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수도관이 동파되고, 쌓아놓은 음료수 병이 깨지고, 한강둔치의 비둘기들이 얼어죽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 인생에 아직까지 추위가 태클을 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장마가 태클을 건적은 있다)

그러던 어제 드디어 강추위의 힘을 몸소 체험했다.. 설을 쇠느라 집에 한 삼일 내려갔다 오니 아무것도 되는 게 없었다.

수도에선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았다. 가스렌지는 점화가 되지 않았다. 컴퓨터도 안 켜졌다. 이 모든 일이 어제 일어난 것은 보일러도 켜지 않은 채 방치해 두었던 내 집 안의 추위 때문이다.

성냥으로 가스렌지에 불을 당기고, 솥단지에 물을 끓여 세수를 했다. 컴퓨터도 쓰지 못하고, 담요를 덮은 채로 책을 읽으니 과연 한파의 위대함을 실감하겠다.

다행히 보일러를 '이빠이' 틀고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따뜻한 물도 나오고, 밤 사이에 컴퓨터도 켜져 있었다.

한파는 또한 자애로우셔서 인간이 약간의 성의를 보이면 누그러지기도 하시나 보다. 대략 성은이 망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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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2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가 틀어졌다니 복 받은 줄 아시오. 나는 어제 새벽 4시에 집에 왔는데, 보일러도 안 켜지더이다. 방에서 입김 나긴 처음이었소. 밤새 헤어드라이기에 더운 물에 별의별 쌩쑈를 다했건만 보일러는 오늘도 파업중이오. 아무래도 내일은 용하다는 대리점을 찾아봐야 할 듯...

찌리릿 2004-01-2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니님의 페이퍼를 보구서... 제 방돌이한테 전화를 해보니.. 우리 자취방은 대략 무사히...
그런데... 모니터가 맛이 갔더이다. ㅠ.ㅠ
추워서 그런건지.. 우연의 일치로 이맘때 딱 AS가 필요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한파로 인한 피해자!