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과 주석이 필요한 부분도 그냥 지나친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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