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 론스타와 그 파트너들의 국부 약탈작전 전모
이정환 지음 / 중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외환은행과 FTA에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곳은? 바로 론스타일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와 재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의혹들. 신문지상에 발표된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파는 사람들이 일부러 싸게 팔기 위해 노력한 한 편의 코메디'였다. 정말 외환은행이 부실이었냐 아니었냐를 떠나서 팔아야 한다면 최대한 비싸게 팔도록 노력하는 것이 파는 사람의 기본적인 의무, 아니 '주주 자본주의'의 당연한 이치 아닌가? 하지만 그래봐야 파는 사람 쪽만 삽질한거지 사는 사람은 법적으로는 '정당한' 거래였다는 참담함만 들게 하고...

그리고 PD수첩에서 밝혀진 FTA관련 로비들. 로비 조건에 세금 관련이라고 명시해 놓은 것은 론스타가 기부한 몇천억의 사회발전기금이 국민정서를 의식한 '임시처방'이었음이 분명하다. 몇천억원의 사회발전기금을 내고 FTA체결후 정부를 제소한 후에 '예상가능한 피해액'까지 받아내서 손해를 벌충하는 것도 모자라 또 한 몫 챙기려 한다.

그러나 이런 론스타에 대한 강한 의혹과 국민적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더 웃긴 사실은 론스타의 의혹에 관한 변변한 책자 하나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한계가 있는' 조사결과만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였다. 그것도 신문지상을 통해 발표된. 어쩌면 이 책은 이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다룬 거의 유일무의한 '외부'의 자료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의혹을 다룬 책들, 특히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의 관점에서 의혹을 파헤친다는 것은 정보접근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는 것이 좋다. 이 책 역시 저자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정보를 통해서 의혹을 잘 정리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필자가 저널리스트이기도 하고, 발표된 지면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고...사실 말지나, 프레시안 등 중도 우파지만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일정 수준 알만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최근 FTA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만큼 정리된 책도 없다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메이저 매체가 침묵 내지는 적극적인 동조로 일관하고 있는데 반해,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용감하게 비리의 카르텔을 파헤치고자 고군분투하는 필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추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궁금함은 다른 것이었다. 과연 자본에 국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국적있는 자본이 국적없는 자본과 훨씬 도덕적이고 우호적인가? 다시 말해서 삼성, LG, 현대자동차가 론스타나 칼라일 펀드 등등 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든다. 토착자본이고, 금융자본이 아닌 생산자본이고....나의 정서적인 호감도도 전자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서 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크린 쿼터에 배급사가 1인시위하는 적이 있는가? 과연 현대나 삼성은 공장이전을 하지 않고 있는가? 단지 국민정서라는 초법적인 수단 때문이 아닐까? 론스타만 지저분하고 삼성이나 현대는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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