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몇년이 지난후 다시 읽어본 <드래곤 라자>는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었었나?' 할 정도로 다른 느낌이다. 다시 읽을때마다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책을 명작이라고 한다지? 드래곤 라자는 한국 판타지계의 명작이라 불릴만 하다.

리뷰를 쓰는 것이 다른 책들보다 많이 힘들다. 12권이라는 분량도 문제지만, 일단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어디서 부터 정리를 해야될지...

고등학생때는 그저 판타지 소설이였다. 그 속의 인물들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핥기만 했었나보다. 어린 소년의 아찔한 모험이야기... 드래곤, 엘프, 드워프 같은 다른 종족들의 신비스러운 이야기, 대륙을 지배한 영웅들의 모험담, 마법의 세계... 판타지 세상의 신비함에만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난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 난 고등학생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거 같아." 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약간은 변했을지 몰라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고 나니 분명해 졌다. 난 변했었구나. 인간은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헬턴트 영지의 초장이 후보인 주인공 후치는 아무르타르의 인질로 잡힌 마을사람들과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수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물론 주인공의 곁에는 샌슨이라는 전사와 칼이라는 현명한 지도자가 함께한다. 여행의 시작에서 후치는 단지 수행원이며 아직은 어린 소년에 불과하다. 시골뜨기, 순진하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평범한 소년이다. 그렇지만 그 소년이 마법의 가을을 지나오면서 현자와 위대한 드래곤들과 지혜를 주고 받는 현명함을 지니게 된다.

제목처럼 드래곤 라자를 찾는 여정이 벌어지는 것은 5권이 되어서이다. 그전까지는 그 길고 긴 여정의 배경을 설정하고 있다. 한 계절동안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마법의 가을을 만나게 된 주인공들에겐 급박한 일정과 사건들이 연속된다.

인간은 모든것을 변화시킨다. 소설 속에서는 가장 위대하고 완벽하다는 드래곤 종족 마저 인간화 시켜버렸다. 우리는 서로 관계 맺고, 타인에게 나 자신을 나눠주고 나눠받고... 서로에게 관계지어져야 안심한다. 현실에서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제는 사이버 세상에서까지 서로 관계지어지길 원한다.

영원의 숲에서 자아가 나눠진 후 자기 자신을 죽여버렸던 넥슨은 섬뜩한 모습이다. 도플갱어를 소재로 하는 공포영화가 있을 만큼, 또 하나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드래곤은 자신 밖의 자신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긴다. 엘프는 조화를 추구하는 종족이므로 자신 밖의 자신에게까지 조화된다. 인간은 또 하나의 자신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불완전한 종족이므로 완벽해 보이는 또 하나의 자신에게 분노를 느끼게 된다.

<드래곤 라자>는 대마법사 핸드레이크의 300년이 넘는 생애를 통해 우리가 불완전하고 오만하며, 모든것을 인간들의 시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 우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까지도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것이 인간중심이다. 독단적이며 오만하고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멸망은 바라지 않는다. 만약 내가 후치였어도 마지막 그 결정을 했을 것이다.

후치의 말처럼... 그래도 나는 인간을 사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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