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핍과 그에게 주어진 유산에 대한 이야기다. 유령같은 유산에 그걸 펑펑 쓰며 살아가다 다시 소중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교훈적인 결말은 조금 인위적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특유의 긴장감있는 문체와 유머는 정말 좋다!!
특히 소품처럼 등장하는 웨믹과 그의 아버지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뭉클하다. 아들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자신과 집에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버지를 돌보는 자신을 철저하게 둘로 분리한다. 웨믹이 슬픔에 빠져있는 핍에게 제안하는 산책 길에서 ˝어? 여기 교회가 있네?˝하며 들어가서 여자친구인 미스 스키핀스에게 ˝어? 여기 미스 스키핀스가 있네? 우리 결혼이나 합시다.˝하는 장면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웨믹에게 정말 어울리는 결혼식. 핍에게 보여주는 이런 삶도 있다는 식의 그의 모습은 작은 소품이지만, 이 소설 전체를 감싸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잘 드러낸다.
뭐 이런 딱딱한 서평 같은 글을! 여튼 디킨스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잘 정리해 준 작품. 두 도시 이야기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