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에 시작한 4개 외국어 도전기
김원곤 지음 / 맛있는공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끌려서 무작정 뽑아 든 책이다. 중년의 나이에 외국어를, 그것도 4개나 되는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읽고 난 소감부터 말하면, 제목에 홀랑 넘어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지 수가 적기도 했지만 글이 술술 잘 읽혀져서 금방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냈다.

50대, 늦었다면 늦은 나이에 도전을 시작한 주인공은 서울대 병원 흉부외과 교수님이셨다. 저자가 " 난 5개 국어를 할 수 있어." 라고 말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 였다고 한다. 첫번째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놀라워 하는 사람들이 있고, 두번째는 머리가 좋으니 가능하다는 담담한 반응이 였다고 한다. 나는 두번째 그룹에 속한다. 서울대 출신에다 의사 선생님이니 나같은 보통 사람과 시작부터 다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기대감이 확 줄어들었다. 나도 중국어를 배우고 있으니, 중국어 공부방법에 대한 팁이나 얻을 요량으로 기대감 없이 읽어 나갔다.

첫 시작을 자신의 외국어 바탕을 고백하는 글로 풀어 놓았다. 입시 덕분에 열심히 공부했던 문법 위주의 영어와 그래서 회화에 약했던 시절, 그리고 의사가 된 후 1년간 미국으로 연수를 가서 얻게 된 경험들을 아주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이때쯤 나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책에 점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저자는 '나이 50인데 늙기 전에 외국어를 하나 배워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가는데 대한 아쉬움과 공허함에서 비롯된 생각 이였다고 한다. 무슨 거창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것이 더 현실적인 대답인 것 같다. 나의 중국어 공부 시작 역시 허무하게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내가 갑자기 중국어 학원에 다닌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 했었다. 공부를 할거면 영어를 해야지 왜 쓸데도 없는 중국어냐고...... 나의 대답은 그냥...... 이였다. 사실 중국에 대한 지식도, 관심도 없던 내가 중국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해오던 영어 공부가 지겨웠고, 많이 들 배우는 일본어도 딱 땡기지(?)  않아서 였다.
저자는 처음에 일본어 학원을 다니며 4개국어 도전기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웠던 게 아니라, 그저 일본어에 대한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나 역시 시험을 준비하거나, 회사업무에 필요 해서가 아니라 그저 취미로 시작한 공부여서 더 공감이 갔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공부지만 그 속에서 잔잔한 재미와 생활의 활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 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몇달간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를 미리 외웠다는 에피소드에 웃기기도 했고, 공감이 갔다. 나도 처음 접수를 했을 때 강사가 중국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몇번이나 물었는지 모른다. 진짜 진짜 중국어는 처음인 왕초보인데 수업을 잘 따라 갈수 있겠냐고...... 그때 생각이 나면서 처음 시작할 땐 누구나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구나 하고 느꼈다. 

어학공부는 길고 긴 마라톤과 같고, 시간은 나의 편이라는 글이 참 용기를 주었다. 나는 요즘 시간이 빨리 가는 기분이 참 싫었다. 그런데 저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공부할 때 세월이 빠르게 느껴지면 성과를 보기까지 덜 지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그렇다. 나도 어느새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지 3개월이 후다닥 지나갔다. 이렇게 꾸준히 해낼지는 나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그의 외국어 분투기는 황금같은 주말을 반납하며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 주말 내내 이 학원, 저 학원을 번갈아 뛰어다니며 공부를 하는 그에게서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주말 강좌가 없으면 주중에라도 시간을 내서 외국어를 배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쁠거 같은 흉부외과 의사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책 분량의 반 정도는 자신이 각각의 외국어들을 공부할 때 유리 했던점, 불리했던 점을 설명해 놓고 있다. 해당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고 지루한 면도 있다. 나도 중국어 파트만 자세히 읽고, 나머지는 대충 넘겨버렸다.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배웠던 적이 있거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참고 삼아 읽을만 하다.

요즘 중국어가 생각만큼 늘지 않아서 기운이 빠지고 있었는데,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손 놓고 있던 영어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이상 시간이 없어서, 외국어는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는 핑계로 외국어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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