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재테크
박경민 지음 / 책든사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미술에 문외한인 나에게 '아트 재테크'라는 분야는 상당히 생소하다. 나는 고흐, 피카소, 클림트 등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몇몇 작가들의 작품밖에 접해보지 못했다. 화랑, 미술관 이라는 장소는 전공자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유희 장소로만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재벌가 사모님들이 경영하는 미술관의 경우처럼 부유한 사람들의 고급스런 취미활동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나의 편견은 예전에 방영되었던 한 시트콤으로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SBS에서 방영된 <귀엽거나 미치거나>라는 시트콤 이였다.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조기 종영이 되 버려 아쉬웠던 프로그램 이였다. 재벌가 사모님으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김수미'와 그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박경림'이 이야기의 중심 이였다. 그 시트콤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미술관은 부유한 사람들의 과시욕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런 편견이 많이 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투자방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아직 경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돈을 벌고 재테크를 할 만큼 자산이 모였다면 부동산에 먼저 투자 할 것이다. 일단 내 집 마련을 하고,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고 어느 정도 넉넉해지면 그때 미술품을 구입할 것이다. 재테크의 목적이 아닌 내가 좋아하고 맘에 드는 작품으로... 아트재테크는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분야인 듯싶다. 특히 나처럼 미술품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의 경우엔 더더욱 위험스러운 투자 일 것이다.

어떤 작품에 투자 할 것인가? (본문 중 인상 깊었던 구절)
작가의 이름값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질적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이름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을 사라. 가장 값이 나가는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불행한 화가의 인생이 작품 값을 올린다. 불행했던 예술가의 일생은 일반인들에게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미술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후대에 값을 매길 때 화가의 불행한 스토리가 양념으로 작용하여 효과가 커진다.

미술계의 다크호스 - 중국현대미술
얼마 전 중국 현대 미술 작가들에 관한 다큐를 본적 있다. 빠르게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해 가는 중국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현대 미술 작가들 역시 변화해 가고 있었다. 낡은 공장지대를 개조해서 작가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동네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을 보면서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미술계 역시 이러한 중국의 거센 바람을 타고 중국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현대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사회주의 붕괴와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에 잠식당하고 있는 지금의 중국 모습을 나타내는 작품들은 흥미로운 주제일 것이다. 그러나 빠른 가격 상승에 대한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어라
모든 재테크 분야가 그렇듯 아트 재테크 역시 '아는 만큼 보인 다'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신인 작가를 발견해서 미래의 블루칲에 투자하는 것 역시 좋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미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혜안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그림을 보러 다니는 수밖에 없다. 화랑이나 경매시장, 아트페어를 꾸준히 방문하고 미술에 대한 공부만이 미술품 투자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자주 사용되어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엔 조금 어려운 면도 있었다. 책 내용 중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단 한 장의 참고 사진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그 그림들을 검색하며 읽기엔 솔직히 귀찮다. 그림들이 들어갔었다면 책이 더 두꺼워지고 가격대도 상당히 올라가겠지만, 책의 완성도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또 아쉬운 점은 작가에 관한 부족한 소개이다. 작가의 이력이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 않다. 문화계 기자인가? 애매모호한 소개 글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미술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표지는 예술적이거나 감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책에서 비중 있게 소개된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이라는 작품을 이미지 한 그림이 표지에 나와 있다. 차라리 실제 작품사진을 찍었더라면 더 멋졌을 것 같다. 그리고 제목의 폰트 역시 평범하다. 알찬 내용에 비해 표지가 너무 성의 없어 보여 많이 아쉽다.

책을 읽는 내내 황당한 상상이 떠올랐다. 만일 고흐, 피카소 등의 지금은 고인이 된 유명한 화가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피카소는 자신이 가장 불우했던 시기에 그린 <파이프를 든 소년>이 최고가(1400억 원)에 팔린걸 보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쭐한 기분이 들거나 흐뭇할까? 아니면 그 그림을 그렸던 것을 후회하면 찢어버리고 싶을까? 자신의 작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여 부를 늘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인이 된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 런지 너무 궁금하다.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가 미술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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