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 열정은 나를 춤추게 한다
이정숙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인생 1막은 태어나 결혼해서 일가를 이루기까지다. 인생 2막은 아이 낳고 아이들을 출가시키기까지다. 인생 3막은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둘 또는 혼자 남는 시기다.
아직 1막을 살고 있는 나에게 인생 3막은 멀고 먼 미래이다. 너무 막연해서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인생 3막>을 읽는 사이 어느새 나는 중년의 여인이 된 착각에 빠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나이만 먹어버린다면...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이 값 못하는 늙은이가 되어버린다면... 책을 읽는 내내 나이 먹는 일이 참 어려운거구나 하고 느꼈다. 제대로 나이 먹기 위해선 단념해야 할 것과 인내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인생 1막에 서 있다. 아직 인생 3막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 할 일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이다. 2막을 잘 보내야 3막 역시 즐겁게 보낼 수 있을 테니...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가끔 늦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릴 때 배우다만 피아노나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웠으면 좋았을 거라는 미련, 영어를 더 어릴 때 꾸준히 했었다면 좋았을 텐데... 포기해버렸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이미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인생에서 늦은 건 없다는 것을 배웠다. 베스트셀러 작가 박완서 씨는 39살에 소설가로 입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슈바이처 박사는 오르간 연주 음악가였다 가 37세의 늦은 나이에 의사로 변신해 아프리카로 떠났었다고 한다. 다시 시작하는데 늦은 나이란 없다. 

내 주위에서 인생 3막을 즐기는 분들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은 우리 할머니시다. 70이 훌쩍 넘으신 나이시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배움의 열정을 지니고 계신다. 젊으셨을 때는 자식들 키우고 먹고 살기도 바쁘셨다고 한다. 지금은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할아버지와 단 둘만 남으셨다. 그래서 몇 년 전 부터 노인대학과 여성회관을 다니시고 계신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사셨기 때문에 다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늙어서 다 잊어먹었다면서 몇 년째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고 계신다. 나이 먹어서 공부가 잘 안된다고, 금방 돌아서면 잊어먹는 다고 속상해하시지만 일본어 공부를 재미있어하신다. 하루 종일 바쁘신 할머니가 못마땅한 할아버지는 다 늙어서 그게 무슨 소용이냐며 핀잔을 주시지만, 할머니는 배우는 게 즐겁다고 하신다. 할머니 댁에 가려면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전화를 드려 할머니의 스케줄을 여쭤봐야 한다. 인생 3막에서 자식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부모들의 예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며느리를 불편하게 하는 시어머니들은 책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우리 할머니처럼 부모로서의 인생을 끝내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서 산다면 그런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우리 할머니처럼 늙어가는 게 내 꿈이다.

저자는 20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43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가기엔 늦은 나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 결정 덕분에 그녀는 지금 인생 3막을 화려하게 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나간다. 자기계발서 특유의 불편함보다는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분들이나 이미 3막에 들어와 버리신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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