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일찍 들어와 TV 뉴스를 보고 있자니 오늘도 역시 어지러운 뉴스들이 난무한다. 촛불집회를 둘러싼 논란과 강금실 장관의 탄핵 취하 발언, 야당들의 자충수 - 방송사 편파 보도 항의와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제기 -, 대통령 변호인단 인선 등...
그중 요즘 뉴스메이커로 떠오르는 몇몇 여성들에 대한 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여성들이 뉴스 메이커로 떠오르는 건 좋은데, 듣고 있자면 가끔씩 심기 불편한 일이 생긴다. 여전히 여성들을 바라볼 때 남아 있는 성적 편견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SBS 뉴스에서는 한나라당 대변인이 된 전여옥씨와 열린우리당 대변인인 박영선씨를 붙여 뉴스 한 꼭지를 만들었다. 둘이 학번도 같고 같이 기자 경력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둘다 여성이라는 것을 이유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요즘 현안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을 번갈아 교차하여 내보냈는데.. 이건 내가 보기에 오바다.
과연 두 사람이 상대당 대변인의 발언과 자신의 발언을 나란히 교차 편집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따면 인터뷰에 응했을까 싶다. 나라면 결코 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그 뉴스 꼭지 다음에 앵커가 한 말이 압권이다. 두 사람이 화려한 언변으로 앞으로 정치판을 '요리'해 줄것을 당부한다, 뭐 이런 요지였다. 앞뒤말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앵커가 '요리'라는 단어에 특별히 힘을 주었다는 것만은 기억한다. 두 사람의 성별이 여성임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친절한 앵커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을 갖고 각자 살아온 언론인 출신 대변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하는 일마다 말마다 사사건건 비교되고 트집잡힐 것이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튀기 십상이 그 바닥에 들어갔을 적에는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오늘 강금실 장관 관련 뉴스만 해도 그렇다. 강금실이 탄핵 취하 발언을 했다고 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금슬이 좋다'는 식으로 비아냥댄게 도대체 누군가? (어떤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슬쩍 헤드라인만 봐서 정말 잘 모른다..)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장관으로서 혹은 법조인으로서의 강씨만 비판하면 될 일이지, 금슬 어쩌니 하는 말에 갖다 붙이는 것은 요즘 뜨는 말로 '비열한' 은유 방식이다.
추미애 의원 역시 탄핵 표를 던진 193명 중의 한 사람으로 비판 바당 마땅하나, 마초들의 성적 폭언까지 참고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다 그녀가 등장하는 뉴스를 읽고 나면, 차마 눈뜨고는 보기 힘든 심한 욕들이 댓글로 우르르 달려 있다.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중차대한 뉴스들이 넘쳐나지만 난 여전히도 이런 부분에 민감하다. 주말에 간 집회에서 사회를 본 최광기씨가 "여기 모두다 아는 욕 중에 가장 심한 욕을 마음껏 몇 초씩만 해봐라"라며 유도를 했더니 진짜 심한 욕들이 나오려고 했다. 그때 권해효씨가 마이크를 들어 "내가 호주제페지운동 홍보위원이다. 심한 욕을 하더라도 여성비하적인 의미가 있는 욕은 하지 말아달라"고 중재를 해주어 향후 몇 초간 일어날 일에 경직되어 있던 내 마음을 안심시켜 준 일이 있다.
욕심내지 않겠다. 하나씩 좋아지겠지. 정치판에도 재계에도 어디에도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여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