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얼 먹었다 하면 배가 살살 아파온다.
과거 무얼 먹고 먹고 또 먹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때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시절일지도 모르지만, 이눔의 설사도 그리 반가운 건 아니다. 늘 불편한 속을 끌어 안고, 언제 화장실에 갈지를 몰라 항상 괄약근을 긴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왜 설사지? 뭐 거창한 거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지난 주말 마신 데낄라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은 건 아닐테고 새우깡, 김밥, 요거뜨.. 이따위 군것질이 설사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
어쩌면.. 내 마음이 내 장에 설사를 만들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굳을 틈을 주지 않고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성급한 마음의 편린들... 내 건강한 유산균을 갉아먹는, 독소와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 이런 것들이 내 장의 음식물과 마구 섞여 쭉 빠진 바나나변이 되지 못하도록 마구 어택하고 있는거다.
오늘 하루도 마음은 성급하고 생각은 부산한데,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벌써 퇴근 시간이다. 설사에 스트레스에 몸은 이미 축 쳐져 야근할 힘도 없다. 때 마침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는데...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내 마음이 충전될까? 아니면 낼 아침 더 심한 설사에 시달리게 될까? 에라, 알 수 없지만 일단 난 여긴 뜨기로 한다. 책상에, 다이어리에, 아웃룩에 쌓인 일들아 잠시 안녕. 내일 아침 쭉 빠진 바나나변처럼 이쁘게 매만져 주마. (과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