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의 운동화
김숨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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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래 신은 운동화를 대신하려 나이키에서 나온 저렴한 운동화를 하나 샀다. 흰색 바탕을 빈티지하게 처리하고 뒷솔기와 나이키 로고만 검정색인 그 운동화는 요즘 트렌드에는 맞지 않았지만 뭐랄까 옛스러움이 있어서 좋았다. 대충 뒷축을 굽혀 신어도 괜찮게 만든 오니츠카 타이거의에 익숙해진 발이 새 운동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데다 금세 날이 더워져 운동화보다는 샌들을 신었다. 그 운동화는 지금 신발장에서 잠시 잠들어 있다.


방학이 시작된지라, 작정하고 미용실에서 펌을 하는 동안 김숨의 『L의 운동화』를 읽었다. 세 시간 동안 글을 읽으며 '검색 욕구'를 참느라 힘들었다. 겨우 책장을 덮고 그의 운동화를 구글에서 찾았더니 복원과 전시 과정에서 얻은 많은 이미지가 있었다. 그의 흰색 타이거 운동화는 시간과 아픔을 녹여 그 시대를 담고 있었다. 그 시대를 지나는 젊은이들이 흔히 신고 있었을법한 그 운동화에 담긴 것들이 슬퍼서 우르르 쏟아져나온 이미지를 하나하나 누르고 있기 힘들었다. 소설적인 비유일테지만 그 운동화에서 어떤 유기체의 시체가 썪는 냄새가 난다는 대목이 자꾸 떠올랐다. 


이미지와 기사 중간에는 새로운 신발 광고가 자꾸만 붙어 있었고, 햇볓을 피해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사람들의 운동화들이 자꾸만 눈에 발자국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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