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 시드니 셀던 자서전
시드니 셀던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홍보용으로 실린 외국신문의 리뷰는 잘 안 믿는 평이지만, 이 자서전 만큼은 동의하게 되더군요.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습니다. 차 안에서 읽다가 밤을 새면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 이제는 시드니 셀던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잘 팔리는 작가도 아니고 이미지도 별로 좋지 않죠. 전성기에 무분별한 중복출간으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점이 가장 클 것입니다. 헌책방에서 가장 즐거운 사람들은 시드니 셀던의 팬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으니까요. 책을 읽고 나서는 헐리우드의 고전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 쓴 작품이 지금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느낌입니다. 어찌되었건 시드니 셀던이 8~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에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흥미진진한 그의 인생을 보면서, 단순히 베스트셀러 공장장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나 3억부를 팔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당연한 이야기인데 늘 잊어먹는 것 같습니다. 처절한 가난,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맞써 싸우는 그의 일대기를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못해 슬프기까지 합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구요.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마치 자랑하듯이 일 이야기만 늘어놓아서 거부감이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시드니 셀던의 삶에서 과연 개인적인 부분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50세 이전에는 계속 부침을 거듭했으니, 일중독도 보통 중독이 아니었겠지요. 잘 나가는 시절에도 불안에 떨어야 했구요. 

또, 책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드니 셀던의 삶이 헐리우드의 변화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지금은 전설 속의 배우들이 된 캐리 그랜트, 도리스 데이, 버스터 키튼, 프랭크 시내트라, 데이빗 셀즈닉, 진 켈리, 프레드 아스테어, 심지어는 커크 더글라스 까지...수많은 등장인물을 보면서 헐리우드 기록필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드니 셀던의 노력과 맞물려 참 흥미진진하더군요. 그리고 더 놀랐던 점은 작가로서의 삶의 출발은 50세 이후라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소설에서의 시드니 셀던은 상당히 젊고 트랜디한 작가의 느낌이었는데, 그 때 이미 인생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완숙된 경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당대 미국인들 그리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소설가' 시드니 셀던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분명 그의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되서 좋긴 하지만, 소설가로써의 셀던을 알고 싶은 마음도 컸는데, 그 부분이 <벌거벗은 얼굴>의 출판까지만 이루어지는 것이 영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신들의 풍차>, <내일이 오면>, <게임의 여왕>은 상당히 재미있었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범작이었습니다. 가장 평이 좋다는 <천사의 분노(Rage Angels)>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기회가 되면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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