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요리책 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혼수로 장만해온 50권짜리 요리책 전집은 내 상상의 보물창고 였다. 엄마가 그 책에 나온 음식을 해준 기억은 거의 없지만, 생소한 외국 요리법과 다양한 향신료, 식재료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던 것 같다. 그 요리 전집은 지금도 내가 가지고 있다. 지금 보면 촌스런 사진에 이제는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레시피들이지만 나에겐 아주 소중한 추억의 책이다. 레시피를 보며 혼자 머리 속으로 맛을 상상해 보곤 했었다. 그런 버릇 때문인지 아직까지 요리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 음식 연구가인 저자의 책은 자세한 과정샷이나 설명이 없다. 이유는 재료나 레시피가 모두 간단하기 때문이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복잡한 과정이나 많은 양념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생채식을 여러 해 해오던 자자이기에 모든 요리는 채식요리이다. 육고기,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채소를 이용해 화려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딱 2가지, 피자치즈와 생크림을 사용한 요리 빼고는 모두 비건(vegan)이 먹을 수 있는 채식요리다. 채식요리도 이렇게 화려하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꼭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 대로 만들지 않고, 응용해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구나... 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소박하고, 정갈하고, 평화로운 요리 사진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