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아작에서 내놓는 SF 시리즈는 표지가 아주 예쁘다. 체체파리의 비법도 표지가 예뻤는데. 이것은 개인의 취향인가! 아작에서 나온 책들을 죽 늘어놓고 보면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외치고 싶을 듯. 표지 때문에 읽은 것은 아니고, 하인라인의 SF를 경험하고자!

소년의 우주에 대한 동경을 바라보는 어른의 관점(독자와 등장하는 어른들), 어른에 대한 반감과 소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어른(주인공),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엄마같은 존재(엄마생물),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자신감과 패기로 해내는 어린 소녀(피위)까지. 다양한 관점을 읽어낼 수 있어 좋다. 과학적 사실과 과학적 상상력이 잘 만나는 괜찮은 청소년 SF.

- 엄마생물이 여성이 아니거나 `거의`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언제쯤 알게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엄마라는 존재가 되는건 태도의 문제이지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우니오는 내가 자신에게 동의해주고, 모욕을 모른 체해주거, 그를 존중해주는 동안에는 즐거워했다. 많은 어른들이 이런 걸 원했다. 심지어 39센트짜리 땀띠약을 살 때조차 말이다.

특히 명왕성에 대한 미국인의 집착과 명왕성을 발견한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 속에 잘 녹였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주복에 대한 묘사가 좋다. 인류의 존재 이유와 그 가치에 대한 주인공의 시각은 어른들의 그것에 비해 진지하다기 보다 두려움을 내보인다. 누군가는 짧은 서평에서 작가가 독자를 너무 가르치려 들어 반감이 느껴진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주인공의 생각과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다. 에필로그가 너무 잘 다듬어진 이야기라 차분하게 정리되지만, 중간중간 챕터를 뛰어넘는 방식은 우주의 거리를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어 좋다.

역자는 거리 환산에 대해 걱정했지만, 그런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우주는 너무나 커다랗기 때문이다. 최근 소설이 아님에도 최근의 어투와 단어들이 섞여있어 학생들이 읽기에는 좋게 번역되었다. 나쁘지 않다.

하인라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작가의 정치적 견해와 그 작가를 분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창조해 낸 세계는 부딪혀 토론해 볼(상상일지라도) 가치가 있다. 정치적 견해가 없는 작가보다는 나와 다르더라도 그걸 갖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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