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암 CGV에서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봤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액션은 80점, 배우들 연기는 70점, 잔재미는 85점 줄 법 하다. 다만 아쉬운 건 내용이 너무 뻔하다는 것이었는데, 스토리가 조금만 더 신선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극 전개를 위해 뻔한 갈등 관계를 드러내는 중반 부분에는 졸려서 딴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봤다. 채소연, 강백호의 슬램덩크 같기도 하고... 상상력을 뺀 매트릭스 같기도 하다. 해커 네오가 인류를 구원하는 구세주가 되듯, 별볼일 없던 순경 유승범은 마루치가 된다. 안성기는 모피어스, 윤소이는 트리니티.. 타인과 접촉하여 자기복제를 하는 무시무시한 스미스 요원 대신 양아치의 기를 빨아들여 회춘하는 정두홍이 있다. 마루치의 수련 과정이 필수적이고, 막판으로 가면 세기의 결투가 기다리고 있다. 총알을 피하고, 아예 총알을 손으로 막아내는 네오처럼, 마루치는 분노의 힘으로 주변의 돌들을 다 들어버린다. 악당은 제거되고 장풍으로 자유인이 되는 마루치는 세상악의 잔당들과 싸우며 그렇게 살아간다... 마루치 아라치가 네오와 트리니티보다 약간들 솨가지가 없다는 점만 빼면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매트릭스의 코믹/코리아 버전이랄 법도 하다.
우쨌든 여전히 유승범은 귀여웠고, 윤소이는 신선했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DVD 로 '킬빌'을 봤는데, 이걸 보고 나니 유승완 감독이 '킬빌'을 보고 윤소이를 캐스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킬빌 개봉보다 캐스팅이 먼저 되었나.. ?) 팔 다리가 시원시원하게 뻗은 미녀의 액션은 잘못하면 어설프지만, 조금만 잘 하면 아주 그럴듯한 비쥬얼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중간중간 터져주는 대사발도 괜찮았다. 웃가다 숨 넘어갈 뻔한 순간도 몇번 있었다. (젤로 웃겼던 건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유승완이 안성기를 찾을 때다. 어디선가 울리듯 들리는 안성기의 목소리를 들은 유승완... "사부님, 방송실에 계세요~?" ^^)
결론은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남의 돈으로 보기에 딱 좋은 영화라는 거다. 난 오늘 남의 돈으로 영화를 봤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 가격으로 봤기 때문에 대만족이다. 알뜰한 내 친구.. 언제부터인가 세 명 이상이 영화를 보게 되면 꼭 그 중 하나는 청소년용으로 끊는다. 세 장을 같이 내면 절대 확인을 안하기 때문이라나. -.- 검약을 위한 친구의 잔머리는 멈출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