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 Vol.2 를 봤다.

전편인 킬빌 Vol.1 와 비교하여 잔혹한 장면은 많이 줄었고, (딱 한 장면만 빼고... 우엑. -.-; ) 이야기는 많이 추가되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의 주인공 우마서먼이 머리에 총을 맞는 장면은 1편과 동일하였다. 1편과 가장 큰 차이라면 주인공이 죽이는 사람의 머릿수일 것이다. 튀어나오는 적과 적의 똘마니들을 오락게임 하듯 끝도 없이 해치워야 했던 1편과 비교하여 2편에서는 ... 와, 단 2명만을 죽이고 바로 '킬'에게로 직행할 수 있었다. 그만큼 '복수'의 배경과 동기에 대한 설명이 영화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란티노가 선택한 복수의 시작과 끝은 '모성'이었다.

탁월한 킬러였던 우마서먼이 킬러의 삶을 버리고 빌을 배신하게 된 것도 모성 때문이었고, 마지막 빌을 대면하는 순간 복수의 순간을 지연시켰던 것도 모성 때문이었다. 복수를 마친 다음날 행복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잃어버린 줄 알았던 모성을 다시 찾은 기쁨 때문이다.

또 이런 장면도 있는데.. 과거 빌의 지령을 받고 암살하기 위해 호텔에 머물던 우마서먼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그 순간 암살 대상이 보낸 킬러(이 역시 여성이다)와 맞닥뜨려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데... 우마서먼은 (놀랍게도!) 자신을 죽이러 온 킬러를 설득하게 된다. 나는 방금 전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네가 날 죽이지 않는다면 나도 널 죽이지 않을 것이며, 돌아가겠다... 오로지 '무자비함'만을 공통 분모로 하는 킬러 사회에서 이 같은 설득이 통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은 모성 때문에 킬러의 삶을 버리고, 모성 때문에 복수하고, 모성 때문에 복수를 미루고 모성 때문에 죽음을 모면한다. 심지어 영화가 마치고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화면에서 우마서먼이 맡은 주인공의 여러 이름 중 'Mommy'라는 단어를 가장 마지막에 가장 오랫동안 비추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가진 여러 이름 중 '어머니'란 이름이 매우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맞지만, 타란티노가 모성을 표현하는 방식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구체적이고, 살아 있으며, 삶과 함께 성장하고 위기를 맞는 살아있는 모성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아무도 범접할 수 없으며, 누구나 타고나야 하는 '절대 가치'로서의 모성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타란티노는 성장하며 매우 드라마틱한 모성을 경험했거나, 엉겹결에 차를 들어올리고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받아내는 '서프라이즈' 속의 어머니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접한 것 같다.

뭐 물론은... 첩혈쌍웅이나 영웅본색류의 영화와 한치 다름 없이 '우정', '사랑' 대신에 '모성'을 비극의 원동력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채택하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긴 하다. 그걸 가지고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내가 좀 비정상적인 것도 사실이고. ^^;

(우쨌든 킬빌 Vol. 2 는 꽤 볼만한 영화이다. 우마서먼의 호연에 갈채를 보낸다. 유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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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psy 2004-05-2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빌1을 아무생각없이 극장에서봤다가 눈이 튀어나오는지 알았었죠..^^; 왠지 2탄역시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도 매우 자학적인(?)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또 보러갔었습니다..ㅎ 제가 제일 좋아하는씬은.........눈을 지긋이 밟는....=-=;; 아무튼 재밌는 영화였어요^^

진/우맘 2004-05-2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역시, 인터넷 서점 직원 답습니다. 서니님의 글쓰기 내공도 대단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