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를 봤다.
실은 영화 보기 전에 전혀 기대를 안했다. 영화의 내용도 하려는 말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고 여기에 동화되고, 감정을 이입시킬 자신이 없었다. 조금은 외면하고 싶은 맘도 있었을 거다. 요즘의 나는 잡으면 바스라지는 낙엽 마냥 그렇게 말라 빠진 감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코까지 시큰했다!! (물론 영화관 안에는 내내 훌쩍 거리는 관객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아마도 영화 속의 모습이 내가 살아온 것과 많이 닮아서 그랬나보다. 우리 집도 엄마의 목소리가 아빠보다 쬐~금 더 크다. (^^;) 아빠는 착한 분이고,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시고, 영화 속의 박해일처럼 평생 공무원으로 사셨다.
철 없는 딸(=> 나) 역할도 빠질 수가 없지. 나 역시 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집에서 떨어져 나와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뭐, 오래 전 내가 사춘기 때의 일이다. 요즘도 집에 자주 가지 않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영화는 우려처럼 신파도 아니었고, 연출도 세련됐다. 뭐니뭐니 해도 캐스팅이 제대로다. 닮았다~ 하고 보니 고두심과 전도연, 정말 모녀지간인 듯 똑 닮아 있다. 국화꽃 향기, 아이앰셈, 맥심 커피믹스를 통해 '착한' 이미지를 착실히 심어온 박해일은, 대체할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역에 잘 맞았다. 한국 영화계가 귀여니 소설에 파묻힌 요즘, 그래서 더 반가운 수작이라고 감히 칭해본다.
울 아부지 어머니도 한번 보여드리고 싶은데...
당신들 얘기를 큰 스크린으로 보시기가 민망하면 어떻게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