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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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대학교 신입생 때 리포트를 쓰기 위하셔 1~3권을 사서 읽은 것이 인연이 된 시오노 나나미, 어린시절 역사학도가 꿈이었던 내게 시오노 나나미 여사님이 보여주는 세계는 그야말로 신천지를 넘어 별천지였다. <로마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많은 저작들을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다.이 분의 영향력은 '좌준만 우나나미'라고 할정도로 강렬한 충격이었다. 적어도 내 좌우명 중에 하나인 '대부분의 잘못된 결과는 선의에서 비롯된다.'와 '공과 사의 일치'라는 개념도 이 책에서 배웠으니까.

탁월한 글솜씨와 몇십년에 걸친 진지한 탐구자세,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당대 로마인의 입장과 시각에서-이것이 일본 제국주의자의 시선과 동일한 스펙트럼에서 겹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인은 제국주의적인 시각이 없는가?라는 궁금증이 있다. 충분히 차고 넘친다고 느껴지기에, 일본에게만 분개하는 것도 어찌보면 아이러니라는 생각도 든다.-로마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여사님의 신공에 빠진지도 10년이 지났다. 이제 로마인 이야기는 끝이 났다. 로마 세계의 종언과 더불어 로마'인' 이야기도 종언되어 버렸다.

아쉽지만, 책을 놓기가 쉽지 않다. 다시 1권으로 돌아가서 읽게 된다. 극단적으로 폄하하시는 분들 중에는 '로마 빠순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용비어천가' 같이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지나친 미화의 자세, 그리고 후반부에 부쩍 등장하는 기독교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은 이 책과 저자의 열렬한 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수긍하게 된다. (솔직히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속이 시원하긴 했다만.)  아무래도 이 시리즈는 나이가 들어서도 반복적으로 읽게 되서 그런지 처음 읽었을 때만큼의 광채는 사라졌다. 여기저기 어두운 부분도 보이고, 추한 모습도 상당히 많다.  

다만,  '소설'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적어도 여사님은 자신의 관점에서 자료를 분석하는 역사적 행위를 했고, 다만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풀었을 뿐이다. 뒤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참고문헌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웬만한 학술서는 다 소설일 것이다.  어차피 이 논의는 전문적인 영역이니 여기까지만...

여사님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재앙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출간순서대로 출간할 때 마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이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어떤 책이 이런 기쁨을 줄 수 있을지, 기대도 되고 아쉬움도 남는다.

 비가 오고 서운한 마음에 몇 자 적었다.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천년의 도시 베네치아>, <로마인 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 벨리>, 그리고 나의 스승 시오노 나나미. 이에 버금가는 작품을 쓸 수는 없으시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하게 작품으로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신) 이 작품만 보자면 별 다섯개를 줄 수가 없다. 아무리 뛰어난 신공으로 글을 쓴다고 해도, 내용 자체가 재미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게다가 제정 후반기에 들어서면 사료부족으로 인한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멸망을 향해가는 잘못된 위정자들의 모습을 몇 권에 걸쳐 보는 것도 흥미롭지는 않았다.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담은 4권부터 오현제까지의 시기를 다룬 9권까지가 아무래도 제일 흥미진진하다. 그 중에서도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다룬 4,5권과 복권된 천재 티베리우스와 히드리아누스가 나오는 7,9권 일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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